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성장하는 유어산업, 빛과 그림자

건전한 여가·어촌활력제고 순기능 불구 자원 남획·어업인과 갈등 ‘과제’ 유어행위 관리, 사회적 합의 도출에서 시작 정부·지자체·어업인·유어객·전문가 거버넌스 구축과 국민들의 인식개선 홍보 교육 대폭 강화해야

2024-07-26     김동호 기자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해양레저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어업인과 레저객간의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지자체·어업인·유어객·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유어행위와 관련해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홍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해양레저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어업인과 레저객간의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낚시, 해루질로 대표되는 유어행위는 국민의 건전한 취미활동이자 유어산업의 성장이 어촌관광의 증가로 이어져 연안어촌의 활력제고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 반면 무분별한 유어행위로 수산자원이 남획되고 어업인과 레저객간의 갈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유어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유어산업을 위한 정책에 대해 짚어본다.

# 생업 VS 행복추구

유어산업의 성장에 따른 갈등은 어업인들의 생업과 헌법상 보장된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어업인은 낚시 또는 해루질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위는 레저행위인만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낚시와 해루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상업적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어업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유어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산자원의 급감을 초래한 것은 낚시나 해루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업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바다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지목된다. 과거에는 ‘바다는 어업인의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최근의 레저객들은 바다는 어업인의 것이 아니며 국민들도 이용 권한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해루질 문제를 두고서 이같은 갈등은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어업인들이 마을어장에서 해루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 해루질객은 대법원 판례상 직접 종묘를 뿌리지 않은 수산물을 마을어장에서 채취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 갈등 속 성장하는 유어산업

유어행위를 둔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어행위 관련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양수산부의 제2차 낚시진흥기본계획을 보면 2010년 652만 명이었던 낚시인구는 연평균 3.9% 성장시 올해에 101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는 성장률을 특정한 추정치 수준에 그치지만 낚시관련 산업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낚시어선 이용객은 증가세에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낚시어선 이용객은 2019년 481만5000명, 2020년 507만3000명, 2021년 528만1000명, 2022년 518만9000명, 지난해 499만7000명 등 전체적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해루질 역시 바다에 대한 수요 증가와 맞물려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유어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산자원의 남획문제나 어업인과 유어객간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해수부의 정책적 노력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산업계에서는 ‘낚시면허제’로 불리던 서구식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낚시업계 측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낚시면허제 내지 쿠폰제의 도입을 발표하고 낚시객의 반발이 거셀 경우 사실상 백지화하는 일이 반복돼왔다. 1996년 이후 5차례에 걸쳐 낚시면허제 또는 쿠폰제의 도입이 검토됐으나 낚시인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낚시관리정책을 위한 거버넌스도 없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다가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이다.

# 통계조차 없는 유어산업…사망사고도 ‘꾸준’

낚시와 해루질은 대표적인 해양레저활동들로 꼽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해양경찰청은 출항신고 등을 바탕으로 낚시어선 이용객을 집계하고 있으나 이들에 의한 조획량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낚시어선은 출항신고라는 절차가 있기에 이용객수를 집계라도 할 수 있지만 갯바위 등에서 이뤄지는 낚시행위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해루질은 낚시보다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낚시는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인 낚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낚시객의 수를 추정하고 낚시 관련 산업의 매출을 추정하는 등의 노력이 이뤄지는 반면 해루질은 관련 법령도, 법정계획도 없다. 수산자원의 이용량이 적지 않지만 아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유어행위와 관련한 유의미한 통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어객의 사망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항포구의 테트라포트에서 낚시를 즐기다가 추락해 사망하거나 야간에 해루질을 즐기다가 익사한 사례 등은 언론보도를 통해 수시로 알려지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유어행위는 공유재인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레저행위이지만 관련 통계도, 관리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며 “유어행위로 인한 수산자원의 남획을 막고 어업인과 레저객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유어행위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실시, 보다 정밀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 1000만 명 이상 즐기는 유어행위 예산은 고작 20억 원 대

낚시와 해루질은 1000만 명 이상이 정책대상이지만 관련 예산은 연간 20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연도별 낚시 관련 예산은 2019년 21억3800만 원, 2020년 25억4100만 원, 2021년 25억4100만 원, 2022년 23억1600만 원, 지난해 34억1600만 원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2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마저도 낚시는 관련 예산이라도 있지만 해루질은 아예 관련 예산이 전무한 수준이다.

해수부의 업무 분장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낚시 관련 정책은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 유어계에서 전담하고 있으나 해루질은 사실상 정책의 사각지대다. 물론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를 관리하기 위해 수산자원정책과가 해루질 관련 제도를 관리하고 있지만 해루질에 대한 관리정책을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수산자원정책과가 낚시나 해루질 등 국민들의 여가를 위한 레저활동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산자원정책과는 수산자원관리가 주요 업무다. 즉 낚시나 해루질 등 해양레저활동을 진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합리적 관리방안 마련 위한 거버넌스 구축해야

유어행위에 따른 수산자원의 남획문제를 해소하고 어업인과 레저객 간의 갈등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어업인-유어객-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낚시면허제의 사례를 볼 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발표되는 관리대책은 모두 실패했다. 즉 유어행위를 관리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전문가는 “낚시, 해루질 등 유어행위가 국민들의 건강한 여가활동이라는 점과 연안·어촌의 관광수요 증가로 이어져 어촌활력제고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산자원의 남획문제와 어업인과 유어객의 갈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낚시나 해루질에 대해 면허제를 시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유어행위를 즐길 것인지, 지금처럼 갈등과 반목속에 수산자원을 남획하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유어행위를 즐길 것인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어업인, 유어객, 전문가 등이 참여한 거버넌스를 구축,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실태조사와 연구를 실시해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어행위와 관련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수산자원의 보호필요성과 어촌의 경관보호, 어촌사회의 유지 등과 관련한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유어행위가 지속가능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열 한국어촌어항공단 수산어촌교육실장은 “산을 이용하는 등산객들에게는 산나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면 안되며 취사, 흡연 등의 행위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 잘 알려져있지만 유어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산자원보호의 필요성 등에 대한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물론 정부에서 명예감시원제도를 운영하고 교육·홍보사업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지만 현재의 예산 수준으로는 건전한 유어문화를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건전한 여가활동과 어촌의 활력제고를 위해서라도 유어행위와 관련한 홍보와 교육을 대폭 강화해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