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기후위기, 지속가능한 농림축수산업을 위한 지구 사랑’ 캠페인 ③탄소 줄이는 농업, 지구를 살린다
-간단관개·무경운농법, 온실가스 저감 효과…탄소 저감 위한 정책지원·인센티브 확대 필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4700농가·5657ha·706건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받아 -신젠타, 디지털 솔루션과 연계해 기후위기 대응…농업인 생산성 높일 수 있는 종합적 노력
[농수축산신문=이한태·김동호 기자]
재활용 장바구니·손수건·텀블러 사용, 빨대·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 자제.
이는 온실가스 등으로 파괴되고 있는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권장되고 있는 대표적인 생활 속 실천운동이다.
‘기후위기’나 ‘탄소중립’ 등은 거창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 우리 생활 주변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일들도 많다.
농업분야 역시 탄소저감과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 농업분야 온실가스, 전체 24% 달해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집약적 농업으로 지구 토양이 고갈, 약 3분의 1이 퇴화됐다. 이는 농업분야에서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농작물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핵심이 되는 토양이 병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는 지구상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과 기타 토양사용에서 오는 온실가스 발생량이 약 24%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반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 비중 21%보다 많은 수치로 농업분야에서의 탄소저감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시급함을 잘 드러낸다.
FAO는 이러한 농업분야 온실가스 저감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보전농업(Conservation Agriculture) 실천을 권장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토양재생에 목적을 둔 보전농업은 노동집약도를 20~50% 낮춤으로써 에너지 투입량 감소와 영양소 사용효율을 개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 또한 토양이 분해돼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안정시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생물다양성을 강화하는 한편 탄소를 격리해 지구온난화와 전반적인 대기오염을 억제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력 절감, 토양침식 감소, 수확량 증가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전농업의 대표적 방법으로는 기계적 토양 파괴를 최소화 하는 무경운농법이나 최소경운농법, 보전경운 등이 소개된다. 보전경운의 경우 토양침식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토양과 수분 손실 최소화를 위해 경운 횟수를 줄이거나 작물 잔여물을 30% 이상 남겨두고 경운하는 방법 등이 포함된다.
# 간단관개·무경운농법으로 온실가스 ‘뚝’
이러한 보전농업을 벼 재배에 적용하면 간단관개와 무경운 또는 최소경운으로 농업부문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벼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8년 기준 630만톤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에 달한다. 이는 축산업을 포함한 전체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29.7%를 차지하는 양이다. 특히 벼 재배과정에서는 온난화 지수가 높은 메탄의 발생량이 많다. 메탄의 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21배 높다.
이처럼 벼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간단관개와 무경운이나 최소경운농법을 통해 줄일 수 있다. 2011년 발간된 녹색농업기술편람에 따르면 논을 항상 담수상태로 유지하지 않고 며칠간 물을 뺀 후 다시 관개를 하는 간단관개는 상시담수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능력이 43.8% 향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기준 간단관개 기술은 87.3%를 이행한 상황으로 2030년이 되면 89.4%를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는 당초 목표인 97%에는 미치지 못한 전망치다.
김숙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사 등이 발표한 ‘벼 재배시 경운 및 재배방법에 의한 메탄발생 양상’ 논문에 따르면 무경운재배는 경운이앙 처리구에 비해 메탄가스 발생량이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 저감된다.
농진청은 최소경운 벼 이앙농법을 개발, 벼 이앙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1% 줄일 수 있고, 노동력과 생산비를 일반 재배에 비해 약 5.2%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소경운 벼 이앙농법은 식량과학원 내 시범포장에서의 실험이 끝나 올해 농가에 시범적용될 예정이다.
# 탄소 줄이며 농가매출도 ‘껑충’
국내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식품 발전과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추진, 장려하고 있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은 친환경·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대상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우리 농산물에 부여하는 인증제도다. 관행농법에 비해 탄소발생량을 줄인 농축산물에 대한 인증을 통해 생산자가 농축산물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줄이고, 소비자는 인증상품을 구매함으로써 탄소저감을 실천·장려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나가는 취지다.
현재 벼, 보리, 사과, 배, 수박, 인삼 등 61개 품목과 최적비료사용, 경축순환농법, 직파재배, 무경운·부분경운, 수막재배,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빗물 재활용 기술, 논 물관리 기술 등 농업 생산과정 전반에 투입되는 비료, 농약(작물보호제), 농자재, 에너지 등을 절감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영농방법과 농업기술 19가지가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전국적으로 4700농가, 5657ha, 706건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았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다. 2016년 현대백화점, 이마트, 올가푸드 등 5개사에서 지난해에는 마켓컬리 등이 추가돼 9개사로 늘었다. 이들의 매출액도 554억 원 규모에 달한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에 따른 혜택도 있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는 유통사와 연계한 행사를 연 2회 개최하고,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구매금액의 9%를 그린카드 포인트로 제공받는다. 이는 실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들의 소득 증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은 노병근 대한포도 대표는 “저탄소 인증을 받자 바이어들이 먼저 알고 납품 연락을 해왔다”며 “인증 이후 판매단가도 4배 가까이 높아졌고, 최근 도매시장 경락가격도 관행 재배 농업인 평균 경락가 대비 2만 원 이상 높게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포도의 매출액은 2016년 2억5000만 원에서 2019년에는 15억4700만 원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는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인센티브 확대 필요
저탄소 농업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빠르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농가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유통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병행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탄소인증농가는 △경북 1983호 △전남 569호 △전북 471호 등 전국에 4700호로, 친환경인증농가의 5% 수준이다.
