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시행 4년째를 맞은 산지유통활성화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앞으로 5년동안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금까지 투입한 1조원 등 총 2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 사업에 투입한 1조원은 정부지원자금이 80%에 달했으나 앞으로 조성할 1조원은 농협중앙회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금액.
이같이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이유는 이 사업이 그동안 적지 않은 사업성과를 보이면서 농업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데다 협동조합 경제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협동조합 개혁논의가 확산되면서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협동조합 개혁의 기본방향이 신용사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협동조합 사업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꿔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는 사업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인 만큼 판매사업에 대한 본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와 일선농협의 판매사업은 단순히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조합으로 수집해 도매시장으로 배송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쳐왔던 게 사실.
산지유통활성화사업은 이같은 단순 수집·배송하는 시스템에서 탈피, 조합원들이 출하한 농산물을 대형소비처에서 요구하는 규격에 맞게 상품화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등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 등 소비지 수요처 변화에 맞게 주요 거점별로 물량을 한데 모아 거래 교섭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판매사업 시스템의 변화는 개혁을 바라는 외부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협동조합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시장 재편 등으로 신용사업이 과거와 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시대가 도래한 데다 소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상품화된 농산물, 일정 규모 이상의 농산물을 요구하기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
이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 대부분의 정책자금이 대다수의 농업인들에게 `나눠주기식''으로 지원된 것이었다면 이 사업은 잘하는 영농주체에게 지원규모를 집중화시키겠다는 전략.

이들 리딩그룹을 중심으로 각종 자금과 정책지원을 집중화시키고 각 경영주체간에 경쟁도 유발시켜 사업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또 이들 생산자단체를 통해 공동선별·공동계산 조직을 육성하고 산지의 상품화와 품질관리, 마케팅 역량을 강화시켜 이들을 산지유통의 핵심주체로 육성하자는 취지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생산자단체는 2000년에 80개 농협으로 시작해 현재 지역농협 260개, 영농조합법인 21개 등 총 290개 생산자단체로 늘어났다.

조합당 평균 3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지원된 자금은 주로 출하선도금으로 약 60%, 농산물 매취자금으로 29%, 운영자금으로 10%가 사용됐다.
시설은 주로 선별기, 예냉기 등 상품화관련 시설에 집중 지원됐으며 전문가 현장지도도 병행, 선별능력이 1년동안 48%가량 증가되는 효과를 거뒀다.

이 사업은 현재 농림부, 농협중앙회, 지역농협 및 영농조합법인 등 각 주최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농림부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농협중앙회는 조직을 선정하고 교육·컨설팅, 시설투자를 지도하고 대형소비처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벌인다.

또 산지농협과 영농조합법인은 지원된 자금을 활용해 작목반 등 공동생산조직을 육성하고 농산물의 상품화와 품질관리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공동선별·공동계산'' 확산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업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가장 실익을 가져다 준 부문은 우선 공동선별·공동계산조직을 확산시킨 것이다.
이 공동선별·공동계산은 산지 물량을 규모화시키고 상품화시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체로 농산물을 소비지에 팔기 위해서는 동일한 규격의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사업마이드가 확산되면 될수록 생산자단체 스스로 공동선별·공동계산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여기다 공동선별·공동계산제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공동선별비 지원 등의 유인책을 실시, 적지 않은 생산자단체에서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실사례
〈합천 율곡농협〉
관내수출딸기연합회가 생산한 딸기를 율곡농협이 공동선별한 후 공동계산방식에 의해 수출, 조합원의 67%가 사업실시 이전보다 수취가격을 높게 받고 있다.

〈음성 감곡농협〉
공동선별, 공동계산한 복숭아를 평균 1만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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