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지상중계] ‘어가경영안정을 위한 수산자원회복계획 개선방안은’ 전문가 좌담회
법적근거·집행력·거버넌스 부재에 제기능 못하는 수산자원회복계획 제도개선·거버넌스 복원으로 성공사례 만들어야
기후변화, 국내외 어업인에 의한 남획, 해양환경 파괴 등으로 수산자원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산자원회복계획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31일 수협중앙회와 함께 부산공동어시장 소회의실에서 ‘어가경영안정을 위한 수산자원회복계획 개선방안은’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주최·주관 : 수협중앙회·농수축산신문
△일시 : 2024년 1월 31일(수) 14:00~16:30
△장소 : 부산공동어시장 소회의실
△좌장 :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
△패널 : 임태호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장,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장,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남종오 부경대 교수, 김성호 (전)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 [주제발표] 수산자원회복계획 활성화 방안 - 김도훈 부경대 교수
최근 오징어 등 수산자원의 감소세가 심각한 어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남획, 산란·서식장 파괴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05년 처음으로 수산자원회복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수산자원회복계획은 낮은 권고안 이행률, 미약한 법적근거, 거버넌스의 부재 등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해야한다. 현행 수산자원회복계획은 수산자원관리법 중 수산자원관리 기본계획의 한 호에서 다뤄지고 있어 근거가 미약하다. 미국의 경우 매그너슨-스티븐스 어업보존·관리법에서 수산자원회복위원회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규율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실제로 미국은 어업보존·관리법에서 권고안 선정을 위한 기준과 지역별어업관리위원회의 설치, 운영, 기능에 관한 사항, 어업관리계획의 내용, 장관의 조치 사항 등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회복대상종의 선정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하며 수산자원회복을 위한 권고안의 설정기준과 의무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대상종은 자원회복이 반드시 필요한 회복대상종과 회복이후 관리가 필요한 어종을 모니터링 종으로 분류해 회복계획의 운영성과를 측정해야한다.
수산자원관리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재구축하고 과학위원회의 운영도 강화해야한다. 과학위원회는 수과원과 민간연구소, 한국수산자원공단, 학계, 어업인 대표 등으로 구성해 자원조사·평가 결과를 논의, 권고안을 제시하고 수산자원관리위원회는 지자체, 어업관리단, 해경, 연구소, 학계, 수협, 어업인 등으로 구성해 과학위원회의 결과를 청취한 후 권고안을 선택하며 어업인 경영안정방안도 함께 논의해야한다.
최근 국내 어업관련 규제가 1500여 개가 된다며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을 받았다. 어업인들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우리 정부가 오히려 어업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수산자원관리의 중요성이 재차삼차 강조되고 있는 만큼 수산자원회복계획이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좌장]류정곤 소장=수산자원회복계획제도 도입 초기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을 붙였었는데 이는 통상적인 수산자원관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비상계획’으로 자원의 수준이 위험한 어종이 있다면 그걸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산자원회복계획이 비상계획의 일환이 아닌 상시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된 것이 문제다. 오늘 참석한 분들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인만큼 내실있는 수산자원회복계획 운영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정삼 연구위원=수산자원회복계획을 개선하려면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수반돼야 한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은 ‘회복명령’의 성격이고 여러 의무가 부과돼 강한 집행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수산자원회복계획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자율관리어업처럼 돼버렸다. 자원회복을 위한 대책은 현장의 반발이 낮은 방안으로 추진되고 강도 높은 어획량 저감조치를 시행할때는 어업인에 대한 생계대책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어업인들에게 미래비전이나 혜택이 제시되지 않으니 어업인들이 동참하지 않았고 결국 집행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수산자원관리위원회의 위원 구성 역시 문제가 있었다. 14명의 위원 중 수협 관계자 2명과 어촌계, 협회, 자율관리연합회 등이 9명으로 총 11명이 어업인 또는 어업관계자였다. 이런 식으로 위원회가 운영된다면 수산자원회복계획은 결국 자율관리사업 수준밖에 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강수경 과장=수산자원회복계획에 따른 회복대상종은 2006년 4개 어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25개 어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조사예산은 제한적이기에 일부 어종은 회복대상종에서 모니터링 대상종이 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수산자원회복계획은 모든 연근해어업 관리제도의 상위개념으로 접근해야하는데 그저 하나의 수산자원관리수단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내실있는 시행을 위해서는 자원회복이 시급한 어종에 대한 TF를 구성해 자원회복사업의 시범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의 수용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수산자원회복계획상 자원관리위원회를 정상운영하도록 해야한다. 자원관리위원회가 사라지면서 수과원의 연구자들이 지역의 수협 등을 찾아 자원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어업인의 의견을 수렴, 권고안에 녹여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자들의 업무가 아니다. 과학자들이 어업인의 의견까지 수렴해 권고안을 내는 형태는 개선이 필요하다.
