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눈>구제역, 전선이 무너지고 있다.

농수축산신문l승인2011.0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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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무차별하게 퍼져나가는 구제역 확산세를 인력으로 감당하기가 힘에 부친다. 가히 국가적 재난급이다. 영하 10℃의 이 혹한 속에 방역 단계를 높일 대로 높여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며 이제는 충남까지 덮쳤다. 충남은 홍성, 보령, 논산 등 전국 15%의 축산 세를 보이는 축산의 요충 거점이다.

그래서 지지난달 29일 안동에 갔던 컨설턴트가 방문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2만5000마리 돼지를 예방적 차원에서 매몰처분하고 24시간 비상방역을 계속했지만 이 둑이 무너진 거다. 천안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구제역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람, 차량, 새, 쥐, 공기 등 무차별 전파경로를 갖고 있어 인력으로 차단이 좀처럼 쉽지 않은 이 A급 질병인 구제역. 방역에 무수한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7일 오전 현재 경북, 경기, 인천, 강원, 충북, 충남 45개 시군에서 100만 마리가 넘는 소·돼지가 살처분 매몰됐거나 대상이 되는 등 전국적 상황이 돼 버렸다. 돼지도 그렇지만 소는 더더욱 인간과 정을 통하며 같이 살아온 식구나 진배없는 동물 아닌가. 한우 1마리, 젖소 1마리가 모두 5년, 10년 한집에 같이 살며 애정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쌓은 동물가족이다. 가난한 농가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어렵게 만들어 온 패물을 팔아 젖소 한 마리를 사서 마구에서 같이 자며 데운 우유를 먹여 키워 젖을 짜서 한 가정을 일으킨 농가가 있는가하면 누렁이 한 마리가 10마리 송아지를 잘도 낳고 키워 내 3남매 자손을 다 대학을 보낸 소도 있다. 이런 집이 한두 집인가. 우골탑(牛骨塔)이다. 소망과 꿈이 서린 한 식구인 소들을 사지로 떠나보내고 망연자실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농민들을 어찌 위로 할 것인가. 떠나는 길 조금이라도 편케 보내고 싶어 제 손으로 달래어 마취주사를 놓게 한 그들의 찢겨나가는 눈물의 농심을 과연 누가 닦아줄 수가 있나. 떠나가는 소들에게 평소에는 주지도 않던 고급사료를 실컷 퍼주었다는 피눈물 나는 농민의 하소연은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

뿌리째 흔들리는 축산기반을 지켜내야 한다며 휴일도 없이 사선을 누비며 방역과 매몰 작업에 참여하여 추위에 떨고 진땀 흘리는 축협관계자와 지방공무원 등 현장에서 고생하는 일선 용사들의 노고를 거듭거듭 치하 드린다. “기를 쓰고 막아도 여기저기서 양성판정이 터져 나올 땐 정말 맥이 빠진다”는 그들의 허탈감, 무력감을 또 어떻게 채워줘야 하나. 옆에서 뭔가 돕고 싶어도 접촉 않고 이동하지 않는 게 최상이라니 선뜻 자원봉사를 나서기도 어려운 이 구제역 방역.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농장 밖으로 한 발짝 나갈 수 없다고 축사에 붙어 소를 돌보는 농민들이 많다. 구제역이 해제되고 나면 정말 모범을 보인 요원들에겐 표창·포상으로 답해줘야 한다. 전장에서 돌아온 장수들에게 상급으로 위로 했던 것처럼.

2008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남녀노소의 가슴에 진한감동을 준 ‘워낭소리’. 따지고 보면 지금 매몰되는 전국의 소들이 다 영화를 찍고도 남을 주인과의 애환을 남기고 가는 거다. 경북 봉화 워낭소리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가 100만원 성금을 기탁했단다. 이럴 때 모두가 영화 한편 본 셈치고 국민성금을 모아 도탄에 빠져 시련을 겪고 있는 축산 농가들을 돕자는 제안을 덧붙인다.

<김창동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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