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단경기 산지쌀 가격이 지난해 수확기보다 내려가는 쌀값의 역계절진폭 현상이 발생했다.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경우 시장기능에 의한 자율적인 수급조절기능 상실로 수확기 출하물량흡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쌀시장 개방확대와 쌀소비감소에 따라 쌀값의 장기적인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이에 따라 계절진폭이 상실되면 수확기 물량흡수도 어려워지는 만큼 공공비축물량의 매입시기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은행금리 수준 이상의 계절진폭 확보를 통해 쌀수급이 시장기능에 의해 이뤄지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전국평균쌀값은 80kg당 15만9540원으로 지난해 12월 평균가격인 16만540원보다 0.6% 내려갔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5% 떨어졌다.

계절진폭이란 단경기 쌀 가격이 수확기에 비해 얼마나 변동했는지를 비율로 표시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10~12월 산지평균 쌀값과 6~8월 산지평균 쌀값의 변화를 비교한다.

1990년대 초반은 10% 이상, 2000년대는 1~3% 수준의 계절진폭이 나타났지만 올해처럼 단경기에 쌀 값이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RPC는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수확기 원료곡 매입량을 줄이는 한편 매입시기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수확기 쌀 가격도 낮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역계절진폭이 발생한 이유로 지난해 작황 호조, 생산량 과잉, 소비 감소, 최소시장접근(MMA)물량 증가, 정부수매량 감소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민간보다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재고가 몰려있는데다 유통업체도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쌀 값이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또 하반기부터 수입쌀이 시판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RPC의 수확기와 단경기간 원료곡 매입액에 대한 금융비용, 감모, 보관료 등 제비용을 고려한다면 은행금리 이상의 계절진폭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명환 농촌경제연구원 농산업경제센터 식량경제팀장은 “올해는 특히 재고물량이 시장에 적기에 풀리지 않으면서 역계절진폭 현상을 부추겼다”고 분석하고 “시장에 재고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은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서울대교수는 “쌀값의 계절진폭 발생을 위해 공공비축물량의 매입시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은 수확기가 아닌 단경기에 공공비축물량을 매입하고 방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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