줄어들고 늙어가는 어선원…어선원육성 등 위한 전담조직 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내국인 어선원의 감소와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 수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고 있다.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비율은 2000년 49%에서 지난해 74%로 높아졌으며 연근해어선은 2000년 2%에서 지난해 4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연령별 내국인 어선원 수를 살펴보면 50대 이상 어선원의 비율은 2000년 14%에서 지난해 80%로 증가했다.

2000년 이후 어선원의 현황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 고령 어선원 ‘급증’

2000년 이후 내국인 어선원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고령어선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2만5712명이었던 내국인 어선원은 2003년 1만8230명까지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3666명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양어선원은 5403명에서 1369명까지 줄었다.

어선원이 급감하는 가운데 고령선원은 증가했다.

연근해어선의 경우 2000년 말 기준 어선원 2만5712명 중 50세 이상의 어선원은 3553명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이후 50세 이상의 어선원은 급격히 증가해 2016년 8016명을 기록한데 이어 2016년에는 1만1440명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어선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만907명을 기록했다. 50세 이상 어선원의 비율역시 급격히 높아졌다. 2000년 14%였던 50세 이상 어선원의 비율도 빠르게 증가, 2006년 50%를 기록한데 이어 2018년부터는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의 어선원도 2006년 3%에서 지난해 40%까지 증가했다.

원양어선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원양어선원은 2000년 말 5403명에서 지난해 1369명까지 줄었지만 50세 이상 어선원은 469명에서 991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50세 이상 어선원의 비율은 2000년 9%에서 2013년 50%로 높아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72%를 기록했다. 60세 이상의 어선원은 2006년 3%에서 지난해 26%까지 늘었다.

# 부족한 선원 채운 외국인선원

내국인 선원의 자리는 외국인선원이 채웠다.

2000년 614명이었던 연근해어선 외국인선원은 2008년 3379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32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선원의 비율은 2000년 2%에서 2009년 20%로 높아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42%까지 늘었다

원양어선의 외국인선원은 2000년 5112명에서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 3869명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내국인 원양어선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원양어선의 외국인선원 비율은 2000년 49%에서 지난해 74%까지 높아졌다. 간부선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선원이 외국인선원인 셈이다.

# 흔들리는 어선원육성 근간

선원의 감소와 함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수산계고교의 침체다.

신규로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의 절대다수는 수산계고교 졸업자로 수산계고교가 어선원 육성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경북과학기술고가 폐교하면서 국내 수산계고교는 △경남해양과학고 △성산고 △완도수산고 △울릉고 △인천해양과학고 △포항해양과학고 △충남해양과학고 등 7개 고교만 남았다. 그마저도 학생수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창원 대형선망수협 선원자문위원에 따르면 7개 수산계고교의 올해 신입생은 249명이며 2학년 재학생은 258명, 3학년 재학생은 224명이다. 이들 학생 중 상당수가 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어선 필수인력인 기관전공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7개 수산고 중 기관전공이 있는 학교는 인천해양과학고를 비롯한 5개고로 올해 110명이 입학했다. 인천해양과학고는 해군특성화고로 올해 입학생 45명 중 절반이상이 해군으로 입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와 어선에 승선하지 않는 경우 등을 감안하면 올해 1학년인 학생들 중 기관사로 승선하는 학생들은 20~30여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은 “어선에 신규로 승선하는 해기사들을 살펴보면 수산계대학 졸업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수산계고교 출신”이라며 “수산계고교가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를 육성하는 산실이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이 맞물리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통합된 어선원정책 마련해야

어선원의 고령화와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수부내에 통합된 어선원 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해수부의 선원관련 업무는 해운물류국 선원정책과에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선원정책과의 업무범위는 선원법상 선원인 20톤 이상 어선에만 해당된다. 국내어선의 절대다수인 연안어선에 승선하는 선원들은 선원정책과의 소관업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수산정책관실 소득복지과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는 어선원 보험업무 등 업무영역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어선원의 육성과 복지, 안전관리 등에 있어 통합된 어선원 정책을 수립·집행하기 위한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연구실장은 “현재 해수부내에서는 어선원 관련업무가 분산돼 있어 전체적인 정비가 어려우며 특히 어업작업재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20톤 미만 어선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해수부 내에 통합적인 어선원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 어선원 정책을 수립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수산업계 내부의 자구노력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수산업은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3D직업을 넘어 ‘원격지 근무(Distance)’까지 더해진 4D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선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어선에 자신의 자녀를 승선시킬 수 있나”라며 “내 자녀를 태우지 못하는 어선이라면 다른 사람도 승선하기 싫어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원들의 처우에 대한 수산업계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어선원 감소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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