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선호하는 소비인식 변화에 발맞춰 동물복지인증 농가 증가 추세
산란계 비중 가장 높아

[농수축산신문=홍정민·송형근·김소연 기자]

2021 외식 트렌드 핵심 키워드
진화하는 그린슈머꼽혀
환경보호·동물복지 관심 증가로
윤리적 가치소비 각광

사육밀도 낮으니 질병 발생률 줄고
압사로 인한 폐사 걱정 없어
생산성적 좋아져 수익도 UP
동물복지 사육에 농가 긍정적

평사 방식으로 사육하고 있는 산란계 농장의 계사 내부 모습. 
평사 방식으로 사육하고 있는 산란계 농장의 계사 내부 모습.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2021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올해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진화하는 그린슈머를 꼽았다. 이는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 윤리적 가치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가치소비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됐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가축이 생산한 축산물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 발맞춰 최근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2주간 자유로운 환경 등 가축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자란 건강한 가축으로부터 생산한 동물복지인증축산물을 농협 하나로마트, 초록마을, 온라인 유통채널인 헬로네이처 등에서 소비자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 산란계 동물복지 농장의 현주소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육계 사육 농장의 계사 내부 모습.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육계 사육 농장의 계사 내부 모습.

농식품부에 따르면 축종별 동물복지인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산란계 168개소, 육계 97개소, 양돈 19개소, 젖소 13개소 등 총 297개소가 인증을 받았다. 이는 2019262개소 대비 13.3%가 증가한 것으로 전체 인증 농가 중 산란계가 17.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축종 중 최초로 2012년부터 동물복지 인증이 시작된 산란계를 중심으로 동물복지 농장의 현주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1.5배 가량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다른 축종에 비해 계란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동물복지 인증 농가도 일반 농장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인증을 받으면 일반 사육농가보다 계란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으며 사육밀도 수 감소로 질병 발생률이 낮아져 폐사율이 줄어들고 의약품 사용량이 줄어 경영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물복지인증기준에 따라 사육하고 있는 산란계 농장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인증받기 전보다 경영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소규모 방사형식으로 사육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회원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난 후 회원들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제나 판로가 확실한 농가들은 안정적으로 수입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판로가 한정적인 농가에서는 동물복지 인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또한 무정란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정란을 생산하는 소규모 농가들은 특별한 혜택이 없어 경영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란을 생산하는 한 농장 관계자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동물복지를 시작했지만 운영해보니 대형 유통업체가 동물복지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어 유통업체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최근에는 유통업체도 생산에 참여하면서 중소형 농장은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산란계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선 시설 개선 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선 80여 가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우선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지를 이용해 산란계를 사육할 수 없으며 케이지 사육 대신 평사, 방사, 다단식 사육시설을 사용해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케이지 사용금지와 함께 횃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닭이 휴식을 취할 때 높은 장소에 올라가는 습성을 위한 횃대는 마리당 15cm 이상을 제공해야 하며 전체 사육마릿수에 맞춰 횃대가 설치돼야 한다.

이와 함께 계사 내 닭이 사용하는 바닥의 1/3 이상이 깔짚으로 덮여 있어야 하며 닭이 모래목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깊이로 제공돼야 한다.

사육밀도는 바닥면적 9마리 이하의 사육밀도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다단식 사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산란계가 활용하는 여러 층의 면적을 사육면적에 포함할 수 있다.

동물복지 농장이라고 방목 사육만 하는 것은 아니며 닭 한 마리당 1.1의 방목장을 제공할 때 자유 방목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 육계, 생산부터 도축까지 동물복지 실현

모듈방식 어리장을 도입한 참프레 생계차량 모습.
모듈방식 어리장을 도입한 참프레 생계차량 모습.

산란계 다음으로 동물복지인증을 많이 받은 육계농장은 2014년부터 동물복지인증제도가 도입됐다. 도입 첫해에는 인증 농가가 한 곳도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 총 97개소에서 동물복지인증을 획득했다.

육계 농가들이 동물복지인증을 받기 위해선 산란계와 마찬가지로 케이지 사용이 금지돼 있다.

횃대는 1000마리당 2m씩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토종닭과 삼계는 크기를 고려해서 토종닭은 800마리, 삼계는 1700마리당 2m씩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깔짚은 계사 내 모든 바닥에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이때 모래목욕 등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깊이가 유지돼야 하며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육밀도는 면적당 사육마릿수와 무게 등 2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육계와 토종닭은 19마리 이하 혹은 30이하여야 하며, 삼계는 35마리 이하 혹은 30이하여야 한다.

이외에 닭의 쪼는 행동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양배추 등 각종 채소류 혹은 나뭇조각 등을 제공해야 한다.

산란계와 마찬가지로 육계도 동물복지인증을 받으면 일반 닭고기에 비해 가격을 더 받는다.

