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조리 위한 간편식 구매 늘어
농·축산물 소비 '증가' 수산물은 '주춤'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세계적인 식품분야 시장조사 기관인 이노바마켓 인사이트의 패트릭 매니언 대표는 지난 연말 열린 ‘2022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의 기조강연에서 올해의 글로벌 식품 트렌드 전망 키워드 10개를 내놓았다.

지구의 건강, 식물성 제품, 식탁 위의 기술, 식생활 변화, 소비자 목소리, 장 건강, 원산지로 회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 업사이클링, 나의 가치와 브랜드.

10가지로 대표되는 키워드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코로나19로 더욱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으며 세계를 강타한 펜데믹으로 건강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된 지금, 식품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통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식품시장의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코로나19, ‘식량위기불안감을 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세계는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곡물전쟁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운송 등 공급 차질이 커진데다 각종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좋지 못해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이어진 것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세계가 코로나19만큼 심각한 기아 팬데믹(대유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먹거리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은 농업의 중요성이 더 커졌으며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증가한 것으로 인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중요해졌다고 응답한 비중인 67.6%,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한 비중도 74.9%에 달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곡물 생산과 자급률은 어떤 상황일까. 국내 양곡과 수요는 1995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 대체로 2300만 톤 내외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어 식량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식량 자급률도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은 완전 자급이 가능하지만 기타 대부분의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식생활이 변화하면서 연평균 1인당 소비량이 쌀 61kg의 절반 수준인 31.6kg에 달하는 밀가루의 경우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국제 곡물 시장이 흔들리면서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도 이같은 자급률 문제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계층간 먹거리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사회적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이 극심했던 지난해 1분기 대부분의 가구는 식품비 지출이 전년 동기보다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구 소득이 100만 원대 이하인 취약계층은 오히려 유사하거나 낮았으며 2분기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식품비 지출액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 취약계층의 먹거리 불안정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황윤재 농경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먹거리 정책은 먹거리 불확실성과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국민의 기본적 삶의 질을 유지시켜주는 양질의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건강·편의식 관심 높아지고 배달 늘어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됐다는 것과 가정식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배달음식 섭취나 가정 조리가 늘었다는 점이다.

김상우 마켓링크 기업부설연구소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칩거, 우울의 분위기 속에서도 건강, 일상과 가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위로형 소비트렌드가 새로운 소비 문화로 대두됐다코로나19로 면역력과 건강관심이 급증하면서 건강식 뿐 아니라 가정내 조리를 위한 신선, 간편식 소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켓링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성장과 하락의 상위 4개 상품군에서 건강식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9% 성장하면서 주도적 상승세를 보였고 뒤를 이어 축산가공 24.5%, 통조림 9% 등 가정식과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환경용품은 27%가 하락했고 화장품은 16.2%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로 건강, 편의식, 음료, 주류 카테고리의 성장은 유지돼 향후에도 지속적 성장을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가 건강과, 편의식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가정식은 다소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축산물의 가구내 소비는 전년도 대비 두 자리수 성장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지난해 가구내 축산물 소비는 소고기의 경우 전년과 비슷하게 나타났고 돼지고기는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축산물을 소비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프랜차이즈 치킨만을 통해 보자면 배달앱을 통한 주문 비율이 지난해 이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코로나191~2인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포장과 배달, 온라인을 통한 구매와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횟집 등 외식을 통한 소비가 대부분이었던 수산물도 포장과 대형소매점, 배달요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농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온라인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건강과 가구내 식사용도로의 소비를 위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방증하고 있다. 반면 수산물 소비는 다소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소장은 수산물의 경우 소비 트렌드와 관련한 특별한 긍정적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수산물의 주요 증감 키워드를 보면 저녁, 제주, 고등어, 구이 등이 발견되고 있는데 수산업계도 소비의 트렌드를 빠르게 인식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상품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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