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찰부터 보상까지' 체계적 시스템 갖춰져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고 충분한 예산확보로
피해농가 구제에 적극 나서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上) 위기의 과수산업

(中) 허술한 관리체계

(下)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과수화상병은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부터 6월 23일까지 500농가, 271.4ha에서 확진됐다. 이는 과수화상병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고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의 발생농가수와 매몰면적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과수화상병 예방과 방제에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과수화상병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전체 동시방제 시스템 구축과 컨트롤타워 조성 등이 요구된다. 사진은 과수원에서 방제활동을 펼치는 모습.

# 올해 변경한 매몰·방제기준 논란

과수화상병 발생상황이 심각해지자 농총진흥청은 지난 6월 24일 발생동향과 더불어 방제동향, 제도개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확진 농가를 대상으로 매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올해 변경된 매몰·방제기준 등 방제범위에 대해 다시한번 설명했다. 과수화상병이 한 주만 발생해도 농장 전체를 매몰하던 것을 올해 기존 발생 지역에서는 발생주율이 5%미만인 경우에 한해 발생주만 제거하는 부분·선별 방제로 변경해 오히려 농가의 신고가 지연되는 등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현장연구를 강화하고, 농작물병해충 예찰방제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예찰과 방제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발표 역시 지난해 밝혔던 예방대책, 공적방제대책, 손실보상대책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추후 논의될 구체적인 세부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지역 전체 동시방제 시스템 필요

현장에서는 단순히 예방약제만을 지급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예찰부터 보상까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약효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고령농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모든 농가가 적기에 적합한 형태로 방제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소수의 농가가 예방이나 방제에 실패해도 지역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기 때문에 방제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파경로, 잠복기 등을 감안한 종합적인 예찰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과 과수화상병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한 보상체계도 갖춰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농업인은 “한 농가라도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지역 전체가 위험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방제를 농가에 맡기기 보다는 지역 전체를 동시에 방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는 정부나 지자체, 농협 등 체계적인 방제가 가능한 조직이나 기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물보호제(농약) 업계 한 관계자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제약제(예방제·치료제)의 개발·공급이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발생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체계와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며 “과수화상병은 피해가 심각한 만큼 국가에서 책임감 있는 중장기 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예산 확보위한 법 개정도 추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예산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과수화상병 방제대책에서도 예산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과수화상병 피해가 심각한 충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종배 의원(미래통합, 충주)은 지난 6월 9일 과수화상병을 비롯한 식물병해충을 사회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에는 과수화상병 피해농가에 대해 농수산업경영회생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안’까지 발의했다. 과수화상병이 확산되면서 농가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예산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에 사회재난에 포함시켜 대응하는 한편 피해농가 구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과수화상병의 유입과 피해정도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워 국가와 지자체에서 대응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며 “농가에 대한 생활 안정지원, 간접지원, 피해수습지원 등에 예비비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가의 가계안정과 농업소득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엄격한 매몰·과학적 방제기반 구축

매몰·방제기준 변경에 큰 우려를 나타냈던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현재의 과수화상병 방역체계 문제점과 한계를 밝히며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과수화상병 재발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을 중심으로 지난 5년간 예찰과 방제, 매몰 등 강화조치를 시행했음에도 매년 재발된데 이어 올해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우리나라의 과수화상병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조사관에 따르면 우선 치료제의 부재로 과수화상병 세균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않았으며, 방제제와 방제기술, 치료제가 연구·개발돼 있지 않아 방제체계 개선이 어려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해 매몰·방제기준을 농진청이 효율성을 이유로 선별적 매몰·방제로 바꿔 손실보상금에 대한 재정부담과 농가 불만은 완화했으나 근원적인 확산을 저지하는데 실패하는 주요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정부가 중점관리했던 과거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확산이 이뤄지고 있어 예방방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연구와 현장 검증이 미흡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장 조사관은 과수화상병 등 식물방제를 전담하는 정부조직이 부재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과수산업계가 주체적으로 참여한 민관협력 체계가 운용되지 않아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장 조사관은 △엄격한 매몰기준 적용 △역학조사 결과에 근거한 예찰과 방제 대책 재정립 △치료제 개발과 예방·방제체계에 대한 과학적 기반 구축을 위한 장기적 투자 확대 △농식품부 내 동물방역 총괄조직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식물방역총괄조직 신설 △과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장단기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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