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K-농기자재’ 아프리카에 발 딛는다

2024-06-04     박유신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K-라이스벨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농기계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벼 농사를 짓고 있는 국가는 40여 개국에 달할 정도로 쌀은 아프리카 국민들에게는 소중한 먹거리이자 중요한 칼로리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3500만여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농업인의 주 수입원으로 생활의 근간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변화와 농업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 세네갈이 55.7%, 감비아 17.2%, 가나 45.3%, 카메룬 30.2%, 우간다 59.4%, 케냐 23.1% 등으로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국가마다 쌀 자급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게 현실이다.

농기계 구입 여력이 없는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직접 손으로 벼 베기를 하고 있다.

특히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농작업의 기계화가 선결돼야 하나 자금도 부족하고 농산물 수취가격도 낮은 상황에서 현지의 농업인들에게는 소위 ‘그림의 떡’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농업인과 국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일찍부터 쌀 완전자급을 달성한 대한민국이 쌀이 주식인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는 ‘케이(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아와 빈곤 해결에 나설 것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7월 10일 서울에서 아프리카 8개국 장관 초청 ‘케이(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열고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쌀 생산성 향상 도모하기로 의지를 모았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대표 농기계업체들과 ‘중고농기계 공급 및 수리센터 구축’ 사업을 세네갈에서 추진해 지속가능한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국내 농기계업계도 해외에 우수한 국산 농기계를 홍보하고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 2월 15일  K-라이스벨트 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용역사, 농기계, 비료, 농약 등 관련 민간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K-라이스벨트 사업 설명회 모습.

농식품부가 K-라이스벨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중고농기계 공급 및 수리센터 구축’ 사업의 의미와 추진방향을 살펴보고 실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 농기계업체로부터 그 의미를 들어봤다.

# 농기계 공급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으로 차별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87억 원을 투입해 추진되는 ‘중고농기계 공급·수리센터 구축’ 사업은 아프리카 국가에 규모화된 농기계를 지원하고 수리센터 구축과 정비기술을 전수해 지속가능한 농기계 운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국내 우수한 중고농기계를 대량으로 현지의 지역 협동조합이나 농가에게 임대형식으로 지원한다. 이때 농기계 임차인이 농기계 가격의 50%를 부담하지만 조달된 자금은 해당 국가가 사업 종료 후에도 프로그램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게 돼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과거 농기계만 지원해 사업 종료 이후 지원된 농기계의 관리가 부실했던 사례가 종종 발생하곤 했지만 농기계 수리센터를 현지에 건립, 지원된 이후에도 정비보수는 물론 정비기술 교육까지 담당하도록 해 해당 국가가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자립경영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농기계 수리센터는 세네갈 북부지역인 다가나(Dagana)와 포도르(Podor) 지역에 구축될 예정이다. 세네갈은 서아프리카 여러 국가 중에서도 쌀 자급률 개선이 가장 절실한 국가 중 하나로,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85kg에 달하나 자급률이 낮아 매년 3억 달러 규모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한국산 농기계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도록 해 쌀 생산성 향상에 꼭 필요한 농업의 기계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 문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현지의 농기계 임차인들, 즉 농업인에게 농업 소금융을 제공해 사업의 접근성과 체감도를 제고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현금이 아닌 생산된 수확물로 상환 가능하도록 하는 동시에 수확물의 판매처도 개척해 줌으로써 자립가능한 경영구조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사업 추진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수리센터를 통한 지역사회의 고용창출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 자금이 풍부해질 경우 농가 스스로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생겨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농기계업계, 수출시장 다변화 기대

국내 농기계업계는 아프리카(세네갈) ‘중고농기계 공급·수리센터 구축’ 사업이 농기계 수출의 새로운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매력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부문의 경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전체 GDP의 17.3%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인구의 53%가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이에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아프리카 농업의 수출화에 중점을 두고 ‘아프리카 농업 변혁’을 꾀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K-라이스벨트 추진으로 아프리카 현지 농기계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표 농기계기업인 대동이 트랙터, 경운기 등 농기계를 아프리카 카보베르데에 기증하는 모습.

따라서 2000년 이후 정체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 왔던 농기계업체들로서는 이번 세네갈 농기계 지원 프로램이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세네갈을 아프리카 농기계 수출의 전초기지로 삼아 중앙아프리카 등으로 농기계 수출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농기계 수출 역시 그동안 전체 농기계(트랙터) 수출의 80%가 북미시장에 국한될 정로 특정지역에 편중됐던 수출시장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기계 뿐만 아니라 벼 농사에 필요한 작물보호제, 비료 등 타 농자재의 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AFL Interview] 김영기 LS엠트론 해외영업본부장

김영기 본부장.

“식량 안보와 농업 생산성 향상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분류되며, 이들 시장을 대상으로 한 농기계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영기 LS엠트론 해외영업본부장은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농기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 이유로 김 본부장은 농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농업의 패러다임이 첨단 기술과 자본 집적형 스마트 농업 4.0으로 진화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은 자율주행 기술과 드론 산업까지 아우르는 산업 확장기에 진입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에 전 세계는 이와 관련된 기술과 산업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해외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기술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세계 농기계 시장 규모는 2021년 이후 200조 원을 넘어서고 있고 그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농기계·트랙터 산업은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는데 해외 선진사의 사례와 같이 대기업의 대규모 제조·기술 투자에 따른 낙수 효과로 중·소기업 산업 생태계가 선순환 견인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이에 당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국내의 산업 체인을 견인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 시장 진출 기회가 마련된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해당 사업이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인근 국가로 확대가 되길 기대한다”며 “산업계의 다양한 기업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공히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