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대찰을 배경으로 한 산촌에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농부인가 신선인가. 예산군 가야 약선 마을대표 박광수씨가 그런 사람이다.
이런저런 가공 상품도 내놓고 유기농 나물채소도 상품화한 농가라 해서 특별한 시설재배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현장은 영 딴판이다. 박 씨는 농업경영인 중 임업후계자이다. 수덕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 3부능선쯤의 산 34만㎡에 참죽, 오가피, 엄나무, 두릅, 도라지, 더덕 등 40여 종목 약용 식용 가능한 산야초를 재배하는 임업인 이다.
봄이 오면 이런 나무들의 새순을 따서 나물채소로 팔기도하고, 가을에는 열매를 따다 장아찌를 담거나 뿌리로 즙을 내기도 하는 소위 혼자서 생산 가공 유통을 다하는 신지식 농업인이다. 그런데 그의 농법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 흔한 무농약 저농약 운운하는 유기농법이 아니고 완전 자연농법에 가까운 농사를 하고 있었다. “햇빛 달빛 별빛에 물과 바람을 고스란히 맞히지 않고는 자연 임산물이라 말 할 수 없다”는 것이 박 씨의 신념이며 고집불통 농법철학의 바탕을 이룬다.
모든 작물은 어린 묘목 때 잡초에 치이어 이겨내지 못하고 질 때가 문제이지 그 단계만 지나서 잡초보다 커지면 별 문제없이 성장한다. 그래서 물길 닿고 햇볕 좋은 곳 찾아 작물을 심고 한두해 잡초를 제거 하는 것, 이것이 이곳의 농법이다. 그다음은 야생 작물과 똑 같이 비바람 맞으며 크게 놔두고 적기 수확하여 이용하는 것이란다. 백문불여일견. 4륜구동 차를 타고 산판길을 돌아 그의 농장을 둘러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임산물의 관건은 판로이다. 박씨는 각종 상을 타고 매스컴도 타기시작 하면서 산림청, 농업기술원, 지자체에서도 이런저런 정책, 기술지원을 해주어 여건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모든 것은 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주경야독하면서 계속 탐구하고 쫓아다니는 신지식 농업을 한다.
카페에 띄워 번개 만남으로 농식품부 장관이 이 마을을 방문키도 하고 지인과 마니아들을 이곳에 유치하여 시찰 프로그램을 운용, 입소문도 퍼뜨리며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인다.
겉보기엔 유유자적하는 농사꾼인 것 같지만 역시 농사도 경영 수지를 맞추지 않고는 어림도 업는 험산험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씨는 자기 집 옆의 약초체험관은 물론, 덕산 스파캣슬, 수덕사 성지순례길 심지어 한서대학까지 지근거리의 모든 여건을 감안한 홍보 전략과 체험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란다. 농민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노력의 일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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