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문성 제고·지속가능성 확보…생산 경쟁력 '업그레이드'
농업, 산지유통 조직·마케팅 규모 정체
지역·생산·농가 서비스 등
마케팅 개념 확장…질적 성장 필요
HMR 등 제품 개발 확대
농협 축산경제-지역축협 힘합쳐
시장대응 나서야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이문예 기자]

산지 교섭력 강화, 거래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농업부문에선 산지조직화와 규모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정부와 농협도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반면 축산부문에선 반대로 농가의 규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우량 송아지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마련 등을 위해 강소·가족농 등 작지만 저력 있는 농가의 육성 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농축산물 생산지에서 각각의 다양한 이유로 진행되고 있는 농가 조직 관련 정책 등을 살펴보고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농업부문]

# 산지 조직화·규모화 속도내야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지 조직화·규모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대형유통업체의 성장 등 점차 소비지 유통이 대형화 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산지의 교섭력 강화, 거래비용 절감 등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다양한 산지조직의 육성, 브랜드화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정부의 산지 조직화 관련 정책은 크게 ‘산지유통조직육성정책’과 ‘산지유통시설지원정책’으로 대표된다. 정책 시행 초기, 개별 조직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을 통해 조직을 육성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2011년 이후에는 규모화·전문화 된 조직을 중심으로 자금 지원과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협도 이 같은 정부 정책의 흐름에 발맞춰 회원제 공동출하·공동계산 조직인 공선출하회를 집중 육성하고, 시·군 단위 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조공법인)과 광역 단위 품목공동사업법인을 조직해 산지유통의 핵심 주체로 육성하는 등 산지 조직화를 추진해 왔다. 농업인 조합원에서 공선출하회, 조합, 조공법인으로 이어지는 산지유통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농협은 지역 조합 등의 기반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산지 조직화·규모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 농협 조직화·규모화 추진 ‘정체’

그러나 공선출하회, 조공법인은 조직수와 사업량 등에서 사업구조 개편 당시 세웠던 목표치에 미달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농협은 2020년 공선출하회 2500개소 육성, 사업실적 5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2019년 말 기준 공선출하회 조직수는 2919개소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실적은 2조1533억 원에 그쳐 내실 있는 사업으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공법인도 2020년 66개소, 사업실적 5조 원을 목표로 했지만 2019년 말 기준 42개소, 3조119억 원으로 목표 대비 60.2% 달성에 그쳤다. 또한 조공법인의 20% 이상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농협 내부 조직인 연합사업단은 운영 과정에서 여러 한계점에 부딪혀 오는 2024년까지 시·군 단위 사업단 절반 가량을 조공법인으로 전환하고 규모가 작은 사업단은 광역 단위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는 연합사업단 구조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산지유통혁신조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다양한 산지유통 관련 정책사업 참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 한단계 도약 위한 마케팅조직의 역할 변화 필요

하지만 현재와 같은 연합사업단, 조공법인 구조로는 통합마케팅 등 실질적 조직화·규모화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연합사업단의 경우엔 농협중앙회나 경제지주 소속으로 상당부분이 지역 조합의 유통 중계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조직의 역할과 역량을 제고해 전문성을 갖추고 실질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 시장의 성장에 따라 산지유통조직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장 소장은 “2000년대에는 대형마트 성장에 따라 산지유통 통합마케팅 조직과 규모가 계속 확대되던 시절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마케팅 조직의 수와 사업량이 정체상태에 있다”며 “산지유통조직 전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조직은 물량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유통 판로 개척과 다양화에 더해 지역과 생산, 회원 농가에 대한 서비스 관점 등으로 마케팅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농산물 품질관리, 작업단 등 인력수급, 농작업 효율화 등의 다양한 개념이 포함된다.

장 소장은 “우리의 산지유통혁신조직은 유럽의 생산자조직인 PO의 형태에서 착안한 개념”이라며 “유럽의 PO도 마케팅 조직이지만 농가수입보장보험 지원이나 친환경 농업 육성 등을 마케팅과 연결하며 공익성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부문]

# 코로나19가 앞당긴 유통환경 변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6%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는 17.5% 증가했는데 이중 주목할 만한 점은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성장을 2019년 대비 50.7%의 급증한 식품군이 견인했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 신선식품 구매액은 전체적으로 20% 이상 상승한 가운데 축산물 구매액은 전년대비 27.5% 성장, 5조6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승철 건국대 교수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상품이 아닌 축산물을 주로 구매하면서 농수산물에 비해 유일하게 kg당 가격이 상승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외식보다 가정에서 식사하는 것을 주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축산물뿐만 아니라 축산물 연관 제품, 가정간편식(HMR) 제품 개발에 더욱 매진하면서 축산물 판매 확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농협 축산경제-지역 축협, 유기적 사업 연계 ‘중요’

이렇듯 코로나19가 불러온 유통 환경의 빠른 변화는 기존 유통 업체들의 온라인 시장 편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축산물 생산·가공·유통단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는 온라인시장의 성장세, 특히 모바일쇼핑 주도권 강화에 주목하고 제품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는 “국산 축산물은 수입 축산물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략, 사육 과정에서의 차별성 어필, 포장 개선, 고객 편의성 제고 등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축산물 판매 활성화를 추진해야 있다”며 “결국에는 실제로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축산물을 잘 팔아야 하는 농협 축산경제와 지역 축협이 사업 추진에 있어서 유기적으로 하나가 돼 영세한 산지 유통 주체들이 개별적으로 하기 힘든 상품의 기획, 홍보 등 마케팅 역량을 갖춰 나감으로써 온라인부문의 연합 사업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조합 자체의 경쟁력 제고 위한 강소·가족농 육성 주력해야

안정적인 생산기반 유지를 통해 산지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하는 것도 축산업계의 당면과제다. 

축산업은 꾸준한 규모화를 이어오면서 농업 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자료 기준 2019년 국내 축산농가 경영주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 지속가능성 확보에 대한 해결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우리나라의 대표 축종이라고 할 수 있는 한우의 경우 안정적인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대농 위주의 규모화보다는 강소·가족농 육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선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한우농가와는 달리 계속해서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중소규모 한우농가의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량 송아지 생산기반 약화를 막고 가족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강소·가족농을 육성해 한우산업의 밑받침을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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