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수·수산식품팀장

열차가 플랫폼을 막 출발했을 때 일이다. 열차의 승강대를 딛고 올라서던 간디는 실수로 그만 한 쪽 신발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열차는 출발해 속도가 붙기 시작했기 때문에 간디는 그 신발을 주울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만 포기하고 차내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런데 간디는 얼른 한 쪽 신발을 마저 벗어 들더니 금방 떨어뜨렸던 신발을 향해 세게 던지는 것이었다.

친구가 의아해서 그 까닭을 물었다.
간디는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누군가 저 신발을 줍는다면 두 쪽이 다 있어야 신을 수 있을 게 아닌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절묘한 교훈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박종식전수협중앙회장 퇴임이후 하루하루를 숨가쁘게 보내고 있는 수협맨에게도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면서 느끼면 좋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수협회장선거와 상임감사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수협은 솔직히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됐다.
당사자는 당사자대로 또 조직은 조직대로 갖은 알력과 음해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조직재건이라는 최대 과제를 풀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냥 다툼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우려스러운 점은 아직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그 정도가 심화될 조짐마저 있다는 사실이다.

1905년(광무 9)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강압하여 체결한 을사보호조약에 찬성한 을사오적의 역사를 되새기듯 수협내부에 5적이니 7적이니 하는 괴소문이 퍼져 있는가 하며 공적자금투입에 따른 책임문제를 들어 자회사를 비롯한 경영진 퇴진움직임이 도마위에 올라와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러한 루머나 마찰은 궁극적으로 수협 스스로가 누워서 침뱉기일 뿐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끝이나야 하고 모두가 해법찾기에 머리를 싸매야 할 시점이다.
차제에 정상욱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간부직들은 직원들에게 솔선하는 자세로 적극적인 정면대화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중앙회장과 감사를 제외하고 새로운 수협법에 따라 신용·경제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이달안에 있을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데 다소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서는 안된다.
특히 어느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유명한 사람이 돼 있더라는 구절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정상욱회장은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조직을 하루빨리 추스려야 하는 것 역시 간과돼서는 안될 대목이다.
여기다가 경영진퇴진이 곧 수협회생이라는 시각에 얽매이는 것도 지양돼야 하는 바다.
이쯤해서 다시 한번 간디의 신발을 곱씹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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