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특별기획] 한국 농어업 미래를 함께 [1부] 경영혁신 ③공익직불제를 탄탄히 하라

농어업인 위한 공익직불제 바로 세우기 위해 품목별 영농규모와 형태별 세분화시키고 ‘가짜농민’ 골라내야 농지투기·부정수급문제 해소 농업인 농지개념 정립 ‘시급’ 선택형직불제 확대 필요 관련예산 확보 과제 수산자원보호직불제 사실상 공모제사업…실효성 ‘의문’ 경영안정에 기여 위해 대상확대 필요

2021-04-07     박유신·이한태·김동호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유신·이한태·김동호 기자]

 

농정혁신의 첫걸음이라고 평가받았던 공익직불제가 지난해 5월 시행이후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121000농가·농업인에게 총 22753억 원의 직불금을 지급하고 농가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시행 첫해인 만큼 향후 제도적·법률적으로 개선·보완돼야 할 문제도 불거졌다.

수산부문도 올해부터 조건불리지역 직불 경영이양직불 수산자원보호 직불 친환경수산직불 등 4가지의 공익직불제가 시행됐지만 안정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우리나라 농업직접지불제(이하 농업직불제)의 변천과정과 공익직불제의 도입 배경, 시행 첫해의 성과,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농업직불제의 변화

농업직불제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추세 속에서 주요 선진국이 농가경영위험 관리차원에서 농정 수단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농업과 농촌을 유지하며 창출되는 환경·자연보호, 생태·경관보전 등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보상하기 위한 농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WTO 체제 출범 이후 가속화된 농산물 시장개방과 국내보조금 감축에 대응해 농가소득안정과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직불제가 시행돼 왔다. 하지만 쌀 변동직불제,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직불제 등은 가격위험 흡수기능이 취약하고 지원이 쌀에 편중돼 농업·농촌이 갖는 다양한 기능을 보상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2017년 문재인 정부들어 농업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이 핵심 농정공약 중 하나로 부각됐다.

이후 전체적으로는 공익직불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시행방식과 예산 확보의 문제로 시행주체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대립한 끝에 20191227일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 시행 첫해 1121000농가·농업인에 총 23564억원 지급

정부는 하위법령 개정 등을 통해 세부방안을 수립해 지난해 51일부터 공익직불제를 본격적으로 시행, 지난해 1230일까지 전국 1121000농가·농업인에게 22753억 원의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98000명의 농업인에게 795억 원의 선택형 공익직불금을 지급했다. <표 참조> 이는 제도 개편 전인 2019년 쌀··조건불리직불금 지급규모가 12356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97억 원이 증가했다.

이에 공직직불제 시행 첫해의 성과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지급받은 농업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16~22일 설문조사한 결과 87.3%의 만족도를 보였다. 경지면적별로는 0.5ha 이하인 농가·농업인의 92%,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농업인의 86.9%, 영농기간별로는 10년 미만인 농업인의 88.9%만족한다고 답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또한 10명중 9명은 영농활동에 도움된다고 응답했다.

# 임대차 계약서부터 혼란

시행 첫해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익직불제는 많은 제도적·법률적 보완이 필요시 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기본형 직불금을 안착시키는데 집중하다보니 선택형 직불제 보완이나 실제 시행과정에서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본형 직불금 지급대상, 17개 준수사항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특히 지난 1일 공익직불제 신청이 시작됐지만 현장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농지를 대상으로 한 투기가 분노의 도화선이 되면서 농지와 농업인에 대한 개념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농업계는 공익직불제가 도입 취지를 살려 제대로 시행·정착되기 위해서는 농지를 대상으로 한 투기와 이에 따른 농업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농업계에서는 공익직불제의 최우선 과제로 농업인과 농지에 대한 개념의 정립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농지 임대차계약부터 문제로 제기된다. 지난해는 농지 임대차 계약서가 없더라도 공익직불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1년간 유예를 해줬는데, 올해부터는 임대차 계약서나 세금납입 확인이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지주가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직접 공익직불금 수령 등을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안 써주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소위 농지 쪼개기라 일컫는 편법 수령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공익직불금이 농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간 120만 원에 달하는 소농직불금을 받기 위해 농지를 0.5ha 미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차농에게 지주가 임대하던 농지 중 0.5ha 미만 면적에 대해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할 경우 임차농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7~2019년 사이 1회 이상 직불금을 받은 실적이 있는 농지를 대상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으로 불거진 형평성 문제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 농업인 개념 정립 시급

