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안팎 침수시 유기물 청소·소독은 필수…
가축 위생관리·사료급이 신경써야

[농수축산신문=홍정민·안희경·송형근·이호동 기자]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철 폭염 심화 전망

가축 고온스트레스 해소 위해
차광막·송풍팬 등 활용
축사 내 온·습도 관리 만전 기해야

 

최근 집중호우로 축산농가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피해농가에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생계비 등을 지급할 계획이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농가의 조속한 피해 복구와 경영 안정을 위해 가능한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집중호우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난 10일부터 지자체, 농·축협, 생산자단체 등과 함께 침수된 축사에서 토사를 정리하고 전기 점검과 더불어 전염병 예방, 확산 방지 등을 위한 축사 소독·방제, 폐사체 처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비 피해를 입지 않은 농가도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축 사양관리와 축사 시설 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긴 장마와 집중호우를 비롯해 폭염, 폭설 등 기상재해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축산 농가의 피해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축산농가에서도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 발생 시 발 빠르게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 가축 200만 마리 이상 폐사

이번 집중호우로 적어도 2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총 2049715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은 전남북 지역으로 특히 전남지역은 한우와 돼지, 오리가 가장 많이 폐사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전남지역에서 한우 856마리가 폐사했고 돼지는 2519마리, 오리는 232055마리가 각각 폐사했다. 닭고기 계열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북은 닭 831240마리가 폐사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충남과 전북에서도 돼지 1461마리와 1650마리가 각각 폐사하면서 집중호우 피해가 이어졌다.

전 축종에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오리농가는 약 90만 마리 규모의 오리 축사가 침수되면서 진입로 유실, 오리 폐사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농가들의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을 우선한 수해 대책을 추진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수해피해를 고려해 농촌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현장감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 올 가을·겨울 날씨도 주목해야

지난 20일 기준 기상청의 1개월 날씨 전망을 살펴보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주평균기온과 주강수량이 각각 평년 22.4~23.6도와 16.6~70.9mm 비슷하겠다. 그러나 덥고 습한 공기의 영향을 받다가 상층 찬 공기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받아 기온 변화가 크고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불안정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3개월 전망에선 평년 14.1도와 비슷하겠지만 9월에는 낮 동안 무더운 날이 있겠고, 10~11월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가운데 북쪽 찬 공기의 영향으로 기온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강수량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193.3~314.0mm)하거나 많겠고, 강수량의 지역차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9~11월 태풍은 평년 수준인 1~2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가을철 동안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는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집중 호우 이후 가축 질병 예방에 만전 기해야

축산농가에서는 이번처럼 장기간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전 대비는 물론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비가 내린 후 축사에 피해가 발생해 가축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 가축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생 관리와 사료 급여 관리에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가축은 질병에 걸린 초기 사료를 먹는 양과 움직임이 다소 줄어들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을 보일 경우 체온과 호흡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오염된 물을 섭취해 발생하는 수인성 질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관리가 필요한데 분변을 관찰해 설사 등 소화기 질환 증상이 없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호흡기 질병에 걸린 소는 배로 호흡을 하고 호흡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질병이 심하게 걸렸을 경우 헐떡거리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코 끝에 콧물이 맺혀있거나 색이 변하면서 악취가 발생하면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집중호우 이후 가축의 질병 감염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료 급여와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료는 기온이 낮은 새벽이나 저녁 시간대에 급이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광물질을 별도로 보충해 주고 신선한 냉수를 함께 먹여주는 것이 좋다. 가축에게 급이하는 배합사료와 풀사료는 건조하게 보관해야 하며 무엇보다 곰팡이로 인한 변질과 부패가 없는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축사 등 관련 시설 관리 철저히 해야

집중호우 이후에는 가축 질병 예방과 더불어 축사 시설 관리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많은 비로 인해 축사 내부와 주변이 침수됐을 경우 침수 장소의 물을 빼내 유기물 등을 깨끗하게 청소해 줘야 하며 이후 소독제를 살포해 감염 위험성이 있는 병원체와 미생물 등을 박멸해야 한다.

