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국 추가 개방에 원전 오염 농식품까지…
CPTPP '전면 개방 수준'

국내 농업 파급 영향 '모르쇠'…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내협상 우선돼야

[농수축산신문=홍정민·안희경 기자]

전세계 58개국과 18FTA 발효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 가속화

병해충·가축질병 등 이유로 수입 규제한
생과실과 신선 축산물 국내 시장 잠식 가속화

상대국별로 관심 큰 품목과 아닌 품목 구분해야
관심 품목이라도 기존 FTA 양허 감안해
실질적 이해가 있는 품목 선별
상대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협상 전략 필요

세계 여러 농업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이어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까지 개방화 시대에 한국농업은 실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화는 FTA에서 CPTPP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농축수산업계로서는 추가 개방이 우려되는 CPTPP 가입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방화 시대 한국농업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관세 철폐율 높고 후발국 추가 개방 가능성 커

우리나라는 현재 58개국과 18건에 이르는 FTA가 체결돼 발효중이고, 남미공동시장을 비롯한 10개국과 FTA를 추진 중에 있다. 또한 현재 협상이 재개됐거나 여건조성이 된 FTA2건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민단체는 새 정부 출범 후 CPTPP 가입 여부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4-H본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 등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이하 한종협)는 지난달 8먹거리 주권 위협, CPTPP 당장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새 정부 출범 후 CPTPP 가입 여부를 신중히 재검토하기를 촉구했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정부의 제6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선 홍남기 전 부총리가 CPTPP 가입을 공식화하며 농업계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농업인들은 왜 CPTTP의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을까. CPTPP 가입 시 농업 분야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관세 철폐율이 기존 회원국은 96.1%에 달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에 해당하는 우리나라는 가입비 명목으로 추가개방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범 구체화에 따라 그동안 병해충, 가축질병 등을 이유로 수입을 규제해온 생과실과 신선 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와 관련해 CPTPP 가입 시 국내 농림축산업 분야의 생산감소액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최대 4400억 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종협은 그러나 성명서에서 “SPS 영향, 간접 피해, 중국 가입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예상치에 불과해 피해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면서 실제 세계적인 농업 강대국이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이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만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여기에 협상 조건으로 일본 측에서 원전 오염 가능성이 큰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국민 식탁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종협은 이어 새 정부는 직·간접 피해, 국제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영향평가를 새롭게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입 여부를 신중히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만약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할 경우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사수하기 위해 CPTPP 가입을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하고, 생산자-소비자 연대를 통해 대규모 촛불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FTA, 17건 이상 앞두고 있어

그렇다면 CPTPP에 앞선 그동안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FTA는 어떻게 흘러왔을까.

FTA는 협정 체결 국가간 상품 관세 장벽을 낮추고 서비스와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까지 낮춰주는 특혜 무역협정이다.

FTA는 보통 인접 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무역협정이라고도 불리는데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현재까지 58개국 18건의 FTA를 체결했다.

최초의 FTA 논의는 199811월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외경제조정위원회는 FTA 체결을 추진하기 시작해 한국 최초의 한·칠레 FTA200441일부터 발효됐다.

그 뒤로 200632일 싱가포르, 200691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가 발효됐다. 201011일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비롯해 201181일 페루와의 FTA가 차례로 발효됐다.

2012315일 우리 산업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FTA로 지목되는 미국과의 FTA 발효를 시작으로 터키,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을 통해 우리나라는 사실상 완전 개방화 시대에 돌입했다.

현재 협정문에 서명하거나 타결돼 발효를 기다리고 있는 FTA5건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캄보디아 등이 협정문에 서명을 완료한 상태고 필리핀과는 지난해 10FTA가 타결되면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협상 중인 FTA10건으로 동북아 경제통합의 기반을 목적으로 하는 한··FTA가 대표적이며 인도와 칠레, 중국과의 FTA 등에 대한 후속 협상 등도 포함돼 있다. 주목할 만한 협상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4개국 남미공동시장과의 FTA가 있다.

현재 협상이 재개됐거나 여건을 조성 중인 FTA는 총 2건으로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칠레 등의 중남미 신흥 시장(PA)20199월부터 협의를 개시했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5개국(EAEU)과는 신북방정책 교두보 확보를 위해 FTA 협상 여건을 조성 중에 있다.

