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가액 상향됐지만 농업 발목 여전… 농축수산업계 목소리 귀기울여야

[농수축산신문=안희경·송형근·김소연 기자]

지난 22일 개최된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후 영향과 과제’ 국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은 당초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타파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명절 선물 특수가 매출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축수산물 업계는 피해를 호소하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9일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리는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고비를 넘어선 셈이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청탁금지법 개정 이후 농축수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과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정희용 국회의원 주최, 본지·전국한우협회·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후 영향과 과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일시: 2021122209:30~12:00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
주최: 정희용 국회의원
주관: 전국한우협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농수축산신문
후원: 한국농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주제발표: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좌장: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 소장
지정토론: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이항노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제도과장, 임병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집행위원장, 주원철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황명철 한우정책연구소 부소장 <가나다 순>
정리: 안희경, 송형근, 김소연 기자
사진: 엄익복 기자

 

# [개회사] 정희용 국회의원(국민의힘, 고령·성주·칠곡)

정희용 국회의원(국민의힘, 고령·성주·칠곡)
정희용 국회의원(국민의힘, 고령·성주·칠곡)

청탁금지법은 당초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타파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내수경기 침체로 농축수산물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농업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발생시켰다.

이에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명절 등에는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20만 원까지 선물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 9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석 선물 가액 상향 필요성을 촉구하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마침내 농축수산물 가액 한도 상향 법안이 대안 반영돼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관련 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 [인사말]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청탁금지법이 개정돼 매우 기쁘게 생각되지만 청탁금지법 항목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자는 원론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청탁금지법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후 농축수산업계 피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번 청탁금지법 20만 원 상향 개정으로 한우산업 전후방 경제 활성화 효과는 약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시적으로 명절기간 선물가액을 상향했음에도 결과적으로 공공기관 청렴도는 더욱 청렴하게 개선됐다. 농축산물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거나 청렴사회 건설에 저해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청탁금지법 개정 이후 살펴볼 과제와 보완점 등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길 바란다.

 

# [인사말] 길경민 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

길경민 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
길경민 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

청탁금지법이 지난 2016년 시행된 이후 농축수산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중 한우업계는 4154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은 농업인을 파탄으로 내몰 수 있는 만큼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늦게나마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명절 기간 농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이 정례화돼 농가들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 이후 농축수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혹시라도 농업인들의 시름이 다 덜어질 수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 [주제발표] 청탁금지법 시행이 한우가격에 미친 영향 그리고 한우 수급의 현재와 미래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가격 급락, 수입 소고기는 증가

 

청탁금지법은 지난 2016929일부터 시행됐으며 관련 업계의 노력으로 지난 9일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설부터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은 20만 원까지 가능해졌다.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한우 수요 감소로 한우가격이 8.8% 하락하는 피해가 발행했다. 가격 측면만 보면 소 한 마리 가격이 200만 원 가량 하락한 셈이다.

특히 한우의 명절 도축 마릿수는 전체 도축의 4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설과 추석에 집중돼 있어 명절이 한해 농사를 책임진다고 볼 수 있다.

축산물 명절 선물세트 구성을 보면 10만 원 초과~20만 원 이하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명절 선물 상한액을 20만 원으로 상향했을 때 전체 농축산물 선물 판매가 증가하는 효과가 발행했다. 특히 과일 선물과 축산물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한우 농가의 전체 사육마릿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202110월 말 기준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5.8% 증가한 3395000마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소고기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253000톤에서 지난해 454000톤까지 증가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돼 소고기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제어 역할을 할 수 있다.

덧붙여 내년에는 출하량 증가로 한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바 농가에서는 한우 사육마릿수 조절을 위해 자율적으로 암소 감축이 필요하다.

 

[지정토론]

<좌장>정승헌 소장= 농축수산물 선물가격이 명절에 한해 일시적으로 상향됐다.

개정 이후에 농축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현 제도의 문제점은 없는지 개선점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

법 개정으로 내년 설부터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이 20만 원으로 상향됐지만 FTA 등 무역 개방으로 농가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을 통해 우리 스스로 농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토론이 됐으면 하고 이런 고민들을 국민과 공유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임병희 집행위원장= 개정된 청탁금지법에 따라 내년 설부터 농축수산물, 농축수산가공품 선물가액 범위가 20만 원으로 확대된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농축수산물이 청탁금지법 대상 품목으로 꼭 지정돼야 하는지, 또 하나는 평상시에는 10만 원까지인데 명절 때만 20만 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청탁금지법 제8(금품등의 수수 금지) 항목에서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이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이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들의 직무 공정성을 높여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청탁금지법이 실제로 명절 때가 되면 선물을 주고받는 데 있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다른 국가와 FTA를 체결할 때마다 농업계는 피해를 받아왔다. 국가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농축산물 공급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농축수산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황명철 부소장= 청탁금지법이 개정돼 기대감은 있지만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도입됐을 때 한우 가격이 14% 하락, 한 해에만 7000억 원 정도 피해를 봤다. 전후방 산업까지 포함하면 연간 14000억 원 정도 피해를 봤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선물가액을 맞추면서 오히려 수입 축산물이 그 덕을 보는 꼴이 됐다.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는 청렴이지만 한편으로는 공정성이 훼손됐고 선물 가액을 일시적으로 상향했을 때도 청렴도가 훼손되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명절 선물가액이 20만 원으로 올라갔는데 선물세트를 만들면 안심은 1.5kg, 등심은 2kg2.5kg은 돼야 선물세트로 모양새가 갖춰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숨통은 트였지만 한우 사육마릿수 증가로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농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한우산업은 전후방 산업까지 포함하면 88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김연화 회장=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청탁금지법 실행으로 공직사회 투명성과 청렴성에는 효과를 봤다.

