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특별기획] 한국 농어업 미래를 함께 [1부] 경영혁신② 농어촌 인력 문제를 해결하라

고령화·공동화로 소멸위기 직면한 농어촌 “일할 사람이 없다” 외국인근로자 수급대책·구직자 인력중개 등 제도개선 ‘시급’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관리 위한 정부 특단 대책과 농작업 대행 서비스 지원 강화해야 청년축산인들의 성장 단계별 자금지원제도 도입 통한 젊은 피 수혈로 노동력 보완 필요 수산인력 부족 해결 어업생산구조 기계화·자동화로 효율성 높여야

2021-04-01     이한태·김동호·송형근 기자

[농수축산신문=이한태·김동호·송형근 기자]

안정적인 인력수급은 농어가 경영구조 혁신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 농어업 현장에서는 고령화와 공동화로 젊은 층이 농어촌을 떠나 고령의 농어업인들만이 남았고, ‘60대가 막내’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어업 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농어업·농어촌이 안고 있는 인력수급 문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농업부문]

농촌은 초고령사회일 뿐만 아니라 공동화로 소멸위기에 직면해있다. 외국인 근로자 노동력에 의존하던 농촌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더욱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국내 농업 활동을 지원하고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푸마시를 통해 도시 구직자들이 농촌에서 일자리를 소개받고, 농가들은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상생이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5월 현장 모습.

# 고령사회, 초고령 농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통계청 2019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 %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지역별로 구분해 전국 82개 군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90.2%인 74개 군의 고령화율이 2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율이 30% 이상인 군도 4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할 사람이 없는 농촌’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동화 현상도 가파르게 진행 중이어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에 관한 특별법’, ‘농어촌정비법’,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농촌 정주기반 개선을 위한 정책이 추진 중이지만 현장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외국인근로자 의존 크지만, 공급 턱없이 부족

왕성한 영농활동을 펼칠 젊은 층이 사라지고 있는 농업·농촌의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E-9)는 2007년 2333명에서 2019년 5887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외국인근로자 가운데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7%에서 11.5%로 증가했다. E-9체류자격의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는 2019년 기준 3만1378명으로 집계됐다. 법무부의 계절근로자제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 배정인원 역시 2015년 19명에서 2019년 3612명까지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고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402농가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작물재배업 생산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농가는 전체의 64.2%(256농가)에 달했으나 이들 중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농가는 6농가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상반기에 배정됐던 46개 시·군 4532명의 계절근로자제 외국인근로자의 입국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허가제의 경우도 배정된 6400명 중 1131명만이 입국하는 등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기도 했다.

전북의 한 농업인은 “지난해 수확기에 인건비가 평소의 20%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는 9월까지로 한시적 유예가 됐지만 외국인근로자 숙소기준이 강화돼 현장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 기존 제도 한계 ‘분명’…특단 필요

이에 따라 농업부문 인력문제 해소를 위해 외국인근로자 관련 제도 개선이 확대되고 있으며, 도시 구직자나 은퇴자를 활용한 인력중개, 창농·귀농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인력수급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와 전반적인 제도개선 요구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농사일이 익숙하지 않은 근로인력을 교육해 현장에 투입하고, 이들의 생산성 대비 높은 노임에 연유하는 농가의 부담을 완화하는 일 등에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과 농작업 대행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경연도 최근 ‘농업 고용환경 변화에 따른 외국인근로자 활용 정책 방안’ 보고서를 통해 비공식 공급 경로가 주도하는 현실에서 기존 제도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품목과 농가 특성에 맞는 외국인근로자 제도 세분화 설계·운영 △농업 고용인력 정책 수립과 전달체계 구축 △시·군 단위의 내·외국인 포함 인력 매칭과 센터 간 인력 교류 △농업 근로환경 개선 △다양한 불법체류 관리 등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차원에서의 도·농간 일자리 중개와 공유농업 플랫폼 ‘팜메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푸마시의 김용현 대표는 “최근에는 농촌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몸은 힘들더라도 쉴 수 있는 안전한 숙소가 해결이 된다면 더 많은 내국인들도 농촌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최근 농어촌의 열악한 숙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숙소나 폐가 리모델링,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숙소 지원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농어촌의 숙소 문제만 해결해줘도 도시에서 농촌으로 일하겠다고 오는 이들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 축산부문

2019년 12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국내 축산업계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주던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외국인근로자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지속가능한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축산농가에서 퇴비를 옮기는 모습.

