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 시세 지속…지난해 수준만 돼도 다행

[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육계 업계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복시즌 특수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육계협회에서 발표한 육계 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육계 도매가는 kg당 1190원으로 지난해 보다 48% 하락하는 등 지난해 12월 1490원을 기록하며 반짝 상승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생닭 가격이 1500원 이상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생계 시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 육계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육계협회 회원으로 소속된 육계 계열화 업체들은 지난해에만 12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1/4분기에만 약 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업계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업체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복 시즌을 맞아 닭고기 시장이 특수를 누리며 반등하길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닭고기 전문기업 참프레 관계자는 “이달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물량이 10~15% 정도 빠진 것은 물론 복 시즌에 인기가 많은 삼계탕 레토르트 물량도 지난달 6%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복 시즌을 앞두고 삼계도 20만 마리에서 60~70만 마리로 늘렸지만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세로 소비 심리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물량을 소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올해 복 시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특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물량이 소진돼도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생계 가격 상승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올여름이 어느 때보다 무더울 것이라는 기상 관측이 나온 만큼 닭고기 가격이 지난해보다는 소폭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심민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육계 연구원은 “계열 업체별로 입식 조절을 진행해 7월 도계마릿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생계 가격이 평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보다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또한 삼계와 토종닭 물량도 조금 줄어들었고 여름철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만큼 무더운 날씨로 인해 닭 소비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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