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전 세계적인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기후 변화에 따른 불안정한 식량생산 등을 비롯해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은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 의식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로부터 어떤 점에 주목해 대응체계를 갖춰야 하는지 들어봤다.

 

■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

식량수입국의 민낯
공급 리스크 재검토해야

대한민국은 비교우위 이론의 관점에서 우등생이다. 비교우위론은 각 국가별로 상품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각국은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특화해 생산하고 이를 무역으로 교환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론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업국가였던 우리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정책에 성공하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이제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축소됐다. 대부분의 경제대국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화 과정을 거쳤지만 식량정책 측면에서는 사뭇 차이가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회원국 중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곡물자급률이 100%를 훌쩍 넘지만, 우리나라는 20% 초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보다 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이스라엘과 아이슬란드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하고 있어 식량수입국의 민낯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2018년 기준 3%, 사료를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9% 수준에 불과하다. 서류와 콩을 제외하면 다른 식량작물들의 자급률은 1~2%에 그치는 것도 있다.

물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식량을 자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효율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세계 분업체계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 리스크(위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량 수출금지와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 체제가 안전할 수 없다는 것만은 자명하다.

 

■ 최지현 GS&J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식량위기 시 대응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해야

우리나라의 사료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7%로 연간 1500만 톤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실질적인 곡물 확보 수단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곡물 조달과 비축은 민간의 책임 하에 수행되고 있어 국제곡물의 수급 불안요인 발생 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워 식량위기 시 국가단위의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첫째, 적정물량의 식용과 사료원료곡물을 비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배합사료안정기금’과 ‘배합사료공급안정기구’ 운용을 통해 공공비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료안정기금(가칭)’을 설치하고, 사료곡물을 포함한 밀 등 주요곡물에 대해 곡물비축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둘째, 위기 상황 시 국내 반입 관련 제도는 있으나 강제성은 없어 정부 차원의 국내 안정적 수요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기발생 시를 대비한 사전계약제도 운영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상대국의 수출 제한에 대비 국가차원에서 수출국과 MOU 체결 등 사전조치도 요구된다.

셋째, 국제곡물의 생산, 물류, 수출 등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기업에 대해 해외농업 개발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농협(젠노),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해외 수출터미널(미국 강변 엘리베이터 등) 확보 등 원료 조달 체계를 구축했다. 젠노는 미국 산지에 곡물 엘리베이터 60여 개를 확보하고 있고, 중국 국영 곡물식품공사(COFCO)는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에 산지엘리베이터와 곡물터미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식량위기의 피해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도 이러한 재난에 대비해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국민의 식량에 대한 기본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식량안보, 적정 수준 담보
축종별 사육범위 정해야

축산도 식량안보와 관련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지금까지의 식량위기는 주로 기상이변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부족이 그것이다.

농산물은 가격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적어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크게 증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식량안보는 100%의 식량 확보가 목표가 돼야 한다. 전 세계가 복잡하게 연관된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 국민이 소비할 식량의 100%를 조달할 방법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지난 30~40년 동안 우리나라의 축산물 생산과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됐다. 2017년 말 우리나라 육류의 자급률은 66.7%, 2019년 소고기 자급률은 30.9%였다, 지난 20~30년 간 우리나라 소고기 자급률을 보면 대체로 30~47% 내외였다. 생산을 능가하는 수요가 늘 있어 왔다는 것이다. 소고기를 자급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소를 약 1000만 마리를 사육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우유까지 생각한다면,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이미 축산분야에서 발생되는 양분총량이 우리나라 국토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분야에서 주장하는 것 같이 축산을 포기하면 어떨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소고기 수입량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소고기 가격이 상승했다.

최근에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중국 내 돼지가 살처분 되면서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될 것이 분명하다. 2016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AI 발생으로 계란공급이 감소돼 계란가격이 치솟고, 급기야는 계란을 수입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었다.

우리나라에서 축산물 생산을 포기한다면 이는 결국 국민들의 가계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식량안보를 적정하게 담보하는 수준에서 우리나라에서 사육 가능한 축종별 사육범위를 정해야 한다.

 

■ 김유용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

축산물 자급률 향상으로
식량안보를

2018년 8월 중국에서 발생한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아시아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2019년 9월 발생해 DMZ 주변을 중심으로 약 43만 마리의 돼지가 안락사 당했다. 게다가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ASF, 코로나19 등의 발생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돈육수출국들은 중국, 베트남 등지로 수출을 기대했다. 하지만 돼지고기 주요 수출국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도축장 종업원들과 돼지고기의 유통과 수출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감염으로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기대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규모 도축장들이 일시에 폐쇄되면서 양돈장의 비육돈출하가 불가능해지고 미국의 마트에서 축산물을 제한 판매하는 기현상이 생겨나기도 했다. 국내에선 지난 1월 돈육가격이 kg당 2023원까지 폭락하다가 개학 연기, 재택근무, 수입 돼지고기물량이 2019년 동기간에 비해 약 30%가 감소하면서 지난 3월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공급량이 전체 소비량의 약 70%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돈육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곡물의 경우 소맥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수출을 금지했고, 베트남도 쌀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민들의 먹거리 확보에 최우선을 두는 것을 볼 때 무엇보다 국내산 돈육의 자급률이 75%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양돈업계는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돈육의 원활한 수급이 가능하고, 대외적인 요소에 의해 돈육공급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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