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 국내 야생 멧돼지의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소식은 양돈 농가와 방역 당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일부 양돈 농가를 시작으로 재입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은 재발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방역 당국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2월 6일 기준으로 총 842건의 멧돼지가 ASF 양성판정을 받았다. 우려하는 부분은 발생 지역이 점차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SF의 매개 동물인 야생 멧돼지의 관리를 위해 환경부는 그동안 약 1053km에 달하는 멧돼지 차단 울타리를 설치했고 새로 발생지역이 생기면 추가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또한 멧돼지 발생지역에 제한적 총기포획을 실시하는 한편, 포획틀과 포획트랩의 집중적 설치를 통해 멧돼지 제거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 같은 대응의 근거는 헝가리의 경우 적극적인 야생멧돼지 폐사체 제거와 포획 조치를 통한 5000건 이상의 양성 멧돼지 제거 노력이라고 평가받는데 있다.

반면 폴란드와 루마니아 같이 결국 집돼지에서 발생한 사례는 우리의 방역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집돼지의 ASF 발생은 양돈장 자체의 차단방역 노력에 외부 위험요인인 ASF 양성 맷돼지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멧돼지의 ASF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새로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먼저 ASF 같은 야생동물 매개 국가재난형 동물 감염병의 제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를 포함한 다부처가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관리조직이 필요하다. 집돼지와 멧돼지의 관리가 농식품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전문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알지만 한시적이라도 이 문제해결을 위해 두 기관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직 구성이 요구된다.

정부는 ASF 발생 초기 농식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ASF 중앙사고 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함과 동시에 국가재난형 동물 감염병 제어를 위한 매개 동물(멧돼지) 공동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적극 검토해볼 사항이다.

최근의 상황이 동물매개 국가재난형 질병들이 지속적으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대응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게 되는데 지자체의 멧돼지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의 신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또한 국립공원내 국가재난형 동물 질병을 매개하는 야생동물 관리에 대한 문제도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국립공원에서는 야생동물의 포획이 원칙적으로 금지돼있으나 동물 질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제한적이지만 멧돼지 같은 감염병 매개 동물의 포획과 저감 대책을 수립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물 감염병의 남·북 공동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남북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을 통해 신규 감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동물 감염병 공동 대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ASF가 종식될 날은 올 것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새로운 동물 감염병이 유입되고 창궐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방역 당국의 방역 정책과 발맞춰 농장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차단방역 준수 사항을 꼼꼼히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이제는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