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산으로 가는 ´수협호´

2015-03-02     김동호

어업현장에서는 수협중앙회가 협동조합 중앙회로서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회가 규모를 키우고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조합원을 이용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회의 복지사업은 수협중앙회장의 생색내기용 사업으로 전락했으며 경제사업 역시 수협중앙회에는 수익이 되지만 어업인의 수취가격 제고에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협 조합원들로부터 현재 수협중앙회 사업이 갖는 문제점과 향후 수협중앙회가 나아가야할 길을 들어봤다.

上-지도·경제 ‘지지부진’ 어업여건 ‘악화’
中-혁신·발전 없는 2015년
下-조합원에게 길을 묻다

# 조합원을 ‘돈’으로 본다

수협 조합원들은 수협중앙회가 어업인을 ‘돈줄’로만 보고 있다며 비판한다.

김호연 조합원(경기)은 “수협중앙회에서는 ‘어업인이 주인’이라고 말하지만 어업인에게 물어보면 수협중앙회는 ‘어업인을 상대로 돈놀이하는 곳’이라고 대답한다”며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어업인 조합원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해야하는데 수협중앙회는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수협중앙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만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하다못해 농협중앙회에서는 농자재부터 비료 등을 공동으로 구매해 조합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려고 노력하지만 수협중앙회는 어망이나 양식사료, 자재 등을 공급하는 사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어 어업인들은 수협중앙회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수협중앙회가 사업을 키워나가는 목적이 어업인의 소득이나 이익증대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수협중앙회의 배를 불리고 세를 키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인수 조합원(경남)도 “수협중앙회 면세유류 사업도 결국 정부 정책사업으로 수협중앙회가 마진을 가져가기 위한 사업이지 조합원들을 위한 것이냐”라고 물으며 “지금 구조를 보면 수협중앙회가 회원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협중앙회의 돈벌이를 위해 회원조합과 조합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밖에 안느껴진다”고 지적했다.

# ‘중앙회 뭐하나’…‘등 따뜻하고 배부른 중앙회’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의 문제점으로는 낮은 어업인 체감도가 가장 먼저 손꼽힌다.

중앙회의 지도경제사업이 어업인이나 회원조합과 협력하며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사업으로 추진되다보니 수협중앙회 사업규모가 커지고 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해나가더라도 정작 조합원들은 중앙회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김영복 조합원(전남·영광수협 조합장)은 “수협중앙회가 협동조합중앙회로서 명예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회원조합이나 조합원에게 해주는 것이 별로 없다보니 업종별조합이나 지구별조합에서 정부와 직접 사업을 추진해버린다”며 “수산정책사업에서도 수협중앙회가 점차 배제되다보니 지도사업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행사를 개최하고 지원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회가 추진하는 조합원 복지사업이나 환원사업 역시 중앙회장의 생색내기용 행사에 머무르며 중앙회 자체가 어업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형채 조합원(전남)은 “현재 수협중앙회가 하는 복지사업이나 환원사업은 세수를 하면 모두 지워져버리는 ‘화장’같은 사업들”이라고 꼬집으며 “조합원들은 중앙회의 사업이 모두 중앙회 살림을 키워나가기 위한 것이지 회원조합이나 어업인 조합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중앙회는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들인데 현장 어업인들이나 회원조합의 어려움에 어떻게 공감을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 교육·환원·어업인 실익 증가에 초점 맞춰야

어업인 조합원들은 수협중앙회의 교육사업이나 환원사업, 경제사업 등이 모두 어업인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협중앙회의 지도경제사업이 중앙회 수익을 위한 사업이거나 생색내기용 사업으로 어업인의 수취가격 제고 등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중앙회 경제사업이 규모를 키워갈수록 회원조합과 경합하며 오히려 일선 수협의 판매사업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복 조합원은 “영광수협에서 자체브랜드를 통해 영광굴비를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수협중앙회에서는 조합사업과 별개로 영광굴비를 판매, 일선수협과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수협중앙회가 회원조합보다 훨씬 많은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회원조합이 팔지 못하는 물건을 팔아주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채 조합원도 “10여년 전에 박종식 전 수협중앙회장을 만나러 갔을 때 중앙회 직원들은 내가 중앙회장을 만나지 못하도록 막으려했지만 정작 나를 만난 박 전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었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수협중앙회장은 현장으로부터 괴리되고 수협중앙회의 존재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촌마을에 현수막 걸고 사진 한방 찍는 사업이 아니라 낙도 벽지에서 고생하는 어업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1년에 10개의 지역에서만이라도 실질적으로 어업인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김호연 조합원은 “수협중앙회에서 하는 어촌계장 교육 역시 틀에 박혀있어 어촌계장들은 정부 평가를 받기 위해 교육에 가고 있는 셈”이라며 “현직 어촌계장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차기 어촌계장 후보자들이나 어촌계 사무장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회계교육, 마을을 관리하고 갈등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