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멀어라 아침이여, 그토록 공들여 쌓은 한국축산 100년의 탑이 이 구제역 한방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 것인가.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나고 제방이 터져 모든 것이 휩쓸려 가는데 무얼 꺼내고 건지고 할 것인가. 또 누가 누구를 비난하고 잘잘못을 따질 것인가. 황톳물이 휩쓸고 떠내려 갈 땐 물 가운데 뛰어들 일도 아니다.

300만 마리 살처분·매몰에 3조원 피해라. 가공할 숫자요, 어마어마한 국가적 재난임에 틀림없다. 넋이 나간 꼴로 바라봐야만 하나. 사회 경제적 간접피해를 합치면 10조도 훨씬 넘으리라.
이런 판에 네 탓, 내 탓 따지려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들면 이건 분명한 치졸이다. 힘을 합치는 것, 새로 고치고 일어나는 것만이 우리의 살 길, 나아갈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좌절과 굴복의 민족이 아니다. 은근과 끈기의 저력으로 백절불굴 오뚝이처럼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근성을 가진 민족이다. 그래 좋다. 이번 구제역사태를 인정한다. 정부, 농민, 업체, 단체, 학계, 전문가집단까지 다 잘못 한 것 있다. 인정하자. 축산 강국을 입으로 자처했지만 막상 바람에도 번진다는 구제역 앞에서는 속수무책 소농 대농 가릴 것 없이 국책연구기관까지 맥없이 무너져 내리며 애쓴 보람도 없이 전파의 쓰나미 사태를 고스란히 당하고 말은 꼴이다.

하지만 낙담하지 말아야한다. 부정 속에서 긍정을 이끌어 내야한다. 300만 마리 한우가 15만 마리 줄었대서 다 무너진 것 아니다. 1000만 마리 돼지의 30%가 절단났다 해서 양돈기반이 완전 붕괴된 것도 아니다. 비록 바이러스에 당했다지만 우리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축산기술에 양축의 저력이 있다. 아픔이야 크지만 울지만 말고 일어서야한다.

하기 나름이다. 100년 후퇴 할 수도, 100년 도약의 발판을 마련 할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지리멸렬 아귀다툼 싸울게 아니라 서로 아픔을 어루만져 다독이고 격려하고 힘을 결집하면 의외로 상처는 쉬 아물 수 있다.

새로 판을 짜는 거다. 매뉴얼도 새로 만들고 가축전염병예방법도 손질하고 질병 방역체계도 짜고, 축산정책도 손질하고, 양축농가의 정신도 가다듬고, 필요하면 방역청 신설도 검토해보고…. 축산에 관한 모든 것을 한번 재점검 수정보완 하자는 말이다. 그토록 지식이 해박하고 논리 정연한 박사, 교수, 연구원들 다들 뭐하나. 이런 때 전문가적 지적재산을 마음껏 국가와 축산업 발전을 위해서 쏟아 내야 한다.

국민은 동요할 것 없다. 지성이면 감천. 이토록 많은 이들이 목숨을 던지고 몸은 사리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하는데 구제역이 잡히질 않겠는가. 없을 땐 참고 안 먹으면 된다. ‘굶기를 밥 먹듯’ 하고도 이렇게 부강한 국가를 일으킨 저력의 민족인데 그 것, 일시적으로 고기, 우유, 달걀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하여 금방 죽는 것 아니질 않는가.

그러나 방심은 금물. 모든 일은 마지막 끝내기가 중요하다. 이제 날이 풀리고 백신 항체도 생기고 구제역은 진정될 것이지만 손보고 재정비 할 일들이 많다. 그동안 영하 16℃ 혹한 엄동에서 지친 구제역의 전사들에게 힘을 낼 합당한 포상을 내려 위로하고, 재충전의 힘을 모아 구제역 설거지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또 파리, 모기 잡물이 모여 들 수 있다.

위기가 기회 된다. 진정한 선진축산 한국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아픔일 뿐이다. 확신한다. 이 고비만 넘기면 한국축산은 선진국으로 재도약하고 말리라는 것을.

<김창동 대전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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