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청년농업인, 농산물 도매시장 기회로 삼아야

제1차 청년농 도매유통역량 강화 세미나 가락시장 출하자 70%가량 영세농 기반 취약한 농업인 판로 보장

2024-04-05     이두현 기자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농사를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배한 농산물을 잘 파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매시장에서 소비지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노하우를 쌓으며 상위 30% 안에 들어간다면 스스로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농업인에게 농산물 도매시장이 언제나 열려있는 만큼 기회로 포착하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농촌진흥청은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한국식품유통학회와 함께 지난달 29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1차 청년농 도매유통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농산물 도매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딸기·토마토 재배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산물 도매유통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나상수 농진청 청년농업인육성팀 과장은 많은 청년농업인이 막연하게 농산물 도매시장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데 농진청의 농산물 유통 교육에서도 도매시장에 관한 내용이 적어 청년농의 농산물 도매유통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시장에 대해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 만큼 청년농업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이번 간담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는 딸기·토마토 제값 받는 도매시장 활용전략발표를 통해 농산물 도매시장의 역할과 딸기·토마토의 거래 현황, 청년농업인이 도매시장에 안착할 방안을 전했다.

우선 이 이사는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음을 강조했다. 전국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만들어진 이유가 과거 농산물 위탁상의 가격 담합, 대금 미정산 등으로 농업인에게 피해가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가락시장 출하자의 70%가량은 연간 거래액이 1000만 원 미만의 영세농이며 도매시장이 청년농업인과 같은 기반이 취약한 농업인의 판로를 보장해 준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도매시장법인은 낙찰가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만큼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도매시장에 출하하면 농업인은 별도로 유통인들과 교섭할 필요 없이 수십, 수백 명의 중도매인의 경쟁 속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경매사가 입찰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블라인드 경매로 진행되며 모든 거래가 실시간으로 전산화되고 녹취·녹화돼 그 어떤 거래보다 높은 투명성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산대금 역시 늦어도 3일 안에 지급되는 만큼 농업인의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이 됨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농산물 표준규격이 있지만 국내 품질 기준은 너무 추상적이고 지역마다 달라서 믿고 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농업인 스스로 정상과와 기형과를 정확히 분류하고 농산물의 품질·크기에 따라 정확히 선별·포장한다면 시장에서 신뢰를 쌓고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딸기의 경우 3월 이후 물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며 토마토는 수요층과 용도를 고려해 품종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농업인끼리 힘을 합쳐 시장을 상대하고 전문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프랑스 오를레앙 지역에서는 농가들이 함께 대형유통업체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해 시장을 상대하고 있다국내 농업인들도 협동조합을 통해 힘을 합치고 시장에 함께 대응해야 거래 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농산물 도매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지속적인 공급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은영 한국4-H본부 사무부총장은 일부에서 공영도매시장은 어떤 물건이든 받아준다는 것만 믿고 출하했다가 물류비도 못 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도매시장 역시 철저히 상품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로 지속적인 출하를 이어나갈 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