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과 경기화학이 각각 구조조정, 외국기업과의 합병 등을 추진하면서 국내 비료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남해화학의 경우 국내 비료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를, 경기화학은 세계적인 원료망을 확보하고 있는 미쓰비시상사 컨소시엄을 등에 엎고 있어 비료업계에 새틀이 짜여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황
남해화학은 최근 비료사업부문을 기존 남해화학(주)으로, 정밀화학부문을 (주)휴켐스란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사업을 분할한다고 밝혔다.
남해화학은 오는 9월 15일까지 이같은 계획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아래 이미 지난달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데 이어 주주확정, 분할계획서 승인등 세부적인 분할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해화학은 특히 사업부문별 분할을 실시한후 비료사업부문을 담당하는 남해화학을 종합농자재회사로 전환하고, 원활한 비료공급을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법정관리상태인 경기화학의 채권단은 이미 세계적인 비료회사 미쓰비시상사 컨소시엄, G&F CRC와 인수· 합병(M&A)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이어 미쓰비시측은 인천지방법원에 경기화학 인수를 위한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이에따라 경기화학 채권단측과 미쓰비시상사 컨소심엄측은 현재 세부적인 인수절차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늦어도 오는 9월초쯤에는 매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배경과 전망
업계에서는 이같은 남해화학과 경기화학의 변화를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평가하고 있다.
농산물시장개방으로 인해 농업환경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는데다 비료가 남아돌고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란 위기의식에서 나온 자구책이란 것이다.
비료업계는 그러면서도 남해와 경기등 두회사의 이같은 변화가 미칠 파급효과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경기화학의 경우 미쓰비시상사 컨소시엄과 매각협상이 최종 마무리되면 선진 마케팅기법과 기술력을 도입, 국내 비료산업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막대한 자금력을 통한 물량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관계자는 “미쓰비시가 국내시장에 기왕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라면 국내 비료시장을 조기에 잠식하기 위해 비료가격인하등 덤핑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쓰비시는 복합비료 원료취급율이 세계의 30%를 점하고 있는데다 남해화학이 생산중단한 요소조달능력이 단연 세계최고를 자랑하고 있어 경기화학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진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여기다가 법정관리상태에서는 품질개선, 생산시설 교체등 자금활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으나 매각이 마무리되면 품질향상을 위한 투자가 자유로워져 타업체들로서는 위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남해화학의 변화에 대해서는 경기화학에 보인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날카로운 시각을 보내고 있다.

비료업계의 구조상 비료만 갖고는 흑자로 전화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볼 때 그동안 정밀화학부분의 이익으로 비료사업부분의 적자를 메워온 남해화학이 비료를 독립적으로 운영, 흑자를 낼 수 있겠느냐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볼 때 남해화학이 비료와 정밀화학분야를 분할, 독자운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저변에는 농협중앙회의 비료유통망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확고한 판단이다.

업계관계자는 “남해화학은 전국적으로 100여개나 되는 대리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을 통한 영업보다는 단위조합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곧 객관적인 공급체계를 갖춰야할 농협중앙회를 독점공급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기화학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남해화학은 농협중앙회 비료공급의 독점을 의도하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대응
선진기술 및 막대한 자금력, 세계 최고의 원료공급능력 등을 지닌 미쓰비시상사 컨소시엄의 국내시장 진출과 농협중앙회의 비료유통 독점능력을 가지고 있는 남해화학의 변화를 바라보는 업계는 기운없는 한숨만 쏟아내고 있다.
열악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지닌 대부분의 업체들은 국내 최고 비료회사인 남해화학과 경기화학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비료공급정책을 폐지해 서둘러 자유경쟁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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