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혼란 방지·선택권 보장 차원 법개정 추진

[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국내 수출제품 신뢰도 향상
식품 폐기량 감소 효과 기대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내 낙농업계에서는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은 매대에 진열된 다양한 유제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 혼란 방지와 선택권 보장, 국제 기준과의 조화를 위해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일인 소비기한(Use by date) 도입을 추진하면서 제도 시행시 국내 낙농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제도의 세부 추진 내용에 대해 구체화된 것이 없긴 하지만 신선식품인 우유를 취급하는 국내 낙농업계에서는 소비기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소비기한의 도입 목적과 추진 방향 등 현재까지 드러난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 국내 낙농업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상, 하에 걸쳐 심도 있게 짚어본다.

 

# 식량 손실 예방 차원에서 필요

식약처는 식품의 경우 적정 보관 시 유통기한이 경과한 후에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함에도 소비자 다수가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면서 버려지는 식품이 많기 때문에 식량 손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소비기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보건산업진흥원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식품 폐기 손실 비용은 소비자의 경우 9500억 원, 제조업체는 5900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소비기한 도입 시 식품 폐기 비용 절감 효과는 소비자 3000억 원, 생산자 176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는 “모든 식품에서 잔존 식품기한 감소에 따라 소비자 지불의사가 감소해 소비자 후생과 생산자 매출이 모두 감소한다”며 “특히 우유의 경우 전체 잔존 식품기한 중 43.7%가 남은 시점에서부터 구매의사가 0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통기한 제도 도입 당시에는 유통 환경이 미흡해 안전계수를 충분히 높게 적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식품 제조·포장 기술이 발달한 것은 물론 냉장유통 시스템이 확충되는 등 유통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에 판매자 중심의 일자 표시를 식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종동 식약처 과장은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EU(유럽연합),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으며 CODEX와 영국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판단에 유통기한을 삭제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985년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지속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도록 각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과장은 “수입제품 현품에는 소비기한이 표시되고 한글표시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되는 등 국가 간 일자 표시 불일치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는 문제도 있다”며 “이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국제 조화와 국내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소비기한 도입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와 산업체 편익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

그동안 소비기한 도입을 위해 소비자단체, 산업계, 학계 등의 전문가 회의와 토론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정책 자문을 구해 온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제2회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2020을 개최하고 소비자 중심의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날 포럼에서 오는 9월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개최, 소비자단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제조·유통업계 준비사항과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후 오는 12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도는 소비자 혼란 방지와 선택권 보장 등과 더불어 안전을 기본으로 소비자와 산업체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식약처는 소비자 인식개선과 올바른 식습관 지원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과학적 소비기한 설정과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체와 정부 등과의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낙농육우협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한국유가공협회 등 국내 낙농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인 우유에 소비기한이 적용되면 오히려 소비자 안전이 우려된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낙육협 관계자는 “섣부른 제도 도입 시 변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기한에 대한 불신은 물론 소비자들이 국산 흰우유를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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