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쌀의 관세를 10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쌀을 사줄 것이라는, 또 그만큼 믿을만한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면 시장을 개방해도 되는 것이었지요.”

지난 26일 농림부 국제회의실에서 전문지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한 박홍수 장관은 현안인 쌀문제부터 말을 꺼냈다.

지난해 국회비준 과정을 거쳐 쌀협상은 끝났지만 이달부터 수입쌀 시판을 시작한 등 쌀문제가 여전히 농정의 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판되고 있는 미국산 칼로스 쌀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경우 그 쌀을 처리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

또 쌀 의무수입량이 해를 더할수록 증가하고 소비자 시판 비율도 올해 10%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해 30%까지 늘어나는 상황도 국내 쌀산업에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상황변화에 따라 관세화가 된다 하더라도 당초 약속했던 의무수입물량은 앞으로도 계속 사야한다.

해마다 의무수입물량은 늘어나고 팔리지도 않을 쌀을 의무적으로 사야하는 고충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우리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MMA(시장접근물량)는 쌀의 관세를 10년간 유예하는 댓가로 각국과 이미 약속한 상태라 우리가 사기 싫다고 안 살 수도 없는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같은 ‘짐’을 지게 된 이유는 시장에 대한 믿음과 불확실성 때문이었다며 믿음을 확인하는 데 너무 많은 경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농업인과 소비자 사이의 신뢰, 정부와 농업인과 소비자와의 신뢰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또 현재 정책을 추진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다수의 의견이 소수에 의해 왜곡되는 경향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주요 사안마다 99.5%와 0.5%의 대립 구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인 0.5%가 마치 50%인 것처럼 포장돼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박장관은 현장의 고민과 정책입안자의 고민이 어느 선에서 일체하게 되는 지 그 접점을 찾는 것이 ‘솔직히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쌀값 폭락사태와 관련 박장관은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물량과 소비량만이 아니었는 데 이를 간과했던 게 사실”이라며 “조생종 벼의 과잉재배와 심리적 압박 등 다른 요인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 장관은 그나마 가격정책과 별도로 변동직불제 등 소득안정방안을 마련해 가격을 보전해 줄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올해에도 소득보전대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며 강제로 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각 단계마다 제어장치를 더 견고하게 마련해 지난해 와 같은 수난은 겪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산 칼로스 쌀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과 관련 박장관은 그만큼 우리 쌀의 품질이 향상 된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앞으로 쌀시장을 계속 관세화 유예상태로 갈 것인지, 관세화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 기간동안 국내 쌀의 경쟁력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어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바로 시장을 제일 먼저 열어준 품목들”이라며 “수입산과 경쟁해 당당히 싸워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만큼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 환률하락과 유가 상승 등으로 어려운 농가 여건을 감안, 대출 금리 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장관은 “우리 농산업은 금리 1~2%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할 만큼 시스템화 돼 있지 않다”며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정부가 펴야 하는 정책은 사안에 따라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어떤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본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농지 은행’처럼 부채를 갖고 있는 농가들이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리 1~2% 인하해 주는 것보다 농지은행의 기금을 더 늘려주는 게 궁극적으로 농업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말이다.

박 장관은 “이제 더 이상 농업인들도 ‘부채 탕감’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며 “농업인 스스로 돈을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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