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L 칼럼] 사법화(死法化)되고 있는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분야 폐지하자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이미 사법화(死法化)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에서 농축수산물 분야는 아예 배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청탁금지법’,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다. 법안의 기초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자는 취지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처음 발의했다. 이후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임원과 교직원까지 확대됐다. 2015년 3월 27일 제정, 2016년 시행된 법안으로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주요 법안 내용은 적용 대상자가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할 경우에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에 상한액을 설정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10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에둘러 보면, 실상 고위 공직자들은 고급술집에서 파티를 해도 가액을 4분 5열해 이를 피해가고 있지만, 애매한 농축수산물만 이에 대한 피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농축수산물에 대한 비현실적인 적용에 대해 비판여론이 지속돼 왔으며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러한 여론을 일부 수렴, 2020년 국산 농축산물 선물가액을 5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상향하고 2023년 8월부터는 명절기간에 한 해 상한액을 30만 원으로 상향해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식사 가액의 경우 2016년 시행 이후 현재까지 3만 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회의에서 청탁금지법 한도를 식사비는 기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국산 농축산물 선물가액은 기존 15만 원에서 20만~30만 원으로 한도 상향해줄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농업인단체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생산비 폭등과 농축산물 가격하락으로 고통받는 농축산인들의 경영불안 해소를 위한 시의적절한 제안을 환영한다”라며 “또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의 긍정적 호응도 매우 고무적이다”고 논평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국산 농축산물 가액 한도 상향을 정부에 제안한 것에 대해 환영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러한 청탁금지법 한도 상향은 이미 사법화(死法化)되고 있는 폐기 수준의 악법을 이용해 농축산인들의 선심을 얻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일부 비판도 제기된다.
농축산연합회는 “우리 농업은 고령화에 더해 후계자·농촌일손 부족과 같은 구조적 문제속에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과 재배면적 감소, 생산비 폭등, 농축산물 가격하락 등으로 현장 농업인의 경영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전반적인 산업침체 속에 식량자급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농축산업계는 농축산물에 대해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고 밝혀 향후 한도 상향을 넘어 청탁금지법에서 농축산물에 대한 적용을 배제할 것을 시사했다.
한농연도 “청탁금지법은 반부패·청렴 사회 구현을 위해 제정됐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소비규제요인으로 작용해 민생 활력을 저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농촌 현장에서는 공직비리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농업인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농축산인들의 바람을 명확히 읽고 ‘닭 모이주기 식’의 모습에서 벗어나 청탁금지법에서 농축산물에 대한 적용을 아예 삭제하는 담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은 청탁금지법을 벗어나고, 곤궁에 처한 농업·농촌과 요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만 옥죄이는 악법의 개안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