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사태가 축산업에서의 질병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 국가적, 국민적 관심사로 급부상하며 민생문제로 번져나가자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그 책임소재를 따지고 있다. 특히 야당은 “왜 구제역 발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가 져야지 농민들에게 전가하려 하느냐”며 정부를 다그치고 나섰다. 이번 임시국회가 관심거리이다.

정치권에서의 이런 책임론 논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인기영합성 발언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농민 편들어 주는듯한 발언을 무턱대고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농민들은 “지금이 누가 누굴 탓하고 말꼬리나 잡을 때냐. 어떻게든 구제역을 잡고 축산업을 유지해 나갈 대안을 짜는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 아니냐” 는 반응이다.

사실 이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그동안 사태의 단초는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지역 발생농가가 베트남을 여행하고 온 것에서부터 불거진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으나 최근 역학조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다양한 전파경로가 의심되고 있다. 간이키트 부정확부터 늑장신고, 축분차 파주이동, 경기도확산 등으로 이어지며 총체적 매뉴얼 부실이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농가들의 방역의식부족이 사태를 키운 것처럼 호도하는듯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농축산 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서 성명을 내는 등 ‘구제역 책임론’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현장 농민들 간에도 이견이 분분하고 툭하면 언쟁까지 벌이는 난감한 문제로 부상했다.

우선은 정부의 뒷북행정과 어이없는 판단미스가 재앙을 키웠다는 책임론과 이번 일을 계기로 농가들도 반성할 것은 깊이 반성하며 앞일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자성론이 뒤섞여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지독한 방역노력으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지난 1일부터 터지고 만 충남 홍성군 광천읍 월림리 마을입구에서도 지난 16일 화톳불을 켜놓고 5~6명의 마을 주민들이 마을통로를 막는 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라 언쟁 끝에 서로 간에 낯붉힘까지 해야 했다 .이런 양상은 비단 이 지역 뿐 아니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0여 일간 구제역 사태진전에 따른 상황별 지침이 계속 조금씩 바뀌면서 농가들이 혼란을 겪는 속에 각종유언비어가 난무하며 농가책임론이 살처분 보상비를 깎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기자가 만난 보령시 천북면 초소근무자 L씨는 “여기 사람들은 처음에 실시한 예방적 살처분은 다 주지만 양성 나온 사람들은 반만 준다고들 야단”이라고 전했다 “현재 보상비 정산이 반만 나오고 나머지는 안 주고 있는 것도 다 그것 때문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어떤 축협 조합장은 “어렵게 헬퍼를 대주니까 엉뚱한 짓이나 하고 다니고 솔직히 5000 마리, 1만 마리, 2만 마리 키우는 돼지농장주들의 도덕적해이가 다른 중·소농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화감을 조성 할 정도다”며 혀를 찼다. “자신의 농장 방역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국가가 다 해 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방역시스템의 전면적 개편과 동시에 일정부문 자립방역 한계를 정해야 한다”고 밝힌다. 김유용 서울대 교수는 “연간매출액이 억대이상인 농가들도 출입구에 1000만 원짜리 소독대조차 설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본보에서도 누차 지적 했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를 서로를 힐난하고 논쟁거리로 삼기보다는 한국축산 100년을 내다보는 새 판짜기의 찬스로 보고 대승적 차원의 의견결집이 요구된다.

<김창동 충남취재본부장>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