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품목조합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홍식 제주감귤농협 조합장은 “농업환경도 바뀌고 소비자들도 급변하고 있는데 30년 전의 품종과 기술로는 어림없는 일”이라며 “더 맛있고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조합장은 “감귤 전문조합으로서 품종에서 2브릭스, 비료에서 1브릭스, 선과기로 1브릭스 총 4브릭스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관련 제주감귤농협에서 생산되는 `귤림원''과 `불로초'' 감귤은 각각 10브릭스, 11브릭스다.

제주감귤농협은 6년 전부터 일본에서 신품종을 들여와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도 지역마다 토양과 기후가 차이가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같은 품종을 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봄에 21만본을 농가에 공급했으며 내년에는 30만본, 연차적으로 50만본, 100만본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비료사용에도 차별화를 도입했다.
일본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그간 과잉 시비된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인 골분어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 조합장은 “비료 양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사용하도록 계속 교육했지만 조합원이 눈 뜨는데 5~6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당도를 높이는 작업은 선과기 교체로 이어졌다.

그는 “기존의 선과기는 물 세척을 한 뒤 고온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선도가 떨어지고 소비지에 도착했을 때 쉽게 무르는 약점이 있었다”며 “선과기를 교체하기 위해 일본, 미국, 스페인 등을 돌아다니며 관련된 것은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처럼 딱 들어맞는 선과기를 찾을 수 없었고 임직원들도 강하게 반대를 표명했다.

오 조합장은 “2002년 월드컵을 보다가 별명이 진공청소기인 김남일 선수를 보면서 선과기에도 진공세척을 도입하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그 뒤로 진공청소기를 만드는 회사를 수소문 해 새로운 선과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2002년 11월 개장식을 가진 이래 유통센터는 현재 1년에 10일을 빼고는 연중 가동되고 있으며 처리 물량도 1만톤에 이른다.
또 그간 물세척으로 손실을 입었던 1000억원을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됐다.

오 조합장은 “농민이 원하는 것은 경제사업을 해서 많이 팔아달라는 것”이라며 “판매전문 조합인만큼 감귤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품목조합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지역조합들과 연대해 힘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춘배, 김경임

프로필〉
■ 1940년 제주출생
■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 대통령 석탄산업훈장, 유통개혁 선도조합장 수상
■ 감귤류 수입관리운영위원회 위원장, 제주농협 수출협의회 회장
■ 현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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