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불확실성 줄여 작황·가격 안정성 확보하고 기후위기 대응해 나가야”
“우리나라에서 고추·마늘을 재배했던 얘기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될 수도 있어”

[농수축산신문=이한태·엄익복 기자]

2010년 이후 농가 교역조건 호전된 것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우리 농업 위축시키는 위험 신호
경지면적 줄고 농업 축소되면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성이 위협 받아

진정한 식량안보는
소비자가 원하는 먹거리를
부담없이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

부자 아니면 먹거리 구매 못하는 건
식량안보라 할 수 없어

기후위기·탄소중립 가장 큰 화두
국가 전체 탄소발생량 2~3% 수준이지만
서둘러 대응체계 갖춰나가야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고추나 마늘을 재배했었다라고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농업의 불확실성을 줄여 작황과 가격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본지 40주년 특별인터뷰에서 농업 현안에 대해 이같이 경고하며 미래 우리 농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이사장으로부터 우리 농업·농촌이 지나 온 발자취 속에 담긴 함의와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

 

# 우리 농업과 농업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1980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보리혼식을 하고, 설렁탕집에서 국수를 섞어 먹도록 강요받을 정도로 식량, 특히 쌀이 부족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쌀 자급이 가능해지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을 거치며 국제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해외여행도 자율화 됐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수지 적자국가는 수입을 통제할 수 있는 국제수지보호조항을 졸업하게 된다.

이후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가 농산물 시장개방과 관세·보조금 인하의 결정적 신호탄이 됐다. 이후 2004년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자유화·개방화로 대표되는 농산물 시장개방의 세 번째 파도가 됐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농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고 농업 정책 역시 이에 대응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게 됐다. 기계화, 규모화, 농약·비료 등의 투입 확대를 통한 생산성 증대 등 구조농정을 진행해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농업의 생산성은 증대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농업은 연평균 2% 가량 성장을 거듭했지만 농업소득은 낮아지는 성장과 소득의 괴리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농산물 수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농업의 생산성도 높아져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가의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을 전후로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농업성장률은 거의 0%인데 반해 과일과 채소 등의 실질가격이 연 4~5% 가량 상승하는 등 농가의 교역조건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악화된 교역조건으로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농지면적이 줄고, 수입 농산물의 국산 농산물 대체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의 국산 먹거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한우나 과일 등에서 나타나듯 수입 농산물과 국산 농산물은 시장이 분리돼 농가의 교역조건이 나아진 것이다.”

 

# 교역조건이 좋아지는 건 좋은 일 아닌가.

“2010년 이후 농가의 교역조건이 호전된 것은 일견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농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위험 신호다. 경지면적이 줄고 농업이 축소되다보면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식량주권이나 식량자급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는데 진정한 식량안보는 소비자가 원하는 먹거리를 큰 부담없이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부자가 아니면 먹거리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은 식량안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현안은 인력 문제와 불확실성 증대다. 1970년대 이후 농업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기계화와 자동화로 버텨왔고, 이후에는 점차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또한 불확실한 농업 환경을 보다 예측가능하도록 바꿔나가야 한다. 현재 농산물가격은 1970년대의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 농산물 가격이 10% 오르거나 내리면 농가소득은 20~30%가 움직인다. 따라서 작황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장치가 요구된다.

정부가 미국의 대재해보험과 보상, 수입보험 등을 참고해 정책적으로 농업경영인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농업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나.

농가소득과 관련해 농업의 생산 환경은 정밀농업이 돼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해 농업의 공익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실상 이는 농업이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이상의 생산성을 올리도록 강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비료사용 저감 등 환경규제, 농약사용을 줄여서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 안전성 규제, 축산분야의 탄소와 메탄 발생을 줄여나가는 기후위기 대응 등 늘어가는 규제 환경 속에서도 그동안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같은 농업 환경변화 속에서 농업 생산을 지속시키는 방법은 정밀농업, 특히 스마트 정밀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 농정 역시 비료나 농약을 적게 사용하면서 생산성이 극대화 될 수 있는 농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불확실성을 줄여 생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보험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현재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인력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생산과 가격에 대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농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단 거리에서 효율적인 매칭이 가능한 인력중개시스템을 갖춰 대응해야 한다. 농업이 젊은이들에게 밝은 전망을 제시할 수 있고,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준다면 인력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과거 UR에서의 관세보다 더 시끄러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농업의 탄소발생량은 국가 전체의 탄소발생량의 2~3% 수준이지만 농업만 대응을 해나가지 않는다면 100%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서둘러 대응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요구된다. 농산물 인증제나 표시제, 브랜드, 생산자 등의 정보에 해박하고, 이를 통해 구매를 결정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광고·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소비자가 늘어나면 더 좋은 브랜드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약력]

-서울대 농과대 학사
-일본 북해도대 농업경제학 석·박사
-전 미국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전 대통령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경쟁력분과위원장
-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전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전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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