이에 농업계에서는 농지투기나 부정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인과 농지에 대한 개념 정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공익직불제가 농지를 기준으로 일괄 지급되면서 가짜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농지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장은 농업인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공익직불 대상 농지기준도 품목별로 영농규모와 형태에 맞게 세분화 해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도 직불제 지급대상에서 소농과 투기세력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현재 0.5ha 미만인 소농 기준도 공익직불제 시행이 오히려 추후 규모화를 통한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농업인의 정의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함의를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부총장 역시 “‘1000이상의 농지에서 경작만 하면 된다는 현재 기본법 상의 농업인에 대한 개념과 자격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농업인 자격이나 개념은 농지문제와 연계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농업인단체 등과의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공익직불 예산 확보도 과제

아울러 공익직불금 예산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공익직불제를 개선하고, 선택형 공익직불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확대돼야 하지만 최소 5년 간은 관련 예산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면서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5년 간 현재의 24000억 원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귀농··창농 등 후계농업인 육성 지원,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 등 농업계 현안 해소를 위해 공익 직불제 확대를 거론하면서도 정작 예산과 관련해서는 어떤 대응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농업계에서는 선택형 직불 등 공익직불제를 활용한 탄소저감 방안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선택형 직불 확대를 위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수산부문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조건불리지역 직불 경영이양직불 수산자원보호 직불 친환경수산직불 등 4가지의 공익직불제에 대한 시행에 들어갔다.

조건불리지역 직불금은 도서 또는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19300어가가 대상으로 연간 75만 원이 지급되며 후계어업인에게 경영을 이양하는 어업인 300명에게는 연간 120~1440만 원까지 지급된다. 수산자원보호 직불금은 2톤 이하 어선은 연간 150만 원, 2톤을 초과하는 어선은 선복량 1톤당 65~75만 원을 지급하며 친환경인증을 받은 양식어가는 1ha238만 원을 지급한다. 또한 배합사료를 사용하는 어가는 배합사료 1톤 사용시마다 27~62만 원을 지급한다.

# 예산부족에 공모제가 된 직불제

공익직불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문제점은 여전하다.

특히 수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수산자원보호직불제는 사실상의 공모제사업으로 마련돼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또한 수산자원보호직불제의 지급 기준 역시 TAC(총허용어획량)를 적용하고 추가적인 수산자원보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해 기존에 TAC를 적용받고 있던 어업인 이외에는 신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불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업인들의 동참이 필수적인데 현재의 직불금은 기존에 다른 이름으로 나가던 보조금을 직불제로 전환하는 수준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직불제 예산규모가 올해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공익직불제도의 기대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직불금 예산 비율 목표 정해져야

수산분야 공익직불제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 수산예산에서 공익직불제가 차지하는 비율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 목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익직불제는 어업인의 안정적인 소득과 함께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는 보기 어렵다. 즉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동향에 대응해 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최근 국제사회의 수산규범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수산보조금 협상은 20년가량 끌어온 협상이지만 최근 수산보조금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어선원의 인권이나 노동환경에 대한 규제요구도 강화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국제노동기구의 어선원노동협약(C.188)과 케이프타운협정(CTA) 등 어선원의 안전과 노동여건, 인권 등과 관련한 국제협약의 비준압박을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 수산보조금 협상이 타결되고 C.188, CTA 등이 비준될 경우 수산업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은 수산업은 강화되는 국제규범에 맞춰 체질을 개선해야하는 동시에 공익적 기능을 제고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공익직불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체 수산예산에서 직불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늘려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직불금 대상 확대해야

수산직불제가 어업인의 경영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직불금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 수산업·어촌은 해양생태계 보호 생물다양성 유지 해난구조와 구호 국경해역 감시 지속가능한 식량공급 지역사회 공동체역할 고유한 어촌경관형성 문화의 보존과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기능 중 직불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은 수산자원보호, 지역사회 공동체 역할, 어촌경관형성, 지속가능한 식량공급 등 일부의 기능에 그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해난구조나 구호와 국가안보와 연관된 국경해역 감시 등의 기능에는 직불제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같은 기능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기능인만큼 향후 관련 제도를 정비, 수난구조와 구호, 국경해역 감시 등을 어업인인 공익적인 의무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직불금을 지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류 명예연구위원은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 중 어업인이 수행하던 해난구조와 국경해역감시를 국가가 수행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서비스이자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공익적 기능이라며 또한 어촌경관 보전 등의 기능도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만큼 이같은 기능을 대상으로 한 직불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