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피해 극심…출하 비상·양파, 출하 늦어질 듯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권익현 부안군수가 동해를 입은 하우스 감자 재배농가를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권익현 부안군수가 동해를 입은 하우스 감자 재배농가를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이어진 한파와 폭설에 이어 지난 18일에도 강설 후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농작물 재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과채류의 경우 충북, 충남 일부 농가의 딸기, 아삭이고추 등이 동해를 입었다. 김제, 부안, 남원에서는 감자, 무안지역에서는 양파를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피해를 봤다.

피해면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월동무와 양배추, 노지감귤 등이 동해를 입어 작황이 저조하고 일부 농가의 경우 출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월동무와 양배추, 노지감귤 등은 수급에 문제가 없겠지만 감자의 경우 동해를 크게 입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전망이다.

# 제주도 농작물 피해 극심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월동무와 양배추, 노지감귤 등 7144ha가 동해를 입었다. 80고지 이상 중산간지역의 월동무 포전의 경우 한파이후 내린 폭설로 동해가 컸다. 80고지 이하의 일부 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동무 등의 채소류는 동해를 입으면 바람들이와 스펀지 현상, 뿌리내부 어린조직 손상, 물러짐, 줄기 동공현상, 이취, 갈변, 균핵병 등이 발생한다.

구좌읍과 성산읍 일대에서 월동무 33만㎡(10만평)를 재배하고 있는 최도균 씨는 “가뭄이후 한파와 폭설로 월동무 동해를 크게 입었다”며 “한파가 장기간 이어졌던 3년 전처럼 목작업(동해를 입은 무 부위를 자르는 작업)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펀지 현상과 이취발생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양성집 구좌농협유통센터 장장은 “우려했던 수준의 피해는 아니지만 해안지역의 경우 120고지 이상 중산간지역에서 동해가 발생했다”며 “전체 수급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포전은 수확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양 장장은 “동해를 입은 무를 포전에 놔두면 피해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수확 후 출하하고 있는데 바람이 들었거나 냄새가 난다는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며 “수확 전 동해를 많이 입은 무는 출하를 자제해야 수취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반입된 일부 월동무에서 냄새가 나고 품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경태 대아청과 무 경매사는 “한파 이후 제주도 월동무 산지를 방문해 포전에서 무를 먹어봤는데 바람이 들어 식감이 좋지 않고 냄새도 났다”며 “중도매인들이 지난 14일 경매장에 반입된 제주도 월동무 일부에서 냄새가 나고 품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최 경매사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무 소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해를 입은 무가 소비지로 반입될 경우 농가수취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동해를 입은 무는 해당부위를 제거한 후 김치공장으로 납품하거나 피해가 큰 무는 산지에서 폐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배추는 월동무 보다 추세가 강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었지만 바람들이, 물러짐 현상 등이 우려되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소비위축으로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노지감귤도 일부지역에서 동해를 입었다. 나무 위쪽에 열린 감귤은 대부분 수확, 출하됐지만 나무 아래쪽에 수확을 앞둔 감귤이 얼어 출하가 어려운 상황이다.

감귤은 얼었다 녹으면 물렁물렁해지고 쓴 맛이 나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강정완 씨는 “마을마다 20농가 정도가 동해를 입었는데 일부 감귤의 경우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등으로 출하, 납품이 어렵고 현지에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감귤가격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이 한파, 폭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 감자 출하 비상... 양파 출하 지연돼

육지에서 가장 많은 동해를 입은 농작물은 감자로 오는 3월부터 출하가 예정돼 있다.

전북지역 지자체와 농협 등에 따르면 김제, 부안, 남원 등의 시설재배 감자가 동해를 입었다.

동해를 크게 입은 감자는 줄기와 잎이 검게 변해 구가 커지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수확, 출하해야 하는 상황이며 대부분의 감자는 상품성이 떨어지고 출하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우 부안천년의솜씨조합공동사업법인 부장은 “지난해 10월말부터 11월 중순 조기 정식된 감자에서 동해가 발생했으며 이는 부안군 전체 감자재배면적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한다”며 “동해를 입으면 수확량이 감소하고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정식을 고민하는 농가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태 김제광활농협 부장은 “한달 후면 수확·출하를 앞둔 감자와 지난해 12월 정식해 오는 3월 이후 출하가 예정된 감자 모두 동해를 입었다”며 “김제지역의 감자 동해면적은 190ha 정도로 파악되며 김제 외에 부안, 남원 등에서도 피해가 크기 때문에 감자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장기간 장마의 영향으로 수해를 입은 남원지역의 농가들은 한파로 인해 농작물 동해까지 입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광성 남원춘향골농협 과장은 “남원지역 감자 재배면적의 3분의 1 가량이 동해를 입어 제 시기에 수확, 출하가 어렵다”며 “감자 줄기가 마르고 썩기 때문에 과가 작아도 조기에 수확, 출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동해를 입은 감자 농가의 경우 대부분 수막재배를 하는데 수막으로 하우스 내 온도를 높이는 게 한계가 있어 가온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남 무안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양파도 일부 동해가 발생해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인균 서울청과 부장은 “조생종 양파가 동해를 입어 생육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출하시기가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늦어질 전망”이라며 “전체 수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상품성은 평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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