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농기계 넘친다 〈下 대책〉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중고농기계의 판로확대를 위해서는 우선 중고농기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농기계 학계·업계 관계자들은 중고농기계에 대한 사후봉사시스템(A/S)과 부품공급등 제반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고농기계의 판촉자체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고농기계를 구입하는 대다수의 농가들은 중고농기계 구입후 부품공급과 사후봉사의 미흡 등을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꼽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중고농기계는 85.7%가 1년간 무상수리가 가능하지만 중고농기계상인을 통해 판매되는 중고의 경우 42.9%가 무상수리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고농기계상인들의 57.1%는 판매된 농기계의 사후봉사는 수리비를 규정대로 받고 42.9%는 무상으로 수리를 하지만 부품비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A/S 실정도 만만치 않다. 올해 중고농기계를 미국으로 수출한 A업체는 사후관리와 부품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전제품의 반송과 손해 배상까지 물어야 하는 치명타를 입었다.
중고농기계 수출시 사후봉사와 부품공급을 철저하게 지키지 못할 경우 중고제품의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더러 국가적 이미지까지 실추시킬 수 있자는 걸 보여준 사례다.
결국 중고농기계 판매의 관건은 확실한 A/S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가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전국 중고농기계의 보유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망이 설치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중고농기계는 거래상들에 의한 지역간의 거래에 불과, 소비자들이 중고농기계의 기종, 연식과 가격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원은 “전국적으로 대리점과 중고상설매장의 농기계 보유현황에 대한 정보의 네트워크망이 필요하다”며 “중고농기계 정보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이 가능할 경우 지역간의 효율적 거래와 수출업체들의 기종 구입이 수월해 중고거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농기계 학계·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내수판매진작을 위한 노력과 함께 수출을 통한 중고농기계처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관련업계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고농기계의 수출여부를 타진하는 등 해외시장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이다.
그 결과 농가 경제사정이 어려운 동남아 국가들은 농업기계화 수준이 한국의 60년대에 불과, 중고농기계 수출이 가능하다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필리핀의 경우 제대로된 생산라인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중고 부품을 조립해 농기계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구형기종이라도 가격이 저렴한 농기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말레이시아는 기존 일본·유럽 등의 중고농기계가 수입되고 있는 만큼 중고라도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신기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돼 시장에 따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후진국뿐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에도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매년 소량의 중고 농기계가 수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중고농기계무역협의회 회원사들은 트랙터 10대를 수출해 미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미국은 중소형 트랙터를 농업용보다 취미·여가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따르는 중고농기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살린다면 중고농기계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달 중고농기계 거래상인들과 대리점들은 한국중고농기계협의회와 한국중고농기계무역협의회를 설립했다.
트랙터와 콤바인 등을 생산하는 종합형 업체들도 중고농기계의 수출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대동공업, 국제종합, 동양물산, LG전선 등 주요 업체들은 국내 중고농기계를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는 무역업체에 대해서는 소량의 부품을 구입하더라도 부품가격을 도매가격으로 공급하고 수출국가 언어로 제작된 중고기종에 대한 설명서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