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곡물 대부분 수입에 의존…흔들리는 식량안보
보호무역주의 확산
자유무역 통한 식량안보 위협
주요 곡물의 곡물비축제도 운영 필요
이모작 등 곡물 생산 늘려야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은 2018년 글로벌 상위 10대 리스크로 극심한 기상 이변, 자연 재해, 기후변화 대응 실패 등을 꼽았다. 특히 물과 식량난은 영향력 측면에서 이들 못지 않게 국제적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리스크로 주목됐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물부족이 이미 국가간 분쟁요소로 등장한데 이어 세계 인구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불안정한 식량생산은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전 세계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의존도가 심각한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에 대한 보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미래를 준비하는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 54.2%이던 국내 식량자급률이 2018년에는 46.7%까지 하락했다. 또 곡물의 국내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인 곡물자급률은 21.7%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급률이 97%대인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은 3.3%로 뚝 떨어진다. 대부분 식용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이 같은 식량자급률 상황은 국제 곡물 수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료원료의 해외의존도 역시 매년 심화되고 있다. 농림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료원료의 수입의존율은 지난해 72.6%로 사료원료 자급률은 27.4%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사료원료 자급률도 착유용 대두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료원료의 실질적 국내 자급률은 5% 안팎에 머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여기에다 최근 미·중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자유무역을 통한 식량안보가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 안보 차원의 자급률 제고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하고 있어 식량수입국의 민낯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2018년 기준 3%, 사료를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9% 수준에 불과하며 서류와 콩을 제외하면 다른 식량작물들의 자급률은 1~2%에 그치는 것도 있다”면서 “식량 수출금지와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은 가격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적다보니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크게 오르는데 이는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 적게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식량안보는 100%의 식량 확보가 목표가 돼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우리나라 국민이 소비할 식량의 100%를 조달할 방법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현 GS&J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식량위기는 몇 십년만에 한번 오더라도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면 피해 수준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원료곡물 비축을 위해 필요한 별도의 사일로 건축 등 하드웨어 설치 비용과 저장비용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가칭 ‘사료안정기금’을 설치하고, 사료곡물을 포함한 밀 등 주요 곡물에 대해 곡물비축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위기발생 시 국내 민간 기업이 외국의 곡물 주산지에 확보한 곡물수출터미널로부터 필요곡물을 조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사전계약제도 운영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상대국의 수출 제한에 대비해 국가차원에서 수출국과의 MOU(업무협약) 체결 등 사전조치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경지 면적을 늘리고, 이모작 등을 통해 곡물 생산을 늘리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범 부처 차원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식량 안보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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