이처럼 저탄소인증이 빠르게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 시장에서 인증제에 대한 프리미엄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등 온실가스 저감이 농가소득 제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경연의 ‘신기후체제에 대응한 저탄소농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저탄소농업기술은 재배과정에서 노동력 투입이 증가하고, 수확량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비해 시장에 판매했을 때 가격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탄소농업을 영위하는 농가 2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관행농법에 비해 수익성이 감소했고, 향후 수익성 또한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51.5%였다.
따라서 유통업체가 저탄소인증 농축산물 판매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정부에서는 저탄소인증 농축산물의 판로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저탄소인증 농축산물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농경연은 주장했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교급식 등에서도 저탄소인증을 요구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농법을 빠르게 확산시켜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아직까지 유통업체에서도 그린카드와 연계한 포인트 제도를 전면 도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업계의 한 전문가는 “저탄소인증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됐지만 정부의 예산은 연간 1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한 것이 별로 없고 농업인도 소득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는 저탄소인증이 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유통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에너지자립으로 탄소 줄인다
농어촌 탄소저감의 사례로 에너지자립마을이 있다. 특히 도서지역의 경우 그 효과가 더욱 뛰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도시지역과 농촌, 도서지역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뤄지고 있다. 이 일환으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충남 홍성군 원천마을을 찾아 농식품 탄소 중립과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에너지자립마을 중 도서지역은 탄소저감에 있어 더욱 뛰어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인도서 중 일부는 발전시설이 없어 지역내 전력공급을 디젤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도서지역 주민들의 연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디젤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디젤 등 생활연료의 운송비를 재정여건에 따라 지원해 왔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2019년 시행된 해운법과 하위법령에 따라 도서지역 생활연료 해상운송비를 지원하고 있다.
발전에 사용될 연료를 운송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섬은 육상지역보다 경제적인 효과가 더욱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에익섬(Isle of Eigg)은 주민주도형 에너지자급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는 에익섬 운영재단은 전력관리 자회사와 수요조절용 에너지토큰, 가구당 최대출력 제한 제도 등을 통해 전력공급과 수요를 직접 관리함으로써 에너지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섬 내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풍력과 태양광, 소수력에 이르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결합해 생산하고 있으며 전력토큰 구매나 최대출력제한 제도가 부담스러운 가구 또는 숙박시설에서는 자체적으로 태양광이나 소수력 발전 등의 설비를 마련해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에익섬은 이같은 에너지자립 시스템으로 평균 95% 이상의 에너지자립률을 보여 유럽의 ‘친환경에너지마을 경진대회’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자립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 탄소 줄이고 생산성 높이는 솔루션
글로벌 농화학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민간 차원에서의 농업분야 탄소 절감 노력도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신젠타는 농업을 통해 발생되는 것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격리해 토양에 저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토양 건강과 지력 향상을 통해 농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토양에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젠타는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을 통해 지속가능한 토양 관리 방식, 최적화된 물 사용과 작물 관리 기술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추진 중인 착한성장계획(Good Growth Plan)을 통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추가적인 토지, 물, 투입물 등을 활용하지 않고 주요 작물의 평균 생산성을 20% 높였다. 이는 자원의 효율을 높여 단위 생산 기준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것이다. 2017년 기준 프로그램 적용 농가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14% 개선할 수 있었다고 신젠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젠타는 토양 내 탄소 격리량을 높이기 위한 농경지 복원도 실시하고 있다.
박진보 신젠타코리아 대표이사는 “신젠타는 기후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 회원으로 2030년까지 프로젝트의 3대 핵심 요소인 생산성, 회복력, 온실가스 배출 완화를 위한 과학 기반과 측정가능 약속을 실행하고 있다”며 “디지털 솔루션과 연계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농업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시 나무주사 천공수를 반으로 줄여 천공작업, 운반작업 등에 사용되는 연료사용을 절감시킨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바스프도 지난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목표로 농작물 생산에서 탄소 배출량을 30% 저감하는 동시에 수확량 증진, 효과적 농장 관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 감소를 지원하는 기후 스마트 농업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바스프 농업 솔루션 사업부 관계자는 “기존 농산물 시스템은 증가하는 세계 인구에게 건강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식품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 해야 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작물 재배 변화는 사회에서 유용하고 환경친화적이며, 농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의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농업분야 탄소저감 위한 정책지원도 확대돼야
신젠타가 최근 전세계 농업인 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9%의 농업인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72%의 농업인은 ‘향후 5년 간 기후변화와 이상기후가 작물 수확량이나 농가 경영비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농경연의 지난해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농업경영의 주된 위협 요소로 2019년까지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개방 확대’ 등이 크게 감소한 대신 ‘기상이변과 재배 여건 변화’, ‘가뭄, 홍수, 태풍 피해’ 등이 크게 부각됐다.
이러한 통계들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자연재해 증가로 농업 전반에서 기후에 따른 위기감은 이미 크게 확산됐으며,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현안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응한 노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들이 보다 효과를 거두고, 정책적인 지원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는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축산물 소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저탄소 관련 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위한 투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아울러 농업인의 탄소 저감 유도를 위해 농업분야에서 저감된 탄소 배출량 만큼을 배출권으로 환산해 농업분야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공익형 직불제 중 선택형 직불제는 훌륭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온실가스의 적극적인 격리를 통한 감축으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대응책이 농업 분야에서도 강구돼야 한다”며 “토양 유실을 방지하고, 이산화탄소를 토양에 격리해 온실가스 발생보다 흡수를 증가시키려는 노력 등을 공익형 직불제에 포함시키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농가의 인식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수축산신문·신젠타코리아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