# 외국인 근로자 법 개정, 현장 숨 트이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지 못하는 축산농가나 인력중개업체를 통해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불법 브로커를 통해 높은 비용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구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경기 평택의 한 낙농가는 “현장에서 마음도 잘 맞고 성실하게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렵게 구해 같이 일하는 동안에도 불법 브로커의 속임수에 넘어가 중간에 도망을 가서 더 높은 일당을 요구하는 등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매년 최저임금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일의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를 데리고 상당기간 일을 가르쳐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한다 하더라도 4년 10개월이 지나면 출국했다가 3개월이 지나야 입국할 수 있는 제도는 업무 공백을 초래하는 등 현장과 제도 간 괴리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장의 어려움은 임이자 의원(국민의힘, 상주·문경), 홍석준 의원(국민의힘, 대구 달서갑),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 수원을) 등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축산현장 인력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감염병 확산이나 천재지변으로 출·입국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1년의 범위에서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 받을 수 있게 되고, 연장된 취업활동 기간이 끝난 외국인 근로자의 재입국 취업제한 기간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돼 현장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 지속가능한 축산업, 환경도 중요하지만 청년 축산인 육성에 적극 노력해야

하지만 단순히 숙련도가 낮은 생산·단순 노무 직종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많듯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에 속하는 축산업 또한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젊은 전문 인력 비중을 점차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년농업인 육성 및 조합원 유입 확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 211만 명 중 40세 미만 청년 조합원은 3만714명으로 전체 조합원 중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축협 조합원 구성으로 봤을 때 전체 13만674명의 조합원 중 65세 이상 조합원이 6만163명으로 46%를 차지한 반면 40세 미만 청년 조합원은 4547명으로 3.5%에 불과했다.

품목 축협 조합원 구성은 전체 1만1001명의 조합원 중에서 65세 이상 조합원이 4183명으로 38%를 차지한 반면 40세 미만 청년 조합원은 605명으로 5.4%에 불과해 높은 고령화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상문 전국축협운영협의회장(의성축협 조합장)은 “미허가축사 적법화 과정을 거치며 많은 축산농가들이 농장 운영을 포기하면서 축산 조합원은 상당수 감소했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조합원 수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청년 축산 조합원을 활발히 유치함으로써 조합원 고령화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청년 축산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보면 보통 초기 정착을 위한 자금 지원에 편중돼 있는데 성장 단계별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이들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향후 조합에서 판로확보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을 실시해 꾸준히 청년 축산인 육성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산부문

어촌도 인력부족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어가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이뤄진 급속한 고령화는 어촌의 일손부족으로 이어졌고, 그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몫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외국인력의 유입까지 급감, 어업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어가인구의 과소화와 어촌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업의 자동화·기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어획물을 양륙중인 대형선망어선.

# 늙어가는 ‘선원’ 늘어나는 ‘외국인 선원’

국내 수산인력의 고령화로 외국인 선원은 증가세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전체 선원 2만5712명 중 60세 이상의 선원은 없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선원의 인구가 빠르게 감소했다. 그 결과 20년만인 2019년에는 1만3666명의 내국인 선원 중 60세 이상의 선원은 5509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젊은 선원의 신규 유입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2000년 4822명이던 20대 선원은 2019년 171명까지 감소했다. 2010년부터 어선원으로 유입되는 20대 선원이 한해 평균 17명 수준에 그친 셈이다.

20대의 빈자리는 외국인이 채웠다. 2000년 614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선원은 2019년 1만32명까지 늘어 전체 선원의 42%를 차지하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2019년 기준 내국인 선원의 80%가 50세 이상의 선원이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국인 선원의 80%가 60세 이상의 고령선원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20톤 이상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으로, 20톤 미만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톤 이상의 어선은 선원법의 적용을 받기에 20톤 미만 어선에 비해 비교적 나은 여건에서 근무한다. 20톤 미만의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은 통계조차 없어 수협의 어선원 재해보험 가입자수로 그 수를 유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에 수산계 고교가 무너진다

수산인력 양성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산계 고교는 침체일변도다.

김창원 대형선망수협 선원자문위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7개 수산계고교의 승선관련 학과 재학생은 전년 대비 90명 감소한 208명이다. 이 중 해군 특성화고교인 인천해양과학고를 제외하면 3학년 재학생수는 전년 대비 34% 가량 감소한 197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는데 지난 2월 26일 기준 국내 수산계고교 승선관련 학과 재학생은 204명에 그쳤다.

이같은 감소세는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는 2021년 763만8000명에서 2030년 607만6000명, 2040년 520만4000명, 2050년 507만3000명 등 급격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 ‘저임금 노동’이 아닌 ‘기술’로 채워야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인력난을 저임금 노동력이 아닌 기술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가인구의 고령화와 어촌의 과소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의 인권이나 산업재해와 관련한 규제는 앞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다. 즉 저임금의 외국인 선원으로는 어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과거에는 노동력의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노동력으로 기술의 자리를 채웠는데 최근에는 노동력의 비용이 급증, 기술에 투입되는 비용을 넘어서게 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저임금 노동에 기대서 산업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어선에서 인력수요를 줄이고 근무하는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어업여건으로는 기술확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다 파격적인 예산을 확보, 기술개발과 보급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도 “과거에는 배를 타면 일자리를 얻고 충분한 경제적 보상도 뒤따랐지만 지금은 임금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해야 한다”며 “인력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업생산구조를 기계화·자동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선원에게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계화·자동화로 인력수요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그게 본질적인 목적은 아니다”며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어업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인력이 수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