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가격이 하락·증가해도 부담
자급률 유지와 공급과잉의 아슬한 경계속에서 축산인은 늘 불안

 

요즘의 축산물 가격을 보자.

지난 겨울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던 계란 가격은 곧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겹살은 金겹살인 반면 산지가격은 폭락해 양돈농가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우 도매 가격도 설 전보다는 떨어졌다.

이러한 이유의 원인을 살펴보자.

계란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AI로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계란의 공급이 감소됐기 때문이다. 삼겹살 가격의 상승은 수요증가 때문이며 돼지 산지가격의 하락은 저지방 부위에 대한 소비 저조로 재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우 도매가격의 급락은 암소의 출하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단 축산물 가격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격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정상인 상태에서 공급이 조금이라도 적거나 많으면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한다. 농산물이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한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어느 재화든 이런 현상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난 30~4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축산물의 공급량(가축 사육마릿수)은 꾸준하게 증가했다. 축산물 공급량이 꾸준하게 증가했다고 가격이 항상 폭락했던 것은 아니다.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수요보다 공급이 조금만 많으면 가격은 여지없이 폭락했다. 항상 적정한 양을 생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측이나 계획적인 생산이 어려운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축 사육마릿수가 꾸준하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 두 가지만으로 줄여서 보자. 일반 재화를 보자. 공급은 스스로 자신의 수요를 창출한다. 이 논리라면 일단 공급이 먼저 있고 이어서 수요(소비)가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대량생산이 주를 이루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선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축산물은 어땠을까? 국내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가 늘 있어 왔다. 축산물의 수입량을 보면 알 수 있다.

축산물 수급실적을 보면, 1970년대까지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합의 자급률은 100%였다. 그 이후 1980년대 후반의 몇 년을 제외하고 축산물 자급률은 감소하면서 2019년에는 65.5%를 기록했다. 같은 해 소고기 자급률은 36.5%였다. 축산물에서도 우리의 먹거리를 많은 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축 사육마릿수가 꾸준하게 증가한 이유는 공급 이상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요를 100%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사육마릿수가 정상범위를 조금만 넘어서면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 상태에서 한우의 경우 사육마릿수가 조금만 더 많아 자급률이 40% 이상이 된다면 한우가격은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는 국내공급을 초과하는데 그러면서도 공급이 적정량보다 조금만 많으면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다. 몰론 여기에는 국내 축산물과 수입육과의 경합관계, 소비자의 선호도 등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축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당연히 축산농가는 수입이 줄어 타격을 입게 된다. 반대로 축산물 가격이 인상되면 축산농가는 수입이 증가하므로 당연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급등했을 경우를 보자.

지난 겨울의 계란 가격을 보자. 계란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하할 계란이 없는 농가에게 높은 가격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렇다고 출하할 계란이 있는 농가는 마냥 좋기만 할까? 지난 겨울 내내 들었던 이야기가 ‘살벌한 장바구니 물가’였다.

어느덧 축산농가는 살벌한 장비구니 물가의 주범이 된 것이다. 축산물의 가격이 하락하면 하락하는 대로, 반대로 가격이 증가해도 축산농가에게는 부담일 뿐이다. 일부 축종에서는 가축 사육마릿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급률 유지와 공급과잉의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축산인은 늘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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