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원유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올 설 연휴가 짧게는 3일간에 불과하지만 길게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에 달해 이 기간중 우유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유는 육류나 계란 등 다른 축산물이나 농산물과 달리 장기간의 연휴 등 돌발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생산과 출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가공업체들로서는 설 연휴 넘쳐나는 원유를 처리하는 일이 발등에 불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문제가 되는 시기는 다음달 11일부터 13일까지라고 한다. 주문물량을 기준으로 파악할때 이 기간동안 우유판매량이 평상시보다 절반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유가공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설을 전후해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우유판매가 사실상 중단되고, 그 이후에도 우유 판매량이 절반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자칫하다가는 남는 원유를 처리할 수 없어 폐기해야 하는 비상상황 마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예상되는 비상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가공업체 차원의 착실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유가공업체들은 설 연휴 우유 소비급감에 대비해 원유저장량을 극대화하는데 나서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설 이전에 원유저장탱크를 비워 설이후 체화되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분유가공시설을 완전 가동해 남는 원유를 폐기시키는 사태 만큼은 막아야 한다. 곁들여 유가공업체들은 우유판매량이 절반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일부터 13일까지 갖가지 판촉활동 등을 통해 판매량을 최대한 늘리는데 나서야할 것이다. 이같은 대책을 통해 원유를 폐기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곧바로 유가공업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 또한 깊이 되새겨야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농림부도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27일 유가공 조합 및 업체, 집유조합, 낙농진흥회, 농협중앙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설 연휴 원유수급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 대책회의에서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원유수급 안정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농림부는 유가공업체에게 수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만해서는 안 된다. 올해와 같은 장기간의 설연휴는 처음 맡는 경우로 유가공업체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만의 하나 원유를 폐기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농림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으로 예상되는 공급과잉량을 미리 추정하고, 이를 군급식용 등으로 긴급수매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설 연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유가공업체들은 갖은 지혜를 짜내고, 혼신의 힘을 다해 대처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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