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홍 농촌진흥청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개청 60주년 맞아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농업 소중한 씨앗으로 삼아야

-새로운 시대 예측하고 기술경쟁력 선점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

박병홍 농촌진흥청장
박병홍 농촌진흥청장

5G 선점 경쟁이 치열하던 2017년, SK텔레콤이 ‘당신의 첫 5G’ 기업 브랜드 시리즈 캠페인의 하나로 선보인 ‘어느 화백의 꿈’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느 원로 화백이 1965년에 자신의 만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에서 그린 상상 속 미래가 현실로 구현된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면서 감동하는 영상은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만화 ‘심술통’으로 잘 알려진 이정문 화백이 그린 태양열 주택, 전기 자동차, 원격 화상 진료, 핸드폰, 움직이는 도로 등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기에 50년 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그의 놀라운 상상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8년,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선정한 첫 고객은 농업용 원격조정 트랙터였다. 첫 고객이 된 트랙터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관리자의 원격조정에 맞춰 경작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농업인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트랙터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가상현실(AR)로 매뉴얼을 보면서 부품 교체도 직접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는 농업인들이 뙤약볕 아래서 육체적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향후 10년간 유망 투자처의 하나로 농업을 꼽고 있으며 2016년 서울대 경영대학 특강에서는 “한국의 청년들이여. 당장 농촌으로 가라”며 일갈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농업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그래도 농업은 여전히 기회의 영역이라는 것을 짐 로저스는 간파하고 있다. 

2020년 세계의 식량 시장 규모는 6조4000억 달러로 정보통신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다. 정보통신·생명공학 기술과 융복합한 농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산업이며,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류 공동선으로의 가치와 역할도 크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1970년대 식량난을 해결해 준 녹색혁명과 1980년대 이후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 백색혁명, 그리고 2000년대 첨단 기술과 접목된 농업기술 혁신과 글로벌 농업기술 확산의 중심에는 농촌진흥청의 역할이 컸다. 

1962년 농진청이 개청한 이후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에서 60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있다. 인생의 한 사이클이 돌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되는 시점이다. 그러하기에 예로부터 ‘회갑’은 한 개인에게 주는 의미가 남달랐다. 이는 사회조직이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2022년은 농진청이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 인간이 60년 세월을 보내온 경험과 지혜는 후대로 선하게 전파되면서 미래의 지양분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농진청이 60년간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을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씨앗으로 승화시킬 중요한 기점에 서 있다. 

통일벼 개발을 위한 1209번의 도전과 경험, 세계 5위 수준인 26만 점의 농업유전자원, 전국의 토양정보가 총망라된 세계 최고 수준의 토양 플랫폼, ‘흙토람’, 인간 유전체의 약 1만7000배에 달하는 50TB(테라바이트)의 축적된 생명 정보와 스마트팜과 노지 디지털농업의 기반인 빅데이터 정보 등 농진청에 축적된 지식의 양은 상상을 넘어선다.

이제 2022년 개청 60주년을 맞아 농촌진흥사업 60년의 자산인 이들 정보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미래 농업의 소중한 씨앗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농진청이 그간의 역할을 넘어서 미래의 우리 농업을 발전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를 예측하고 기술경쟁력을 선점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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