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선 조합장이 하위직 직원으로 입사한 이래 절치부심, 가난을 극복해가며 열심히 근무하는 가운데 재테크에도 눈을 돌려 지금은 그 지역의 재산가로 떠오르는 한편, 직위는 상무 전무를 거쳐서 드디어 조합장이 되었다. 더구나 그 자리는 감히 어느 누구도 넘보아 도전할 엄두를 못 내도록 철옹성을 쌓아서 법으로 보장받은 3회 중임은 오직 자신만이 즐길 수 있도록 조치 해놨다면 이 사람은 탁월한 조합장인가, 이 시대의 작은 영웅 이라고 봐야 할까.
그가 수십억 재산을 굴릴 수 있게 된 과정에는 조합 전무시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껴 챙긴 기름 값도 종자돈의 일부가 되고, 공교롭지만 조합재산과 연루된 재테크 과정에서 수차 조합원 및 지역사회 일반의 입에 회자되고 구설수에 휘말려 중앙회 감사까지 받은 이력의 소유자라면 이는 성공한 알짜배기 부자인가.
선거를 2달 앞둔 현시점 이 지역에서는 후보 진출을 꿈 꾸는 사람이 아예 없다. 다른 조합장들처럼 치열한 선거전으로 조합원을 만나고 현장에 나가 인사하고 봉사 할 일이 없다. 이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철두철미한 전술과 지략으로 어느 누구도 도전할 꿈조차 꿀 수없게 해 놨다. 철벽일까 ‘악의 축’일까.
이 조합은 상무가 전무 거쳐 그 다음엔 조합장이 된다. 1번 전무가 조합장을 하고 나가면 2번 전무가 자동 순으로 조합장이 된다. 2번이 나가면 3번 전무 차례다. 질서 정연하다. 면면히 이어지는 전통으로 굳혔다. 이 시스템에 다리 걸거나 비집고 들어올 용사는 없다. 희망이 없는 조합원들은 “그래 너희끼리 잘 들 돌려먹어라”며 완전 포기상태다. 이래서 이 조합은 무풍지대지만 조합원들은 꿈과 희망이 없다. 이런 전통을 쌓는 과정에서 조합은 감사추출파동에 의한 소송 등 수많은 전사(戰史)를 갖고 있다.
실익, 경제, 봉사, 교육, 환원 이런 사업은 별로 관심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경영지수는 잘 맞아 돌아간다. 혹독한 연체이자 회수가 중요 변수라고 알려져 있다. 회수순위변경 이런 것은 이 조합에는 가당치도 않다.
이상 열거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데도 이 조합장은 군수·경찰서장하고 모임을 같이하는 지역 유지요, 1개 조합의 대표 수장이며 협동운동가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이런 것들이 뭉쳐져서 비난의 화살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온 국민이 농촌을 살리자면서도 농협을 나쁜 집단으로 매도 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2000여 조합 중 이런 조합이 과연 몇 개나 있겠나. 그런데 그 몇 개가 온 강물을 흐리고 농협이미지를 완전히 구겨 놓는다.
이런 조합을 놔두고 개혁, 쇄신 하는 것은 국물 흘린 넥타이 차고 양복 차려입은 꼴이다. 이런 조합장이 무투표 당선했다고 중앙회가 꽃다발 보내면 더더욱 웃기는 일이다. 충치는 뽑는 것이 낫다. 하기야 세상에 벌 받을 놈이 상 받고, 상 받을 사람은 벌 받는 일이 좀 많은가.
<김창동 대전충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