이때 닭, 오리 등 가금류의 경우에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에 효력이 있는 소독제를 사용하고 소, 돼지, 염소 등 우제류는 구제역에 효력이 있는 소독제를 써야 한다. 양돈농가에서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에 효력이 있는 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축사 내부에 가축이 있는 상태로 소독을 진행할 경우 구연산 계열의 소독제를 사용해야 하며 가축의 음수로 활용하는 지하수가 오염될 우려가 있을 시 염소제 소독을 진행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축사 안으로 바람이 잘 통하게 주변 장애물들을 옮겨주고 송풍팬을 활용해 습도를 낮춰줘야 한다. 마른 깔짚을 축사 바닥에 충분히 깔아 질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축사 외부 울타리 파손 여부를 점검하고 구멍이 난 곳이 있으면 메우기 작업을 진행해 야생 조수류와 해충, 야생멧돼지의 침입을 막고 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더위에 약한 가축, 고온 스트레스 예방 필수

젖소농장에서 여름철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를 저감하기 위해 송풍팬을 작동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고 있는 모습.
젖소농장에서 여름철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를 저감하기 위해 송풍팬을 작동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고 있는 모습.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평균 10회였던 폭염일수는 2010년대에 평균 15회로 크게 늘었다. 올여름도 긴 장마가 끝난 이후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구온난화 현상 등으로 여름철 폭염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축의 경우 더위로 인해 고온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사료 섭취량이 줄어 즉각적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로는 젖소의 유량 감소, 육계 출하체중 도달 지연 등이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축사 관리와 더불어 장비를 활용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방형 축사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기준으로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 주변 장애물을 미리 제거해 주는 것이 좋으며 윈치커튼과 송풍팬의 작동 여부를 미리 살펴 필요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햇빛을 가려주는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지붕에 열 차단에 도움을 주는 페인트를 칠해 송풍팬과 같이 사용하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더욱 커진다.

밀폐형 축사의 경우 입기와 배기 장치 같은 환기시스템과 쿨링패드, 에어컨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공기 유입을 방해하는 거미줄, 먼지 등을 제거해 줘야 한다. 안개분무와 스프링클러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과도한 사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축사 내 습도를 높여 가축의 더위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온습도지수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육 밀도를 기존 보다 낮춰주는 것도 고온 스트레스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겨울철 대비는 이렇게]

집중호우로 인한 예상하지 못했던 수해, 긴 장마 후 이어지는 폭염 등 이상기후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다가올 겨울철 한파 대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폭설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제적 시설물 관리가 중요해졌다.

실제 2018년 전국적으로 축사 화재는 총 516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우사 89, 돈사 85, 계사 51건 등 약 44%225건이 겨울철에 집중 발생했다.

보통 누전이나 합선에 의한 화재가 대부분이어서 평소 전기시설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겨울철을 앞두고선 보다 더 철저한 전기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설에 대비해 난방 연료나 사료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 1주일 정도의 비상 연료와 사료 등을 비축하고 혹시 모를 정전에 대비해 자가 발전기를 보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협사료 컨설팅지원단 관계자는 오래된 축사 같은 경우에는 결로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누전차단기를 설치해 수시로 점검하는 등 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더불어 다량의 눈이 내리면서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등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지붕 중간마다 버팀목을 설치해 주는 것도 시설물 피해 방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선 피복이 벗겨진 낡고 오래된 배선은 사전에 교체하고 바닥이나 외부에 노출된 전선은 배관 공사를 통해 쥐 등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보온등과 온풍기 등 전열 기구는 정해진 규격과 용량에 맞게 사용하고 합선 방지, 사용 전력 초과 등을 방지하기 위해 용량이 큰 전기 기구들은 동시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축재해보험 또한 미리 가입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고축산업, 기후 위기에서 살아남기
-이유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 연구사

올해만큼 급격한 기후변화를 체감한 때가 있었을까.

때 이른 6월 더위는 62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50일 넘게 이어진 장마로 누적 강수량은 이미 1년 평균 강수량의 두 배를 넘어섰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를 복구하기도 벅찬 데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하는 상황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일손이 달리던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기후변화가 사람뿐 아니라 가축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21세기 말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최대 5.9도 상승하고 폭염일수는 31.9일로 현재의 4.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축이 느끼는 더위 스트레스를 수치화한 여름철 가축더위지수의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 전망을 살펴보면 가축 사육환경이 양호함을 의미하는 녹색이 차지하는 면적이 점차 줄고 폐사 확률이 높은 적색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위로 인한 가축 피해가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축 생산성 피해는 급증하고 이는 고스란히 농민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축산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며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의 모색이다. 가축이 사료를 먹고 소화하는 과정과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양을 정확히 산정하고 체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 고유 배출계수를 개발하고 소화기관으로부터 생성되는 메탄을 억제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축종별 더위 정도에 따른 생리적 변화를 확인하고 고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개발하고 있다. 여름철에 가축의 열 상승과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다양한 사료 활용기술을 평가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의 시계를 늦추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기후 위기에서 축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슬기로운 대응을 하루빨리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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