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꿈을 일구는 청년농업인] 14. 조혜원 바트로 대표

삶과 희망을 배울 수 있는 사과 바트로…새콤달콤·과즙 풍부 입소문

2022-08-12     박현렬 기자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연애 시절부터 결혼하면 강원 화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겠다는 남자친구의 계획 때문에 어렴풋이 산촌마을의 생활을 짐작했던 20대의 서울 처녀.

그는 스물여섯살에 신품종과 프리미엄 농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기반의 한 회사에 취업하며 결혼 후 귀농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2020년 결혼 후 화천에서 시어머니가 경영하던 사과 농장를 맡아 군납과 직거래, 온라인까지 유통 판로를 확장 중인 조혜원 바트로 대표. 그는 사과뿐만 아니라 시어머니가 재배하는 감자, 오이, 옥수수, 호박 등의 판로 다양화와 상품화까지 고민 중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농사를 잘 짓는 농부를 넘어 농사업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그를 만나봤다.

 

# 밭으로 간다 의미의 농장 브랜드 바트로

결혼 전 온라인 영업팀 상품기획자(MD)로 일하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초당옥수수의 홈쇼핑과 온라인 판매를 담당했습니다. 초당옥수수뿐만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신품종 농산물을 다루며 온라인 시장 내 농산물 유통 방법과 온라인 판매 시 유의해야 할 점 등을 배워 사과와 사과즙을 판매할 때 반영했죠.”

지금 전 직장 대표가 들으면 스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말과 웃음으로 귀농스토리의 말문을 연 조 대표. 그는 결혼을 앞두고 시댁 농사일을 사업화시키겠다는 포부로 사과 농장 브랜딩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화천 산골마을 사과밭을 다니며 나는 삶과 희망을 배울 수 있는 밭으로 간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의미를 담아 바트로라는 농장 이름이 탄생했다.

귀농 전 사과밭의 수익은 대부분 군납을 통해 나왔습니다. 사과즙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은 거의 전무했죠. 결혼식을 4개월 정도 앞두고 처음으로 사과와 사과즙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내 지역주민, 지인, 도시민에게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과뿐만 아니라 감자, 오이, 옥수수, 콩을 판매하며 스마트스토어와 온라인 쇼핑 입점을 통해 다양한 판로도 확보했죠.” 든든한 베테랑 농부인 시어머니와 어릴 때부터 밭일을 도우며 노하우를 갖춘 남편, 초보 농부의 열정으로 재배되는 사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사과 농부로서 맛있는 사과는 한입 배어 물었을 때 새콤달콤한 과즙이 풍부해야 합니다. 큰 일교차와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바트로의 사과는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장점입니다. 최적의 위치에서 배움에 적극적이고 사과 밖에 모르는 열정으로 고품질의 사과 생산에 매진한 가족들의 결과물인 셈이죠.”

조혜원 바트로 대표는 6600㎡의 농장에서 부사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 쉽지 않았던 초보 농부

2020년 결혼 후 본격적으로 귀농한 그는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사과밭 외에 밭농사도 병행했다. 10~11월 고품질의 사과를 수확하기 위해선 평상시 수세를 관리하고 과가 수정되면 열매 또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른 봄에 시작돼 서리가 내릴 때까지 이어지는 밭작물 재배는 초보 농부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귀농 직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사과 수확량이 매우 적어 실망이 컸습니다. 남편을 호박밭으로 보내고 과수원에서 혼자 일을 하기 위해 화천군의 농업인대학과 컨설팅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열혈 초보농부를 자처하며 전지 전정, 가지 유인, 적화·적과 작업을 비롯한 과수일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게 됐죠.”

과수원을 비워두지 않고 사과 재배에 몰두한 영향인지 사과 수확량은 전년보다 월등히 많았고 품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초보 농부가 딜레마에 빠졌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독이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시어머니와 남편은 가장 큰 멘토였다.

여기에 관내 사과 연합회 회원들의 조언과 화천군 농업인 대학교수의 컨설팅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재배하는 사과로 다양한 사업을 해보고 싶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원물의 뛰어난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사과의 품질, 그 품질이 최고에 닿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죠. 최고 품질의 사과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 농부이자 멋진 사업가 꿈

좋은 사과를 길러내는 훌륭한 농부,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로 사과를 잘 파는 멋진 사업가가 되는 것이 제 목표이자 꿈입니다. 맛있는 사과를 전하는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나아가 관내 묘목 유통 시장 활성화도 도모할 것입니다.”

조 대표의 농사 노하우는 늘 시끌벅적 재미나게 노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참여와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화천군 4-H 연합회의 열혈 부회장이기도 하다.

현재 6600(2000)의 농장에서 세장방추형으로 부사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조 대표는 5610(1700)의 농장 예정지에 아리수, 아오리 사과 재배도 계획 중이다. 다품종·다축재배(기존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방추형으로 열매를 맺은 재배 방법이 아닌 한 뿌리 위로 2, 4축 등 여러개의 축을 키워 열매가 달리는 재배방법)도 실현할 계획이다.

30세에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최고로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농부라고 말하는 조 대표.

그는 농촌에서는 현재 청년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고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며 도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의 기관과 주변 농업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만 잘 수립하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뀌뜸했다.

초보 청년농부로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가 아직 되지는 않았지만 몸으로 부딪히며 농장을 이끌고 있는 젊은 농업인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자연 속으로 들어와 다양한 시선으로 농업·농촌을 마주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 대표가 화천을 넘어 강원도, 전국의 농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 [멘토인터뷰] 김윤서 화천군청 농업정책과 주무관

현장실습교육·경영진단컨설팅 등 사업 추진
청년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김윤서 화천군청 농업정책과 주무관.

청년농업인 업무를 맡다보면 아 이건 정말 다들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업이나 행사, 컨설팅 등이 많습니다. 화천군은 현장실습교육이나 경영진단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도 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컨설팅, 교육도 있습니다. 화천군의 청년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배움과 정보를 많이 얻어가길 바랍니다.”

김윤서 화천군청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다른 지자체와 달리 본청과 농업기술센터가 통합돼 청년농업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 김 주무관은 농업의 자도 모른 채 처음 화천으로 발령을 받았다. 낯선 용어들과 노련한 기술이 필요한 농업은 관련 행정업무만 봤던 김 주무관에게 어렵고 높은 벽이었다.

진입장벽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 사람으로서 농업 실전편으로 바로 뛰어든 조 대표가 무척이나 용감하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렵고 마음처럼 안 되는 부분이 많았음에도 일단 부딪혀 당차게 해결하는 모습. 그 결과를 통해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은 청년농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 4-H 부회장인 조 대표가 만삭의 몸으로 연시총회에 참여해 열띤 토론을 하고 의견을 건의하던 모습 또한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화천군은 막 농사를 시작했거나 귀농한 청년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현장실습교육, 경영진단분석 컨설팅 등의 집중적인 교육을 지원하고 기초 영농 정착지원 사업을 통해 청년 4-H연합회 회원들의 안정적인 영농정착을 위한 기반마련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