식량안보차원에서 생각할 때 농축수산물은 지속적으로 순환돼야 하고 규제하면 오히려 역반응이 일어난다. 청탁금지법이 서민에게도 영향을 미쳐 공무원이나 법시행 대상이 아닌 서민들도 10만 원 이상 선물을 받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든다.

명절에만 한시적으로 가격을 정한다는 것도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시대가 변하고 법제정 당시와도 경제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시대에 맞는 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우농가들이 어려운 상황에도 끈질기게 고급화를 시키는 수고에는 존경을 표하지만 한우 가격이 높아 수입 소고기로 선물을 대신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들은 우리 농축수산물을 먹고 싶다. 농가들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통 비용을 단축시킨다던지 비용을 절감시키는 노력을 해서 한우의 가치를 알리고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획일적 제도에 묶여 있다 보니 산업이 죽고 소비자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좌장>정승헌 소장= 소비자 의견 중 금액으로 죄의식을 갖게 한다는 말이 소비자는 물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와 권익위의 의견도 들어보자.

 

이항노 과장= 우선 지난 16일부터 개정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내년 설부터 바로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일단 청탁금지법은 원래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해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시행된 법이다.

공직자, 공직자의 배우자,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이나 단체 등에 적용되는 법인데 일반 국민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다.

먼저 선물가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 때문에 권익위에서 선물가액 상향 여부를 결정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에 대한 선물가액 상향 여부를 결정할 때 권익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농축수산물 전체 판매량의 약 40%가 설·추석 명절에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물가액을 상향한다면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농축수산물을 취급하는 소상공인의 소득 확대를 한다는 점이 선물가액 상향을 결정하는 데 주요했다.

이번 법 개정이 한우산업을 비롯한 농축수산업계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주원철 과장= 명절 때만 되면 평소 고마웠던 분에게 어느 정도 금액 대의 선물을 드려야 하는지 조심스러워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로 청탁금지법 때문이다.

일단 내년 설부터 좀 더 높은 가격의 선물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농축수산물 소비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농식품부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설 명절 농식품 선물 매출액을 조사해봤다.

올해 설에는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범위를 한시적으로 상향했는데 지난해 설 대비 19% 매출액 증가 현상을 볼 수 있었다.

품목별로 축산물, 과일류가 각각 23%, 기타 농축산물 12%, 수산물 20%, 가공식품 16% 등 모든 품목에서 매출액이 증가했다. 가액 조정 범위인 10~20만 원대 선물 매출이 16%, 20만 원 초과 선물 또한 18%씩 각각 증가했다.

청탁금지법 제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을 도모하고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농어업인, 관련 소상공인 소득 확대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좌장>정승헌 소장= 참석자들은 청탁금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식량안보에 해당되는 농축수산물이 청탁금지법 대상으로 포함돼 경쟁력을 잃고 있는 데다 청렴사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대상 품목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액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품목에 대해 다양하게 해서 시장 상황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길경민 대표= 다른 얘기지만 최근 공급 부족으로 논란이 된 요소수 사태를 보면서 만약 이것이 식량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량이었다면 더욱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됐을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농업인 소득이 줄어들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식량안보에도 문제가 된다.

어떤 법을 만들더라도 법이 미칠 영향에 대해 다각적으로 폭 넓게 봤으면 좋겠다.

 

김삼주 회장= 농산물 가격은 그동안 공산품에 비해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는 늘 농산물을 규제해 농업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국산업에 대한 보호정책도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해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

한우협회는 앞으로도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이 제외돼야 한다는 것을 계속 주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함께 고민을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희용 의원= 청탁금지법으로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이 상향된 것과 관련 일부 국민여론이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반면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반영돼 법이 통과된 측면도 있다. 공무원 등 청탁금지법 대상집단에 대해 국민들은 부패하기 쉬운 집단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 인식과 농업인들의 현실에 간극을 얼마나 좁혀나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또한 이를 위해서 공직에 임하는 분들이 청렴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참고해서 농축수산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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