충남 홍성군에서 육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는 “2017년부터 동물복지인증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인증받기 전보다 생산 성적이 훨씬 좋아져 수익면에서도 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6만 마리 정도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5만 마리 정도로 사육하고 있다사육밀도가 낮으니 질병 발생률도 줄어들고 압사로 인한 폐사도 전혀 없다며 동물복지 사육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육뿐만 아니라 이동, 가공 과정에서도 동물복지가 실현되고 있다. 닭고기 업체 중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참프레가 대표적이다.

참프레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농장과 도계장에 동물복지인증을 획득했으며 현재 48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참프레 동물복지 농장은 닭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생리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해 넓은 공간에서 식물성 사료를 공급하고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리하고 있다.

참프레 도계장은 닭들이 편하게 계류할 수 있는 실내 계류장과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활용해 닭을 기절상태에서 도계를 진행하는 ‘CAS 시스템으로 닭들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운송차량의 어리장(닭을 싣는 컨테이너)은 기존 어리장과 달리 깔끔한 모듈방식과 분리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동 중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분리형식으로 돼 있어 농장이나 생산공정 중 상하차 시 닭을 던지거나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어리장을 하나씩 분리해 닭을 담고 하차 시에도 분리해 다치지 않게 기울여 닭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온라인 성장세, 건강한 먹거리 관심 ‘UP’

스페셜티푸드 플랫폼 ‘퍼밀’에서는 ‘청솔다정원’에서 생산하는 동물복지 자유방목유정란을 판매하고 있다.
스페셜티푸드 플랫폼 ‘퍼밀’에서는 ‘청솔다정원’에서 생산하는 동물복지 자유방목유정란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동물복지 관련 제품 판매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탁이있는삶이 운영하는 스페셜티푸드 플랫폼 퍼밀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판매된 동물복지·유기농 관련 제품 판매량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5배 증가했다.

동물복지 식품 카테고리 중에서는 가정에서 많이 구매하는 계란 판매량이 급증했다. ‘동물복지 자유방목유정란’, ‘동물복지 구운계란판매량은 각각 128%, 253%씩 증가했다.

동물복지 자유방목유정란은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청솔다정원로가닉파크에서 생산되고 있다. 동물복지 자유방목유정란은 일반 양계농가의 사육면적보다 약 100배 가량 넓은 부지에서 편안하게 자라는 닭들이 생산한다. 동물복지 구운계란의 경우 전문 생산자가 가공에 알맞은 계란을 선별해 숙성과정을 거쳐 맥반석에서 구워내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퍼밀에서 판매하는 ‘동물복지 구운계란’ 제품 사진.
 퍼밀에서 판매하는 ‘동물복지 구운계란’ 제품 사진.

박용하 식탁이있는삶 차장은 코로나19 이후로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품질이 검증되고 안전성을 갖춘 동물복지 식품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또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소득증대에 따라 소비자들도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금액을 더 지불하더라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동물복지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품 관련 기업에서도 다양한 동물복지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니즈(needs,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림의 동물복지 제품인 IFF 큐브 닭가슴살은 론칭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84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림의 동물복지 제품인 IFF 큐브 닭가슴살은 론칭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84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은 동물복지인증 닭고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동물복지 IFF 큐브 닭가슴살자연실록 IFF 치킨스테이크등이 있다. 하림은 IFF(개별급속동결) 기법을 도입해 영하 35도 이하에서 40분간 얼려 신선한 육질과 촉촉한 식감을 그대로 담았다.

지난해 1월 마켓컬리를 통해 출시한 동물복지 IFF 큐브 닭가슴살은 론칭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84만 개를 돌파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427000개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하림 관계자는 닭가슴살 큐브 스테이크 라인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는 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올가홀푸드가 지난해 선보인 갓 낳은 자유방목 동물복지 유정란은 아침에 산란한 동물복지인증 유정란을 하루 만에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경남 하동과 합천 지역 내에 있는 사육시설은 동물복지인증과 무항생제 인증을 획득했으며 자유로운 방목환경에서 밀집 사육 없이 건강하게 자란 닭의 달걀만을 엄선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엄격한 식품안전관리를 위해 90여 가지 동물의약품 검사를 연 2회 시행하고 있다.

 

# 치킨도 건강하게, 동물복지 치킨 주목

자담치킨 모델로 활동하는 배으 조정석 씨.
자담치킨 모델로 활동하는 배으 조정석 씨.

2009년 론칭한 자담치킨은 당시 국내 최초로 무항생제 계육을 사용하며 건강한 치킨의 이미지를 내세운 데 이어 2017년에 동물복지인증 치킨을 출시했다.

현재 자담치킨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킨 메뉴 가운데 순살과 윙봉 등 부분육 메뉴를 제외한 모든 메뉴는 동물복지인증 닭고기로 만들어 판매한다. 자담치킨은 참프레 동물복지인증 계육을 공급받고 있는데, 참프레 동물복지인증 계육 생산량의 1/3가량이 자담치킨에 공급되고 있다.

자담치킨 관계자는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가축은 사람에게도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결국 인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건강한 원료육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치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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