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공급, 우선순위 밀려나선 안돼
유입량·공급량·사용량 계측·계량…데이터 구축 시급
농업용수 관리주체 조직·예산 확대 필요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상> 부처 간 ‘방어’보다 ‘협력’으로

<하> 남아있는 농업계 우려는

 

통합물관리 체제가 구축되는 가운데 농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물 이용료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농업용수 공급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물관리에 대한 농업계의 우려와 개선과제를 짚어봤다.

▲ 통합물관리 체제 속에서 농업용수를 더 효율적·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에서 농경지로 농업용수를 흘려보내는 모습.

# 농업용수 공급 차질·수세 등 농업인 우려 남아있어

농업계는 통합물관리 체제에서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거나 물 이용료를 내야하는 상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생활·공업·농업용수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제에선 용수의 용도를 한정하기보단 여러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발전용이나 농업용수 공급용 댐과 저수지도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체제에선 물 부족 시 생활·공업·농업용수 간 공급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거나, 수요량 예측 실패로 인해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는 상황 등이 우려된다.

또한 통합물관리를 위한 최상위법인 ‘물관리기본법’은 물 사용의 허가제와 사용자 비용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통합물관리 체제에선 농업용수의 관행수리권을 허가수리권으로 전환하거나 물 이용료, 혹은 물 공급시설의 관리·유지 비용을 농업인이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통합물관리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농업인 입장에선 여러 용수 중 농업용수의 공급 우선순위가 낮아질까 하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도작은 물론 용수 공급 시기와 양이 다른 밭작물의 재배도 늘고 있는데 현 체제에서도 어려움이 있어 온 농업용수 공급을 통합물관리 체제에선 더 원활하게 진행할 거라 약속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 농업용수 유입·사용량 계측·계량·DB화부터

통합물관리에 기여하면서 농업인의 우려를 반영해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구축하려면 농업용수의 유입량과 공급량, 사용량 등을 계측·계량하고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 우선시된다.

국내 연간 농업용수 공급량은 약 80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치는 실제 모든 용수공급 시설에서의 공급량을 계측하는 것이 아니라 계측기가 설치된 일부 저수지의 저수율 변화 등을 통해 산정한 값이다. 아울러 농업용 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의 양과 저수지나 양수장, 취입보 등에서 공급된 농업용수가 농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유실되는 양의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국내 경지면적은 2010년 171만ha에서 지난해 158ha까지 줄었으나 농업용수 공급량은 줄지 않고 있는 것을 문제 삼는 의견도 나오나, 파악된 농업용수 공급량 자체가 정확한 근거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업용수의 유입량과 공급량, 사용량 등이 정확히 계측되고 자료화돼야 여유 수량의 산정과 농업용수의 타 이용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농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농업용수 관련 제도·조직·예산 개선해야

통합물관리 체제에선 기존 농업용수 정책에서 벗어나면서 관련 조직과 예산 확대가 요구된다.

통합물관리 체제에선 유역 내 생활·공업·농업용수 등이 모두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현재 국내 용수의 41%는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통합물관리 체제에서 농업용수를 낭비와 손실 없이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특히 강조된다.

그러나 농업용수 법령계획인 ‘농어촌용수이용합리화계획’이 그간 농지이용계획의 하부계획 수준으로 다뤄져 오는 등 농업용수 정책의 중요도가 높지 않았으며, 농업용수 관리 조직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 1개과가 담당해 왔다. 지역단위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지자체가 이원화해 농업용수를 관리해 왔다.

이는 환경부의 물통합정책국, 물환경정책국, 수자원정책국 등 3국이 통합물관리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유역환경청 등 지방조직과 수자원공사 등 산하기관도 있는 것과 비교된다. 농업용수 관련 예산도 1조7000억 원 수준인 것에 비해 환경부·국토부의 물관련 예산은 4조70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최경숙 경북대 교수는 “통합물관리 체제에선 농업용수와 하천수 간 호환과 편익 교환 등이 강조되나 현재와 같은 농업용수 인프라 수준으론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농업용수와 관리주체에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관련 제도와 조직을 확대하고 예산도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끝>

서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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