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농사 망쳤다」 망연자실"

1999-08-06     박유신
" 태풍피해농가를 가다(전남 나주·화순)(경기 이천·안성)
<전남 나주·화순 상황>
나주배 주산지인 금화면과 왕곡면 일대와 사과주산지인 화순군 능주일대 과수농가들은 이번 태풍으로 80% 낙과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나주배원예조합(조합장 이종표)측은 배 주산지인 이곳 3천5백여 농가가 2천8백70여ha에서 연간 5만톤의 배를 생산했지만 이번 피해로 1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곳 농민들은 『그나마 달려있는 배마저 강풍에 시달려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고 잎도 상당부분 떨어져 내년 배밭 꽃눈형성이 어려워 예년생산량의 60%에도 못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나주배원예조합과 나주시 면사무소, 과수농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이다.
전남 나주시 왕곡면 행전리 이영근씨(55)는 『귀농해서 6년째 1ha에 배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연간 4천5백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95%정도 수확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울먹였다.
안병만 byungman.aflnews.co.kr
안춘배
<경기 이천·안성 상황>
『물론 태풍피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습니다. 다음달 수확을 앞두고 마음을 놓고 있던 농가들은 갑작스레 닥친 태풍의 위력에 망연자실할 뿐 입니다.』
경기동부과수농협 허환 원예지도사의 표현대로 과수농가들은 태풍이 쓸고간 과수원을 정리하기보다는 동네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자식을 잃은 심정으로 연거푸 술잔만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 이천 장호원읍 오남2리에서 2천4백여평 규모로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이상구씨(58)는 쓰린 가슴을 달래며 떨어진 복숭아를 줍고 있다. 『복숭아가 아까워서라기 보다는 떨어진 복숭아에서 부패병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거해서 땅에 묻어야 한다』고 설명하는 이씨는 『1년농사가 하루아침에 날라갔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장호원읍 송산리 김민수씨(54)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복숭아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 할 탐스럽게 영근 미백 복숭아가 땅에 널그러져 새들만 모이고 있는 형편이다. 5천평 과수원에서 2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김씨는 『어젯밤 기상예보에서도 강풍예고가 없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밤 8∼9시가 되어 큰 비를 동반한 강풍이 닥쳐 피해가 컸다』며 기상예보를 탓했다.
장호원 진암리 하재석씨(51)는 『그래도 나무가지가 탄력이 있어 부러지지 않은채 과실만 떨여졌지만 배나무는 가지가 과실을 매단채 통째로 부려져 2중피해를 입었다』며 올해뿐 아니라 내년 수확에도 큰 차질이 있을 것을 걱정했다.
안성 일죽면일대 포도밭 역시 이번 태풍으로 대부분 비가림 시설이 무너진데다 무너진 시설이 포도나무를 짓눌러 2중피해를 입은 농가가 1백호에 달한다.
일죽면 화복리 태봉부락 박현중씨(66)는 『장가도 안간 아들(박종연·33)에게 올해 포도밭을 물려주어 새롭게 시작하려는 순간에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아들에게 뭐라 위로할 말이 없다』며 허탈해 했다. 다행히 이곳은 공공근로요원과 농활학생 30여명이 투입돼 복구작업에 임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일손이 없어 복구에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배긍면 mike@aflnews.co.kr
박유신 yusinya@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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