 

# ·FTA 발효 10주년, 농업계 피해 급증

2012315일 발효된 한·FTA는 올해로 발효 10주년을 맞이했다. ·FTA는 각국과의 FTA 중에서도 군사동맹이 경제영역까지 확장된 FTA 성공사례로 꼽히며 대내외 전문가들의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상품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FTA 발효 전인 20119.3%에서 지난해 13.4%까지 증가하면서 미국은 한국의 2대 무역상대국이 됐고 같은 기간 미국의 대한국 투자는 24억 달러에서 50억 달러까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한·FTA에 대한 농업계의 평가는 어떨까. 농업계는 그야말로 한·FTA로 많은 것을 내어주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를 입은 소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한·FTA 발효 초기에 비해 7~8배 가까이 수입량이 폭증해 국내 소고기 자급률은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떨어지며 수입육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2026년 관세 완전 철폐를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산은 물론 캐나다와 호주 등 수출강국들의 강력한 홍보전이 전개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고기 수입량은 452812톤으로 전년보다 7.9%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냉장 소고기는 119379톤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면서 프리미엄 수입육 시장의 확장을 수치로 확인시켰다. 수입국별로는 미국이 254873톤으로 전년보다 수입량이 11.5% 증가하면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누르고 우리나라에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명철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국내 소고기 시장은 미산 소고기 우위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자급률 하락을 허용한다면 한우고기의 설 자리도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 국면이라며 생산기반 유지와 함께 농가경영 안정에 더욱 적극적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것은 소고기 뿐 아니라 관세 철폐를 앞두고 있는 모든 농업분야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 SPS 관련 대응 선행돼야

CPTPP 가입 추진에 앞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내협상 등 SPS 관련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53‘CPTPP 가입 추진에 따른 위생과 식물위생조치(SPS) 상의 쟁점과 과제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CPTPP 협정문의 SPS 챕터에는 지역화·구역화 동등성 과학과 위험분석 수입검사·증명 투명성·긴급조치 협력적 기술협의·분쟁 해결 등과 관련해 기존 세계무역기구(WTO)SPS 규정보다 더 자세하거나 추가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나라처럼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김 입법조사관은 향후 협상 진행 시에는 국내적 부담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진정성 있는 농어업계와의 대내협상 국내 SPS 조직과 인적·물적 기반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보강 CPTPP SPS 챕터에 규정된 내용의 국내법적 수용 문제 검토 SPS 이슈와 관련 기체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기존 협의 채널 활용 논리 개발·강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농어업계와의 대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내협상과 관련해 CPTPP가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이미 합의·공표된 협정문을 바탕으로 사전에 주요 내용과 그 영향 등을 어느 정도 분석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CPTPP SPS 챕터 등의 국문 임시 번역본을 제작해 공개하거나 공청회에서 발표된 농업 부문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가 기체결 FTA 대비 추가 관세철폐 효과를 중심으로 한 시장개방 효과에 국한된 것이라면 이에 더해 비관세조치의 완화 효과와 관련된 연구를 수집하거나 새로 수행한 후 이해관계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2015년에 도입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조성이 여의치 않은 현실을 개선하는 자세도 대내협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김 입법조사관은 덧붙였다.

김 입법조사관은 굵직한 국제통상협상이 추진될 때마다 피해가 예상되는 계층의 극심한 저항과 협상 전략상 더 이상의 공개적 논의는 어렵고 이후로는 정부입장을 신뢰해달라는 정부 통보가 되풀이돼 온 현상은 이제 지양할 필요가 있다한 공동체 내의 상충되는 이해관계 조정에 필수적인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하루아침에 축적되지 않을 뿐더라 그 계기 또한 쉽게 오지 않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다뤄지거나 단순한 개방 대 반개방의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향후 CPTPP SPS 관련 공개 자료의 수집·분석, 소비자 참여 등이 보장된 투명하고 합리적인 농식품 안전정책 추진에 정부와 관계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CPTPP, 맞춤형 협상전략 필요해

전 세계 무역액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CPTPP는 지역무역협정 중에서도 그 규모면이나 의미면에서 다른 것이 사실이다.

CP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FTA로 통상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협정으로 일컬어진다. 아태 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FTARCEP보다 관세 양허율이 높고 조항이 세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CPTPPRCEP 협정문에서 규정하지 않는 국영기업, 노동, 환경, 개발, 규제조화, 투명성 관련 조항을 보유하며 더 세부적인 조항을 통해 협정국간 구체적인 협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415일 제22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의결,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30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는 CPTPP 협정 주요내용 중 농축수산식품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원산지 규정과 동식물 검역, 무역기술장벽 등이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CPTPP 11개 회원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9개 회원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고 그 중 한·아세안 FTA의 농식품 시장 관세철폐율이 63.2%로 가장 낮고 한·페루는 92.8%로 가장 높다.

GsnJ‘CPTPP에 가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나리포트를 통해 식량안보의 핵심인 쌀은 호주와 베트남과의 협상이 관건인데 호주는 최근 수출여력이 감소해 우리나라 쌀 추가 개방에 대한 실익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 반면 베트남은 쌀 시장 추가 개방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대국별로 관심이 큰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구분하고 관심 품목이라도 기존 FTA 양허를 감안해 실질적 이해가 있는 품목을 선별해 상대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협상전략이 필요하다“CPTPP 가입에 따라 구획화 개념 도입을 위한 동식물 검역 고시 개정과 생명공학 관련 농산물에 대한 승인 절차, 관련 법령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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