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上) 변화와 성과
(中) 거래 참여자 반응은
(下) 보완점은

 

신뢰 최우선…고품질 농산물 확보해야 
문제 많은 출하자 패널티 강화로 신뢰확보
거래방식 간소화, 물류시스템도 개선해야

 

농협은 농산물 출하자와 거래자의 참여도를 높여 온라인농산물거래소(이하 온라인거래소)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향후 온라인거래소가 비대면 거래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거래 참여자들의 새로운 판로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 본다. 

 

고품질 농산물 확보 위한 다양한 노력 필요

지속적으로 온라인거래소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바로 상품의 품질에 대한 문제다. 아직까지 품질과 관련한 불만이 접수된 적은 없지만 거래 참여자들은 향후 품질 문제가 일종의 ‘골칫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는 데 큰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햇양파 시즌이라 품질이 대동소이해 당장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지만 1~2월 묵은 양파가 나오는 때가 되면 품질과 관련한 각종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다”며 “기존에 산지와 직접 거래하던 입장에선 온라인거래소를 통해도 가격적인 메리트가 크지 않은 마당에 품질까지 문제가 생기면 굳이 온라인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도 “겉은 멀쩡해도 안쪽이 썩어 들어가는 양파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육안 또는 촉감으로 구별이 안된다”며 “비파괴선별기 등의 기계로는 선별이 가능하지만 1조당 1억 원 가량 하는 고가의 기계여서 규모가 작은 곳에선 구입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거래실적 등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적립해 추후 기계 구입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저리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품질 관리와 관련해선 산지 주재원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컸다. 대면 거래에선 서로 이해하고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일도 비대면 거래에선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산지 주재원을 좀 더 늘려 원활한 의사소통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불만사항 발생 시 처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페널티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지역농협 관계자는 “현재는 상품의 질이나 물류 등에서 불만이 제기돼도 산지주재원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며 “예시 등을 통해 불만사항 해결과정 등의 구체적 내용을 미리 출하자와 구매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빈번하게 문제를 발생시키는 출하자 등에 대해선 페널티를 강화해 온라인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플 개발·물류센터 수집배송 필요

거래방식 간소화와 물류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정가거래의 경우 출하자와 구매자가 거래 완료까지 몇 번을 번갈아 승인해야 하는 데서 오는 번거로움이 크다는 불만이 있었다. 현재는 거래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담당자가 PC에서 승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거래 과정을 단순화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온라인 거래상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면 하루빨리 어플 등을 개발해 핸드폰으로도 이같은 승인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류 시스템과 관련해선 소량 판매도 가능하도록 물류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트럭 한 차 분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물류비 손해가 발생한다. 농협은 최소거래단위를 기존 6~7파렛트에서 1파렛트 이상으로 변경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물류비 부담을 느끼는 출하자들이 소량 거래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수집해 한꺼번에 배송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대로 안착되도록 성과·실적 위주 사업 지양해야

농협 공판사업분사는 사업 초기, 출하처가 15개 내외이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현재는 출하처를 대폭 늘리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출하처 입장에선 여전히 오프라인을 통한 기존 거래처 납품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어 온라인 등록 물량이 부족해 거래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지속적으로 냉장·창고업체·식자재마트 등 매매참가인과 조합공판장을 포함한 84개소의 우수 중도매인의 거래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농협 내 통합마케팅조직과 수급안정사업 참여 농협 등을 대상으로도 출하처 등록과 거래를 유도하고 있으며, 향후 규격화와 품질표준화가 가능한 공선출하조직을 우선으로 추가 등록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협은 오는 8월 말까지 총 70개소 출하처 등록과 144개소 구매자 거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기준 온라인거래소를 통해 출하처는 총 39개소, 구매 업체(구매자·매참인)는 68개소였다. 

하지만 성과·실적 위주의 사업 추진보다 온라인거래소의 역할을 고민하며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성과·실적 위주로 농협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온라인거래소를 통하면 가격 주도권을 쥘 수 있다든지 다른 곳에선 구할 수 없는 상품이 있다든지 특장점이 먼저 알려져야 하는데 자칫 불필요하게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T 사이버거래소의 경우 초기 실적을 좀 냈다고는 하지만 결국 오프라인에서 거래하던 이들을 온라인을 통해 가게 하면서 오히려 유통단계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 됐다”며 “농협 온라인거래소도 이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농산물 시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고 차차 거래량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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