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계값 7백원. 병아리값, 사료값, 연료비, 약품값 제하고 나면 남는 건 빚뿐.」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유사계열업체들의 부도에 이어 최근에는 육용병아리 입추 능력도 없다는 육계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육계농가들을 더욱 암담하게 하는 것은 내년 6월까지는 생산량을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육계값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더우기 육계값이 조금만 좋아지면 바로 수입닭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게 현재의 시장상황이기 때문에 종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즉, 너무 큰폭으로 생산감축을 하면 수입업체가 이익을 챙기고,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농가가 부도의 수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홍국 계육협회회장은 『이번 불황은 길게는 1년도 갈 수 있다』며 『수입닭고기가 하시라도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앞으로 육계값은 좋아야 평균 1천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육계값을 수렁으로 몰아 넣고 있는 요인은 과잉생산과 봇물처럼 들어오는 값싼 외국닭고기의 수입이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생산될 육계물량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지난 1·4분기 육용종계입식량은 92만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 증가했다. 또 내년 1·4분기에 영향을 미칠 육용종계입식량도 1백만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가 많다.
닭고기 수입은 10월까지 3만7천톤을 넘어섰다. 월별 평균 육계값과 닭고기 수입현황을 분석해 보면 육계값이 좋았던 8월까지는 수입량도 크게 늘다가 육계값이 폭락하기 시작한 9월부터는 수입량이 줄어드는 양상을 나타냈다. 10월에는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미리 수입계획을 잡아논 물량이 들어오면서 크게 늘었다. 이달에는 15일 현재 3백99톤에 그쳤다.

여기다 내년에는 중국산 가금류의 수입이 해제될 전망이어서 수입닭고기의 국내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육계계열업체들은 이에따라 이미 지난달 육계 60만7천수를 수매비축하고 12일부터 25일까지 병아리 입추계획물량도 10% 감축했다.
또 지난 14일부터는 종계·부화업계가 11월 한달간 병아리와 종란을 각각 10% 감축에 들어갔고 하림도 주당 20만수 분량의 종란과 병아리를 폐기처분하고 있다.

양계협회도 전국 교육청에 급식용으로 국산 닭고기와 계란을 많이 이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농림부도 지난 11일 코스카, 육가공협회, 육가공협동조합을 통한 닭고기 소비촉진을 요청했다. 이에따라 현재 전국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점들의 닭고기 세일이 대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하림도 지난주부터 주당 40만∼50만수씩 외부구매를 하고 있지만 산지육계값은 22일 현재 kg당 7백원으로 아직 ?奐繡見?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닭고기는 지난 97년 7월 완전개방됐는데도 양계산물의 유통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너무 적었고 이것이 최근 계란값 폭락, 육계값 폭락 사태를 빚은 근본적인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육계계열주체들도 『닭값 폭락때마다 단기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수급안정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절묘한 생산감축과 소비홍보를 통해 수입육이 발붙일 기회를 주지않고 육계농가는 밑지지 않은 경영을 할 수 있는 절묘한 대책이어야 된다는 점이다.
김선희 sunhee@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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