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 청구, 늑장대응 '비판'
중대재해처벌법 하위법령 제정시 수산업계 의견 제시 안해 재해저감 위한 예산도 턱없이 부족 수산업·어촌위해 안전한 어업현장 만들어야
수협중앙회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근해안강망어업 등 10여 개 업종 22명의 어업인, 중소기업 사업주 등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위반시 과도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협중앙회가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 시기가 맞지 않는 늑장대응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속가능한 수산업·어촌을 위한 대안이 없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수산업의 높은 산업재해율과 잦은 사망사고의 문제점은 2020년 언론보도를 통해 공론화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의 설치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한 매체는 ‘바다에도 김용균이 있다’는 기획기사를 통해 어선원의 안전문제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수협중앙회는 사용자 측 위원으로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로 활동하면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 시기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0년 논의를 거쳐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2년 1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법률의 위헌성이 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 당시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어야하나 수협중앙회는 당시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하위법령 제정과정에서도 수협은 나서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하위법령 제정 당시 수협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마련하지 않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수산업계의 의견을 고용노동부 측에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수협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과 시행되는 일련의 과정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연근해어업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데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터라 산업안전을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가 매우 부실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2022년에는 상시근로자가 50인 이상인 대형선망어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지만 수협중앙회는 대형선망수협을 지원하지 않았다. 연근해어업인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컨설팅도 지난해에야 실시했으며 현장의 어업인을 위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수협중앙회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예산은 지난해에 컨설팅 비용 2억 원 정도를 투입했으나 올해는 교육비 3600만 원이 책정된 것이 전부다. 산업안전재해 저감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조차 없는 셈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산업재해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그 결과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사업주가 더 많은 노력을 하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통적인 인식이자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라며 “그간 관련 연구와 기사 등을 통해 수산업계가 안전문제를 등한시해선 안된다는 지적과 경고가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수협중앙회는 대체 뭘 하다가 이제와서 기각될 것이 뻔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법률이 시행되고 2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준비가 안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2년이 더 지나봤자 준비가 안됐다고 똑같은 소리를 할 것”이라며 “수산업과 어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업현장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위험한 현장인 상태로 방치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측은 “내년에 어선안전조업법이 시행될 것에 대비, 조직개편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어업안전재해문제를 전담할 신규조직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