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확산...곡물·육류 생산량 늘려 위기 대응해야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좁은 국토면적 극복 위해 
농경지 면적 확장 등 
곡물생산량 증대 정책 필요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바꿨다.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경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과 수급에도 차질을 빚는 등 저마다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약 8억2100만 명이 ‘아주 굶거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영양실조’ 상태로 집계됐다. 또한 영양 부족 인구는 2015년 7억7700만 명에서 2018년 8억2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2050년에는 세계인구는 95억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다.

전문가들은 인구증가세와 비례했을 때 농산물 생산은 현재보다 약 70% 이상 증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각 국가들이 충분한 수량과 만족할 만한 품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확보가 가능하고 소비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경제가 악화된 가운데 많은 양의 곡물을 수출했던 나라들은 수출을 제한하기도 하는 등 자국의 식량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 3월 임시적으로 쌀 수출을 제한했다가 4월 들어 지난해 대비 40% 감소한 물량을 수출하기 시작해 현재는 수출 제한을 해제한 상태다. 캄보디아도 베트남에 이어 쌀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밀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 3월 20일부터 10일간 모든 종류의 곡물을 일시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한다고 발표했으며 카자흐스탄은 밀가루를 비롯한 주요 식품의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은 쌀 수매를 사상 최대로 확대하며 한 때 세계 곡물시장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과 2008년 있었던 국제 금융위기와 세계 곡물가격 폭등사태 등과 2011년, 2012년에도 있었던 세계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국내 식품과 배합사료 물가 급등을 상기하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식량 생산량 늘리는 정책 실현해야

하지만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이 2016~2018년 최근 3년간 100.8%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는 최하위 수준인 22.5%에 그치는 등 국내 곡물 생산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특히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737만 톤의 곡물을 수입했는데 곡물 수입량의 약 80%는 곡물 메이저 업체와 일본계 종합상사를 통해 수입됐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2만ha 씩 농지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이 1억2000만ha 정도의 농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농지가 그 이하 면적으로 줄어들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제대국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화 과정을 거쳤지만 식량정책 측면에서보면 OECD의 회원국 중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곡물자급률이 100%를 훌쩍 넘지만, 우리나라는 20% 초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보다 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이스라엘과 아이슬란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식량 수출금지와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 체제가 안전할 수 없다는 것만은 자명하다”며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식량을 자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세계 분업체계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 리스크(위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류자급률 또한 높여야

전문가들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수요 증가분이 가장 클 시기를 2050년으로 보고 있다.

인구증가와 더불어 소득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바로 육류 소비량 증가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닭은 연간 약 600억 마리, 소는 3억 마리, 돼지는 13억 마리 등이 소비되고 있다.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사료용 곡물은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며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 만큼 곡물 소비량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이므로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입량 중 약 4분의 3을 사료 원료로 쓰이는 곡물이 차지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정도의 곡물 전문 유통기업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내 도축장 운영 중단 등으로 축산물 수급에 잠시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봤을 때 우리나라 또한 육류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이미 생산량을 초과했지만 필요한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내년도 미국산 돼지고기와 유럽산 돼지고기를 시작으로 축산물 관세 철폐가 예정돼 있어 자급률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산 돼지고기와 유럽산 돼지고기부터 시작해 2026년 미국산 소고기, 2028년 호주산 소고기, 2029년 뉴질랜드산과 캐나다산 소고기에 부과되는 관세가 철폐된다.

1999년 76.7%를 기록했던 육류 자급률은 수입 개방으로 인해 2005년 74.6%에서 지난해 65.5%로 감소했다.

축종별로 보면 소고기는 36.5%, 돼지고기는 69.7%, 닭고기는 76.7%, 계란은 99.4%, 우유는 48.5%를 기록했다.

이 명예교수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토가 좁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경지 면적을 늘리는 정책과 더불어 이모작 등을 통해 곡물 생산을 늘리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환경문제를 극복하면서 안전성은 높이고 폐기물은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범 부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식량안보 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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