△김도훈 교수=수산자원회복계획을 다른 자원관리정책과 병렬적인 개념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자원회복대상종으로 지정이 되면 총허용어획량(TAC) 적용이나 감척사업 등이 뒤따라 오는 형태가 돼야 한다. 수산자원회복계획 제도의 틀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갖춰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종오 교수=수산자원회복계획은 국가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어업선진국인 뉴질랜드의 경우 주요 상업적 어종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반면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어종은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미루는 것들도 많다. 우리나라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아울러 수산자원의 조사·평가에 있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자원평가를 할 때 기본적으로 자원평가 방법론에 대해서도 연구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수산과학원에서 평가한 방법론에 대해 리뷰를 해줄 수 있는 팀이 없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의 수립·운영시 어업인들이 너무 많이 포함돼선 안된다. 수산자원이 잘 관리돼야 어업인들에게도 이익이 가는 구조인데 어업인의 뜻대로 움직이다보면 수산자원의 회복을 도모하기 어렵다.
△[좌장] 류정곤 소장=수산자원회복대상종이 일반 관리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관리종으로 남아있게 되는 문제도 해소해야하지 않겠나?
△김도훈 교수=수산자원회복계획은 여러 정책들이 함께 따르는 것이기에 수산자원회복계획상 회복기간을 명확하게 지정해야한다. 기간을 지정하지 않은 채 계속 지원하게 되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모른다.
△김성호 전 회장=구룡포수협에 확인을 해보니 조합의 오징어 위판고가 2021년 226억 원에서 2022년 170억 원, 지난해 12억 원으로 줄었다. 불과 2년사이에 위판고가 20분의 1로 줄었다. 지역의 어업인들은 말 그대로 부도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미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어업인에 대한 경영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수산자원이 회복되는 기간동안 어업인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감척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 하지만 근거가 미약하니 그저 도산하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나? 수산자원회복계획이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적인 조사 결과 자원회복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회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가 보다 명확해져야한다. 수산자원회복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그게 아니면 수산자원회복계획과 관련한 정책이 어업인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근거와 예산을 확보해야한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이 20년차를 맞았다고 하는데 20년 후의 후배들이 또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강수경 과장=수산자원회복을 위한 거버넌스를 다시 구축해야한다. 도루묵은 회복계획을 수립·시행할 당시 지자체와 어업인 모두 협조가 잘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산자원관리위원회가 없어지는 등 거버넌스가 사라졌다. 현재 정부가 종자를 방류하는 대상종과 TAC 대상종, 자원회복 대상종 등이 전부 다른 상황인데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집행기관이 마련돼야 한다.
△이정삼 위원=자원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어종에 대해 급감을 멈추게 하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며 이를 회복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대대적인 감척과 모라토리엄(전면어획금지) 등이 병행되는 것이다. 오징어 자원감소의 사례를 볼 때 드러나는 문제는 어업인들에 대한 생계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수산자원회복을 위한 대책은 있으나 생계대책이 없다면 누가 따를 것인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어업재해보상에서 수산자원 급감에 따른 어업인의 피해를 보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직전 5개년에 비해 어업수입이 80% 감소하면 재해대책법에서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기는 하지만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국내 법령에는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이 있는데 농산물과 임산물, 양식수산물은 재해에 의한 피해보상의 대상이 되나 어업은 공유재인터라 어선만 보상대상에 해당한다. 어획쿼터는 재산권과 직결되는 것인데 기후변화나 원인불명의 사유로 어업수입이 급감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이런 제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태호 과장=오늘 좌담회에서는 그간 정부가 운영하던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있었다. 이중 아쉬운 점도 많고 뼈아픈 대목도 많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을 위한 예산을 늘리기는 했으나 일부 어종은 한해 예산이 500만원에 그치는 어종도 있다. 수산자원회복계획에 따른 회복대상종 등도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원회복대상종과 자원조성종이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자원조성에 매년 300억 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바다숲 조성에도 연간 260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해보고자한다. 연안에 있는 어장은 지자체와 어업인이 책임지고 국가는 광역형으로 회유성 어종을 중심으로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많은 어업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했었다. 오징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제도를 정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감척과 자금지원, 생계지원 등만 생각했는데 수산자원회복계획과 연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