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감귤 농장 새 집단 떼죽음,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2024-04-02     이문예 기자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왜 그랬을까.’ 제주 감귤 농가가 농사를 방해하는 새들을 잡겠다고 감귤에 농약을 주입,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200마리가 넘는 새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사가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다.

예상 불가한 일은 아니었다. 사건 발생 전 만난 한 작물보호제(농약) PM은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위험한 발상을 하는 농가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중에는 까마귀와 같이 농사를 방해하는 조류 잡기에 살충제를 쓰려 한다며 문의해 오는 농가의 사례도 있었다. 이번 사건도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런 사건들 때문에 농약과 농산물 유통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부족한 소비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애먼 곳으로 튈 수 있다는 데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 커뮤니티나 관련 기사의 댓글창에는 제주 감귤 겁나 못 사먹겠다’, ‘제주산 감귤 불매운동 하자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새가 집단 폐사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에 농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더해지며 해당 농장의 감귤, 나아가 제주 감귤 전체에 대한 불신도 함께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유통 과정에서 엄격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잔류허용기준은 평생 먹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양을 말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그 흔한 옛 속담처럼 자식같이 키워낸 농산물을 지켜내겠다고 악수(惡手)를 뒀다가 자칫 소비자와의 오랜 신뢰를 잃는 더 큰 손해를 떠안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해당 농가는 경찰 조사에서 새가 실제로 죽을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우리의 먹거리를 길러내는 농가가 농장 관리, 특히 농약 관리가 얼마나 엄격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지 몰랐다는 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농가의 고귀한 활동이 소비자와 우리 국민에게 존중받고 우리 농산물의 가치가 더욱 빛나려면 농가들의 작은 행동과 판단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