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급감한 귀어·귀촌인, 대책 있나
귀어가구원 역대 최저…해수부 조직·예산 재정비 '시급'
통계청 귀농어·귀촌인 조사에서 지난해 귀어인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양수산부의 귀어·귀촌정책에 대한 재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귀어 가구원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904명을 기록했으며 어가인구는 9만 명까지 무너져 8만7115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어가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어촌의 소멸우려가 심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해수부의 정책에서 귀어·귀촌 정책은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지난해 귀어가구원 28% 감소
지난해 귀어가구원수는 전년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어가구는 전년대비 24.7% 줄어든 716가구를 기록했고 귀어인은 전년 1023명 대비 26.7% 줄어든 750명이었다.
귀어가구원은 전년에 비해 28% 줄어든 904명이며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도 전년보다 0.06명 줄어든 1.26명으로 집계됐다. 귀어가구원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연도별 귀어가구원수를 살펴보면 통계 작성 첫해인 2013년 914명에서 2021년 1497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급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귀어가구주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가 239명(33.4%)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206명(28.8%), 40대 155명(21.6%)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귀어인이 감소한 것을 두고는 이견이 존재한다. 해수부는 개정된 수산업법의 시행이 귀어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무분별한 맨손어업을 막고자 어업신고시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주소지를 두도록 하는 수산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 맨손어업으로 귀어한 어업인의 경우 어업인으로 등록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면 귀어인의 감소는 가업을 승계하는 어가의 유입이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규모화된 어가에서는 가업의 승계가 상당 부분 이뤄졌고 이 때문에 현재의 정책지원 수준으로는 귀어인이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김정화 해수부 어촌어항과장은 “과거에는 주소지만 있으면 신고어업을 할 수 있었으나 수산업법 개정으로 6개월간 주소지를 두도록 한 조건 때문에 지난해에 등록된 귀어인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수부가 수립한 제2차 귀어귀촌종합계획대로 귀어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내년에는 청년귀어종합타운 조성과 지능형 귀어귀촌종합플랫폼 구축, 청년선장 육성을 위한 귀어 인턴십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귀어·귀촌 예산, 수산·어촌예산의 0.12%에 그쳐
올해 직접적인 귀어·귀촌사업 예산은 해수부 수산·어촌예산의 0.12% 수준에 그친다. 해수부에 따르면 올해 귀어·귀촌 예산은 38억4300만 원으로 전년 59억9100만 원 대비 36% 가량 줄었다. 올해 해수부의 수산·어촌예산이 3조1146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귀어귀촌 예산은 수산·어촌 예산의 0.12% 수준에 그친다.
귀어·귀촌 예산 뿐만 아니라 귀어인을 유입시키기 위한 사업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청년어선임대사업 대상자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25명으로 늘어나는데 그쳤고 양식장 임대사업 역시 10개소에 그친다.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은 청년어촌정착지원금 대상 역시 지난해 225명에서 올해 290명으로 늘리는데 그쳤으며 귀어인의 집 역시 지난해 12개소에서 18개소로 늘어나 어가인구 감소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 가운데 해수부는 어가인구의 목표치를 수정하지 않은 채 1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해수부는 2021년 10월 발표한 어촌지역 활성화 대책(안)에서 어촌지역 인구 목표를 10만 명 유지로 제시했다.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어가인구는 빠르게 줄어 지난해 8만 명대로 무너졌다. 어가인구의 고령화율과 매년 어가인구가 3000여 명 가량씩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6년이면 어가인구 8만 명도 무너질 공산이 큰 상황이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어촌공동체가 해체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조직·예산 재정비 필요
어촌의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수부의 조직과 예산을 재정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어가인구의 고령화와 어촌의 공동화에 대응해 어촌뉴딜300사업에 이어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다양한 어촌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으로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반면 어업인 역량강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사업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사업이 균형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하드웨어 사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사업의 다양성과 양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어촌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프트웨어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어촌개발사업으로 특화사업을 마련한다 해도 어촌사회에는 특화사업을 이끌고 갈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어가인구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어촌사회는 법령상 어촌계를 구성할 수 있는 최소 요건 수준만 갖추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며 “신규로 유입되는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의 어촌사회 구성원들이 고령화된다면 어촌공동체의 해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귀어인이 감소한 것을 단순히 맨손어업의 신고요건이 강화됐다고 인식하는 것은 너무 방어적인 태도”라며 “어촌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촌에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 뿐만 아니라 필요한 예산이 필요한 분야에 충분히 배분되고 있는지, 해수부가 어가인구의 감소세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조직을 갖췄는지 다시 진단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