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평전골 개화기(19) 고추 백근 먹은 니

1999-07-10     농수축산신문

" 『좋아, 좋아. 돌려봐.』
『이것은 헐떡이는 재식이 소리였다.
『음메 존거 나 날개 달았어. 음메 날아간다. 날아간다. 공중으로 날아간다.』
이것은 점자라는 평화여관 16번 아가씨의 소리였다. 핫도그를 하는동안 제 먼저 흥분된 모양이었다. 이것은 씹을 파는 년이 누구고 사는 놈이 누군지 주객이 전도된 모양이었다.
『아. 씨바 싼다. 싼다.』
그것이 고비인 모양이었다. 재식이는 열심히 가죽방아를 고래가 무너지게 찧다가 그 대목에 이르러 『아이구야』 소가 영각 뜨는 소리를 하면서 널부러졌다.
『팔도 형도 오래 할 거야.』
명식이는 기다리는데 진력난 얼굴을 하고 이렇게 물었다.
『나는 저렇게 오래 못끌어. 아직 촛자인데.』
이렇게 말하면서 엿적은 듯이 비시시 웃었다.
『씨바, 왜 이렇게 안나와.』
팔도는 벌써 같은 소리를 몇번이나 되내고 있었다. 오지게 급한 모양이었다.
『한번 하고 말거야.』
청바지의 쭉 벗은 재식이의 다리를 보면서 점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뭐가 좋다고 열심히 또 쑤실 것이냐. 그 구멍에서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뭘 모르는 소리. 이 거룩한 점자 뽁은 그 유명한 청리 오입쟁이 명환이 일년 농사 지은 고추 백근을 해먹은 뽁이야.』
그러면서 점자는 헤실 헤실 웃었다.
명환이는 청리에 사는 지게 목발 운전수로 아이까지 둘이나 있는 유부남 이었다. 그런데 어찌 어찌해서 고추농사가 풍년이 들어 오지게 지은 해 고추판돈 1백근 값을 받아서는 평화여관에 들어 열흘만에 씹값으로 날리고 말았다. 집에서 눈 번히 뜨고 기다리는 여편네는 죽을 지경이었다. 그 오진 몫돈을 열흘 씹값으로 날렸다는 소리를 들은 그의 아내는 거품을 물고 평화여관으로 아침 새벽에 나오는데 통학 기차를 타고 우루루 달려 왔다.
『야. 이년아. 고추 백근 값 물리내라.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일년 동안 뼈빠지게 피땀 흘려 농사지은 돈이다. 보자 고추 백근 먹은 니 보지 얼마나 잘났는가 보자. 우수리는 남아 있을 것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서 점자의 치마를 훌렁 걷었다.
『고추 백근 먹은 씹구멍에 밥티 하나 남기지 않았으니 우수리가 남을 턱이 있나. 아이고 이 인정없는 밑구멍아. 우수리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몽땅 다 먹었구나. 아이고 숭악하기도 해라. 감이 한접이면 우수리가 열개여. 고추 백근 값이면 덤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나는 한 열근쯤은 남아 있으리라 짐작했는데 그 구멍에는 피도 눈물도 없냐.』 치마를 걷고 멍하니 밑을 내려다 보던 그 여자는 이렇게 탄식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후 한 동안은 점자의 뽁은 고추 백근 먹은 유명한 뽁으로 호가 났다. 그리고 우수리 고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식성좋게 먹어 치운 인정없는 통큰 뽁으로 평화동 똥치 골목을 회자하였던 것이다. 어디에나 생물이 있으면 쇠기 쓰는 법이라 김천역전에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똥치 골목에도 날파리들이 끓었다. 그것은 저 아카데미극장 기도보는 판덕이, 아랫장터 야쿠자 덕배, 상주 물나들이 쌀집 아들 창수 등 이었다. 그들은 낮에는 극장 기도를 선다든가 쌀장사를 하다가도 황악산 날망에서 검붉게 타던 노을이 스러지고 어둠이 기어 내리면 흥미로 눈을 반짝이면서 평화동 골목으로 기어들게 마련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